부모가 소중한 자녀를 애지중지 키워 결국 품 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트라우마다. 이렇게 다소 충격적 상태나 경험을 일컬어서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말한다. 이는 평소에 시끌벅적했던 집 안에 아들 딸 없이, 엄마 아빠의 가슴 속이 허전하고 허탈하며 가슴이 쓰라리며 슬프기까지 한 현상을 ‘새의 둥지가 텅 빈 상태’에 비유한 것이다. 주로 자녀가 성장해서 대학을 가거나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 출가할 때, 부모가 느끼는 마음 상태를 적나라하게 잘 표현해 준다.
물론, 나도 이 심리적 증후군을 겪었다. 딸아이를 키워서 대학에 보냈을 때 정말 내 심정이 말이 아니었다. 그 공허감과 상실감은 뭐라고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표현하기도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딸과 떨어져 사는 지리적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장성한 딸이 컬럼비아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게 되어,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사했다. 엄마인 나는 이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빈둥지증후군과 매우 흡사한 감정을 아주 찐하게(!) 느끼게 되었다.
2024년 가을, 남편과 함께 딸의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정리해주고 나서 저녁도 먹고 산보를 갔다. 우연히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있는 ‘거북이 연못’에 들르게 되었는데, 새끼 거북이가 간간이 엄마 아빠 거북이 옆에 다가오기도 했지만 다시금 멀리 헤엄쳐가는 장면에 갑자기 눈물이 글썽여졌다.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난 독백하듯이 생각했다. “아, 이제 정말 내 딸이 어른이 되어서 완전히 독립하는구나.” 그런데 이후 그것은 나의 완전한 착각으로 드러났다.
사실 자녀들은 기쁘거나 슬플 때, 또 아프거나 괴로울 때는 물론 온갖 소식과 일들로 부모에게 돌아오고 자문을 구한다. 그래서 부모는 언제든지 성인이 된 자녀를 조언하고 필요시에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부모의 나이가 50, 60, 70이더라도 육아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심리학자 로렌스 스타인버그는 ≪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You and Your Adult Child, 2024)에서, 부모는 ‘성인 자녀’와 강하고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더욱 돈독히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는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 다음의 사항들을 강조한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의견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당신의 의견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자녀의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이상 실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당신 말이 맞았음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는 또한 부모는 항상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보다는 말을 아끼고 신중을 기하고 조심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특히,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의 명령조의 말, 자녀가 친구나 애인 등과 다투도록 오히려 갈등을 조장•심화시키는 말, 자녀의 결정에 대해서 악담을 던지거나 비난하고 모욕하는 말들을 삼가라고 당부한다. 그 대신에 부모의 의견을 약간 돌려서 질문하듯이 하거나 아니면 자식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격하게 언성을 높이거나 심하게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도, 자녀 스스로 생각해보고, 보다 건설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북돋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스타인버그가 강조한 대화법들이 그렇게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노부부와 성인 자녀가 한 집에 같이 살 때 발생하는 갈등을 포함해서, 부모와 성인 자녀의 지속적인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삶의 문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려면, 부모가 먼저 참고 양보할 뿐 아니라 자율적인 존재로 성장한 자녀를 믿고 존중해주어야 함은 분명하다. 현명한 부모는 자식에게 되도록이면 ‘자상하고 다정하게’ 다가간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