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텍사스 지부와 종교 자유 단체 연합이 공립학교 교실에 기증된 십계명(Ten Commandments) 포스터 게시를 의무화하는 새 주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텍사스 주내 14개 학군을 추가해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8월, 텍사스 연방법원 판사는 16개 가정이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새 주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일부 학군의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바 있다. 당시 판결은 첫 소송에 포함된 학군에만 적용됐으나, 원고측 변호인단은 다른 학군 역시 법 시행을 보류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지난 22일 법원 제출 문건에서 여러 학군이 이미 시행을 시작했거나 시행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프레드 비어리(Fred Biery) 담당 판사는 8월 판결에서, 해당 법이 기독교를 우대하고 종교 중립성을 훼손하며, 가족들의 “진지한 종교적·비종교적 신념의 자유로운 행사”를 크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어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십계명의 역사적 의의를 교육하는 방법은 국가가 특정 성경 구절을 공식으로 채택해 법에 규정하고, 이를 모든 교실에 상시 게시하는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며 “이는 단순한 노출을 넘어 강요의 영역을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주정부는 해당 판결에 항소했으며 루이지애나주의 유사한 법 시행을 가로막은 제5 연방항소법원에서 다시 다뤄지게 된다. 켄 팩스턴(Ken Paxton)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사건을 함께 심리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팩스턴 장관은 “십계명은 미국 법의 초석이며, 이를 무시하려는 급진적 반미 세력이 우리의 도덕적 유산을 지워낼 수는 없다”면서 “헌법 어디에도 없는 ‘정교 분리’라는 허구적 주장을 이유로 텍사스가 법의 근본적 토대를 기리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구두 변론은 8월 샌안토니오 법정에서 열렸다. 원고측은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과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등 건국의 아버지들이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1조와 권리장전 제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 주정부 변호인과 공방을 벌였다. 또한 십계명이 미국 법과 교육 체계에 미친 영향, 그리고 법이 규정한 십계명 버전이 특정 종교 교단의 것인지 여부도 논쟁이 됐다.
여름에는 또 다른 학부모 집단이 달라스에서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소송은 올해 공화당 주도의 텍사스 주의회가 통과시킨 최신 종교 관련 법 가운데 하나를 겨냥한 것이다. 비판자들은 해당 법이 종교를 텍사스의 공립학교(재학생수 약 550만명)에 끌어들인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소속 필 킹 주상원의원이 발의한 주상원법안 10(SB 10)는 오는 9월부터 교실마다 최소 16x20인치 크기의 십계명 포스터를 게시하도록 규정한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주지사는 6월말, 제5 연방항소법원이 루이지애나의 유사 법을 “명백히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로 다음 날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같은 법원은 이 조치가 수정헌법 1조 권리를 “돌이킬 수 없이 침해”한다고 판시했으며 아칸사주 판사도 별도 사건에서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지지자들은 십계명과 기독교적 가르침이 미국 역사 이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최근 수년간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재해석하려는 전국적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텍사스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보수적 종교관을 법제화하는 여러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으며 이는 기독교 지도자들로부터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다.
“이 사안은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비어리 판사는 8월 변론 시작전 법정에서 말했다.
비어리 판사의 8월 판결로 법 시행이 중단된 학군은 알라모하이츠, 노스이스트, 래클랜드, 노스사이드, 오스틴, 레이크트래비스, 드리핑스프링스, 휴스턴, 포트벤드, 사이프러스-페어뱅크스, 플레이노 등이다.
ACLU가 이번에 제기한 추가 소송은 코말, 조지타운, 콘로, 플라워블러프, 포트워스, 알링턴, 맥키니, 프리스코, 노스웨스트, 애즐, 록월, 러브조이, 맨스필드, 맥앨런 등 14개 학군을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