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 척결과 치안 유지를 위해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 주에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을 곧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지사를 비롯한 일리노이 주 민주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버지니아 주 콴티코 해병기지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서 “주 방위군이 곧 시카고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JB 프리츠커(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전날인 29일 “국토안보부(DHS)가 전쟁부(Department of War)에 공식 메모를 보내 ICE(이민세관단속국) 인력과 시설 보호를 명목으로 현역 군인 100명을 일리노이 주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츠커는 지난 주말 시카고 도심에서 벌어진 연방 이민 단속 작전과 관련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리츠커의 이날 브리핑에는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 토니 프렉윈클 쿡 카운티 의장, 콰메 라울 일리노이 주 검찰총장 등 민주계 인사들과 지역 사회 운동가들이 함께 했다.
지난 주말, 전술 장비와 장총 등으로 무장한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시카고 도심과 시카고 강에서 순찰을 벌이며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수비대 지휘관은 “시카고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했지만 외모나 언어에 기반한 검문•체포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프리츠커는 “ICE는 폭력범이나 갱단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 배달원, 평범한 가정을 상대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말한 ‘최악 중의 최악’ 표적은 거짓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일리노이 주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시카고의 강력범죄 발생 빈도가 최근 수년간 감소하고 있다며 주방위군 배치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울 역시 “최근 시카고 일대의 모습은 평시의 미국이 아니라 포위된 지역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방정부가 일리노이를 포함한 여러 주의 공공안전•재해복구 기금 1억 달러를 전용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일부 주민들은 국경수비대의 존재로 인해 시카고 다운타운이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카고 서부 브로드뷰에 위치한 ICE 구금 시설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 주째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은 각 주정부나 워싱턴DC처럼 주에 준하는 행정단위 자치정부가 보유한 군대로, 유사시 연방정부가 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연방법은 헌법 또는 연방법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대의 민간 치안 임무 투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소송전이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