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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칼럼] 미국과 한국의 주식시장

Los Angeles

2025.10.0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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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덕 경영공학 박사

이명덕 경영공학 박사

최근 한국의 한 신문사가 주최한 재테크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투자 고수’들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스테이블코인 등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새 정부 정책을 고려한 전망과 투자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언은 현시점에 집중한 단기 투자에 불과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매매 행위가 곧 ‘투자’는 아니다. 방향을 맞히면 수익을 내지만 틀리면 큰 손실을 보는 이런 행위는 사실상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식 시장을 도박판처럼 만든 책임은 개인 투자자에게만 있지 않다. 금융회사들도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 열기를 부추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장 전망과 전략이 쏟아져 나온다.
 
2020년 팬데믹 초기, 주식 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 한 전문가는 “외국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옆집 자식보다 내 자식에게 투자하라”며 한국 주식 투자를 강력히 권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그럴듯한 조언이었지만, 한국 주식 시장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아 시장이 크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잘못”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개인이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한국 주식 시장은 전 세계 시가총액의 약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위험한 방식을 택한다. 반면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주식은 장기 통계의 신뢰도가 높고, 위험 분산 효과도 크다.
 
수익률 통계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KOSPI의 2023년, 2024년 연간 수익률은 각각 18.73%, -9.63%다. 반면 미국 S&P 500은 같은 기간 각각 24.9%, 26.51%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 역시 한국 5.98%에 그쳤지만 미국은 12.84%다.
 
양국 시장의 수익률 차이는 무려 7%포인트다. 이는 10년마다 투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실제로 한 기사 제목처럼 “코스피 3000 넘었지만, 수익률은 미 주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현실이다.
 
한국 주식 시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대박’을 노리는 열기로 가득하다. 이런 단기 매매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순간의 짜릿한 재미는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돈을 벌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반대로 올바른 주식 투자는 ‘사업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내와 신중함을 바탕으로 한 장기 투자는 부를 만들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  
 
실제로 ‘투자 고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 대부분은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일반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번다. 정말 고수라면 굳이 대중에게 비법을 공유하지 않는다. 빠른 돈을 좇는 투기적 욕심은 언젠가 반드시 좌절로 끝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이 올바른 투자로 부를 축적해야 가정이 살고, 가정이 안정돼야 소비가 늘며, 소비가 늘어나야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발전해야 국가가 부강해진다. 건전한 투자가 경제의 근본임을 잊지 말자.

이명덕 / 경영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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