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조사 명분…캠퍼스내 반발 확산 교수노조, 주 법원에 “정보 제출 금지” 소송 ‘마녀사냥’식 조사에 개인 정보 활용할 우려 뉴섬 주지사, “자료 제출 정당성 검토” 개입
8월 UC버클리 캠퍼스에서 오리엔테이션 중 하스 파빌리온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 [폴 쿠로다 / LA타임스 객원기자]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교직원들의 개인 연락처 정보를 트럼프 행정부에 넘겨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의혹에 대한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의 고등교육 개입을 둘러싼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캘스테이트(CSU)에서는 LA 캠퍼스 교직원 2600명의 개인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전달된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노조가 10월10일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EOC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관련 직원 민원을 조사 중이다. 또한 EEOC는 22개 캠퍼스에 걸쳐 유대인 교수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조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UC 버클리에서도, 대학 측이 인권국 자료와 UC 경찰 사건 보고서를 연방 교육부에 제출했으며, 이 문서에는 교수 및 직원 160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발표 이후 시위가 발생했다.
UC 전역 교수평의회는 다른 캠퍼스에서도 비슷한 자료 제출이 있었는지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UC는 버클리 외 캠퍼스에서 같은 조치를 취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개빈 뉴섬 주지사도 개입했다. 그는 지난주 UC 지도부로부터 받은 보고서에서, UC가 법적으로 정부에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제시되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며 CSU의 조치 또한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민권 및 고용차별 조사에서 연방 정부가 대학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특이점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CSU는 소환장을 받고 직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령받았다. UC는 처음에는 개인정보가 삭제된 파일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정부 요구에 응했다.
이같은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등교육 기관을 자신의 보수적 의제에 맞추려는 강경한 정책 기조 속에서 나온 것이다. 행정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구 보조금을 중단했으며, 막대한 벌금과 정책 변경을 조건으로 캠퍼스 위반 의혹을 면제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UC 데이비스 법대의 브라이언 소첵 교수는 이러한 반유대주의 조사가 “마녀사냥”이 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EEOC가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소환할 권한은 있지만, 이번 조치들이 과도한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대학협의회(ACE) 회장 테드 미첼은 “조사 과정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 교육부와 EEOC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학 행정가들은 정부와 교직원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다.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민권 조사를 신뢰하지 않지만, 저항할 경우 불법이 될 뿐 아니라 막대한 재정 지원 삭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UC 시스템 총장 제임스 B. 밀리컨은 최근 회의에서 버클리 외의 다른 캠퍼스가 개인 정보를 공유했는지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그는 10월 10일 UC 교수평의회 회의에서 “데이터 공유는 어느 행정부에서도 일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UC는 2024년 12월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합의에 따라, 올해에도 데이터 공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합의는 UC 데이비스, LA, 샌디에이고, 샌타바버라, 샌타크루즈 캠퍼스에서의 반유대주의와 무슬림·아랍계·친팔레스타인 학생들에 대한 차별 민원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
밀리컨은 “정부 감독에 불응할 경우 수많은 일자리와 연구, 교육, 의료 서비스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SU 풀러턴 캠퍼스 전경. [이르판 칸/ LA타임스]
CSU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EEOC에 공공 이메일 등 공개 가능한 정보만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개인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소환장을 받았다.
EEOC는 올봄 UC에도 소환장을 발부해, 2023년과 2024년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및 유대인 커뮤니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 서한에 서명한 수백 명의 직원 정보를 요구했다.
교수·직원·학생·노조는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CSU 지도부는 권위주의적 정권에 맞서기보다 공범이 되었다”고 캘리포니아 교수노조는 비판했다. 노조는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구성원에게 통보와 거부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개인 정보를 연방 정부에 제공하지 말 것을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UC 버클리의 전기공학·컴퓨터과학 강사 페이린 카오는 자신의 이름이 정부에 전달된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 관련 강연을 한 뒤 UC로부터 “정치적 선전” 경고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이번 조치가 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으로도 신고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축 효과를 낳는다”고 그는 말했다.
CSU 채널아일랜드 캠퍼스의 학생단체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연합(SJP) 대표이자 유대인 학생인 라이언 위트 역시 조사를 “억압적”이라고 비판하며, “캠퍼스에서 반유대주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제프 블루팅거 캘스테이트 롱비치 교수는 “트럼프의 교육 정책과 반유대주의 중 어느 위협을 무시해야 할지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2024년 2월 샌호세 주립대 강연이 시위로 중단된 사건을 EEOC에 신고했지만, 최근 담당 조사관은 이번 조사가 그 사건이 아닌 2024년 5월 서한 서명과 관련된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UC와 CSU 일부 지도자들은 차별 근절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UC는 텐트 시위 금지, 익명 마스크 착용 금지, 학생회 이스라엘 보이콧 금지 등 시위 규정을 강화했고, 반유대주의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CSU는 지난 회계연도에 약 1600만 달러를 투입해 인권 프로그램을 확대했으며, 차별 신고를 추적하기 위한 새 관리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돈 S. 테오도라, CSU 임시 부총장 겸 법무담당은 “우리는 반유대주의를 포함한 모든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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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LA타임스 10월13일자 “CSU, UC give troves of staffer data to feds”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