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다발 버몬트·3가 교차로 건널목 중간에서 신호 끊겨 급회전 방지 장치는 한곳만 교통량 감안 시설보완 시급
3가와 버몬트 애비뉴 교차로 남쪽 방향 우회전 구간에 설치된 과속 방지용 돌기(빨간 원 안). 운전자들의 급가속 및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로,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차량 속도 감소 효과를 유도한다. 김상진 기자
LA 전역에서 한인타운을 비롯한 인근 도심 주요 교차로들이 ‘보행자 사고 위험지대’로 꼽히고 있다.
통계 전문매체 크로스타운(Crosstown)은 LA경찰국(LAPD) 자료를 인용해 2021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의 ‘LA시 20대 최고 위험 교차로’ 중 상당수가 한인타운과 인근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한인타운 내 ▶버몬트 애비뉴·3가 교차로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웨스턴·베니스 ▶선셋·라브레아 ▶할리우드·하이랜드 교차로 등 네곳이 포함됐다. 특히 버몬트·3가 교차로는 지난해 ‘버몬트 길에서 숨진 보행자가 버몬트주 전체보다 많았다’는 경고 문구가 담긴 빌보드가 세워졌던 곳이다.
본지는 지난 16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가량 현장을 직접 찾아 교차로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우선 이 교차로의 3가 웨스트 방향은 약 250피트 구간이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속도를 미리 줄이지 않으면 교차로 진입 직전에 차량 속도가 급격히 붙는다.
인근 발레로 주유소 직원 조셉 조씨는 “내리막길 구간이라 과속 차량이 많고, 그래서 보행자 충돌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LAPD 서부지부 교통과 통계에 따르면 이 교차로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총 1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관할 지역 내 가장 위험한 교차로’ 1위로 분류된 상태다. 사고 주요 원인은 ‘과속’이다.
신호 주기도 짧은 편이다. 주황불은 약 23초, 빨간불까지는 26초에 불과하다.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보행자에게는 매우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이날 88세 히스패닉계 시니어 로사 에스피노사씨는 간병인 카멜리아 프랭코와 함께 보행보조기를 밀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교차로 중간을 지나자 신호가 이미 바뀌었다. 에스피노사씨는 “신호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나이 든 사람은 시간 안에 다 건널 수 없다”며 “예전에는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차가 경적을 울려 놀라 넘어질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행자 신호기의 숫자 표시가 불규칙하게 작동하는 문제도 확인됐다. 한쪽은 숫자가 표시되지만 다른 쪽은 처음부터 깜빡이만 들어오거나 중간에 보행 가능 시간을 알리는 숫자가 사라져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일부 방향은 아예 숫자 없이 깜빡이만 점등되는 경우도 있었다.
교차로 3가 이스트 방향 남쪽 위회전 구간에는 보행자 보호를 위한 ‘과속 방지 돌기(speed cushion)’가 설치돼 있다. 이는 차량의 급회전과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임을 보여준다.
네 방향 중 한 곳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차량이 인도 가까이 붙어 우회전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목격됐다.
교차로 주변에는 상점과 노점이 밀집해 유동 인구가 많다.
인근 상인 안토니오 크루즈(57)씨는 “며칠 전에도 우회전 차량이 길을 건너던 보행자와 부딪칠 뻔했다”고 전했다.
이 교차로 인근에서 30년 넘게 장식품 노점을 운영 중인 릴리안 로페즈(60)씨도 “사고 나는 걸 수도 없이 봤다”며 “사람이 다치거나 숨지는 걸 직접 본 적도 있는데 이 지역은 운전도, 걷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LAPD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이 교차로의 ‘보행자 충돌(pedestrian collision)’은 총 3건이다. 관할 지역 내 보행자 사고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