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의 ‘미국 내 장기 커리어 성공을 위한 최고의 50개 대학’부터 포브스의 ‘미국 최고의 대학’, 그리고 화제가 된 ‘뉴 아이비’ 리스트까지. 수많은 순위표가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눈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대학 랭킹은 지도가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 U.S. 뉴스 & 월드리포트 대학 순위를 보면, 프린스턴대가 1위를 유지했고 MIT(2위), 하버드(3위)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롭게도 예산 삭감 논란에 휘말린 시카고대학은 오히려 5계단 상승해 6위에 올랐고, 노스이스턴 대학은 실무 중심 Co-op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8계단이나 뛰어 4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 고등교육 전문가는 “지표 하나가 바뀌면 전체 순위가 요동친다”고 지적한다. U.S. 뉴스는 동료 평가(20%), 졸업률(16%), 졸업률 성과(10%) 등 17가지 항목으로 순위를 매기지만 이 수치들이 과연 학생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보장할까?
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문제다. 포브스는 졸업 후 연봉과 ROI(투자대비수익률)를 중시하고, 링크드인은 동문 네트워크 데이터에 의존하며, 프린스턴 리뷰는 기숙사 만족도 같은 학생 행복지수에 초점을 맞춘다. 머니 매거진은 아예 등록금 대비 가성비만을 따진다. 같은 대학이라도 어떤 랭킹을 보느냐에 따라 순위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컬럼비아 대학의 데이터 조작 논란이나 빌라노바 대학의 통계 오류 사례처럼 랭킹 자체의 신뢰성에 금이 가는 사건들이다. 숫자로 포장된 객관성 뒤에 얼마나 많은 주관과 편향이 숨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로나19팬데믹은 대학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테스트 옵셔널(Test-optional) 정책이 확산하면서 단순한 성적 지표보다는 학생의 잠재력, 적응력, 창의력, 디지털 역량 등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랭킹은 여전히 졸업률과 동문 연봉 같은 전통적 지표에 의존하고 있어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부모들은 캠퍼스 상담 서비스,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학생 지원 시스템 등을 중요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무형적 가치들은 어떤 랭킹에서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랭킹을 출발점으로 삼되, 결정적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조언한다. “내 아이에게 맞는 대학은 꼭 1위 대학이 아닐 수도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얼마나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가족들은 이제 멘토십 기회, 교수와 학생 비율, 연구 참여 가능성, 인턴십 프로그램, 캠퍼스 문화 등 랭킹에 나타나지 않는 요소들에 더 관심을 보인다. 졸업 후 진로 지원, 동문 네트워크의 실질적 도움,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랭킹의 한계를 인식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한다. 직접 캠퍼스를 방문하거나 가상 투어에 참여해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 좋다. Fiske Guide나 Niche 같은 학생 리뷰 기반 플랫폼에서 현재 재학생들의 생생한 후기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격, 학습 스타일, 진로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대규모 연구중심 대학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성향인지, 아니면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밀착 지도를 필요로 하는 타입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전공 선택도 마찬가지다. 아직 전공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다양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을, 이미 목표가 뚜렷하다면 해당 분야의 강점을 가진 대학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결국 대학 랭킹은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최고 순위 대학이라고 해서 모든 학생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니며, 낮은 순위의 대학이라고 해서 좋은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학 4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 중 하나다. 그 소중한 시간을 보낼 곳을 선택할 때,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평판보다는 아이의 행복과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랭킹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아이만의 특별한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