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전역에서 수백만명의 시위대가 지난 18일 트럼프와 연방정부의 정책과 커져가는 권위주의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선 가운데, 달라스를 비롯한 북 텍사스에서도 시민 수천명이 폭우를 뚫고 “노 킹스(No Kings)” 구호 아래 집결했다.
달라스 모닝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정오 무렵 약 3천명의 시민이 달라스 다운타운 퍼시픽 플라자에 모여 성조기와 함께 “인권은 정치가 아니다(Human rights are not political)” “침묵 속에 민주주의는 죽는다(Democracy dies in silence)”는 문구가 담긴 피켓를 흔들면서 구호를 외쳤다.
달라스의 집회도 이날 미전국 2,600여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된 ‘노 킹스’ 시위 중 하나였다. 일부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하루짜리 시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노 킹스’ 집회다. 첫 집회 당시에도 달라스와 포트워스, 전국 각지에서 수백만명이 참여했지만, 주최 측은 이번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전역에 배치된 주방위군,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 그리고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면서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주최 단체중의 하나인 ‘인디비저블 달라스(Indivisible Dallas)’의 사만사 미첼(Samantha Mitchell)은 군중의 환호 속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넘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 오늘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시카고 그랜트파크, 휴스턴 도심 등에서도 수많은 시위대가 모였다. 댄튼, 플라워마운드, 맥키니, 플레이노 등 서버브 지역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 포트워스에서는 수천명이 도심을 행진했으며 일부 여성 시위대는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 속 붉은 망토 차림으로 등장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시위를 “미국 혐오(Hate America)” 집회로 비난하며 시위 참가자들을 주류사회에서 벗어난 급진 세력으로 묘사했다. 또 이들이 정부 셧다운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를 왕이라고 부른다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 텍사스 지역에는 이날 간헐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시민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비가 내리자 일부 시위대는 환호하며 우산과 우비를 꺼냈고 현장 밴드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곡들을 연주했다.
달라스 시민 그렉 알포드(Greg Alford)는 “퍼시픽 플라자에 도착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면서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믿을 수가 없다. 1980년대까지 평생 공화당원이었지만, 종교적 언어가 강해지고 정교 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걸 보며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국민을 처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오리, 공룡, 개구리 등 다양한 대형 인형 탈을 쓰고 행진했다. 이는 트럼프가 주방위군을 투입한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지의 시위대와 연대의 뜻을 표현한 것이다.
댄튼 카운티의 킴벌리 레일-머니(Kimberly Reil-Money)는 유니콘 인형 옷을 입고 참가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없애려는 의료보조금 정책을 지지하고 가족을 갈라놓는 추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트럼프라는 폭군이 초래한 분열 대신에 우리가 서로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많은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에 대한 분노를 시위 참여 이유로 꼽았다. 아구스틴 아센시오(Agustin Ascencio)는 “할머니가 30년전 더 나은 미래와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왔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 자유를 지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피켓에는 “내 할머니는 자유를 찾아왔고, 나는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라고 적혀 있었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달라스 시위대는 “파일을 공개하라(Release the files)”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에 제프리 엡스타인과 기슬레인 맥스웰 관련 성범죄 수사 자료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달라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행진이 끝난 뒤 한 시위자가 반대 시위자의 ‘MAGA’ 모자를 잡아채려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는 사이, 한 시위자가 상대를 밀쳤고 자원봉사자들이 해산을 유도하는 가운데 달라스 경찰이 출동했다.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휴스턴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해병대 출신 대니얼 아보이테 가메즈(Daniel Aboyte Gamez)는 “지금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본래 폭군과 왕에게 맞선 행동에서 태어난 나라”라고 말했다.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폭력과 파괴는 텍사스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날 시위에 대비해 오스틴 지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텍사스 민주당은 애벗 주지사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위협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오스틴에서의 시위도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이어지다 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