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강경한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유학생이나 취업비자 소지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언론은 “외국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례를 반복해 보도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이미 존재하는 규정을 원칙대로 집행하는 데 가깝다. 문제의 상당수는 체류자가 법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강경함이 아니라, 본인이 자신의 신분과 체류 조건을 얼마나 명확히 알고 있느냐다.
최근 가장 많은 혼란과 사고를 낳는 지점은 바로 ‘비자(Visa)’와 ‘신분(Status)’의 구분이다. 두 단어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비자는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허가증’이다. 해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발급받으며, 입국을 시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을 여는 열쇠에 불과하다. 실제로 문 안에 들어와 머무를 수 있는 권리는 신분(Status)이 결정한다. 입국 시 세관국경보호국(CBP) 담당자가 부여하는 체류 자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본다. 비자가 만료되면 체류가 불가능하다고 착각하거나, 반대로 신분이 끝났는데 비자가 남아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법적 효력은 반대다. 비자가 만료돼도 신분이 유효하면 합법 체류가 가능하고, 신분이 만료되면 비자가 살아 있어도 체류 자격은 사라진다. 예를 들어 F-1 학생 신분은 I-20에 명시된 프로그램 종료일까지 유효하며, 종료 후 6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 기간이 지나면 ‘Out of Status’로 간주된다. 따라서 비자 만료일보다 I-94, I-20, DS-2019 등 신분 관련 서류의 기한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입국 후 체류 목적이 달라질 경우에는 ‘신분 변경(Change of Status)’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관광비자(B-2)로 입국한 뒤 공부를 시작하려면, F-1 신분으로의 변경이 승인된 이후에만 수업이 가능하다. 승인 전에 수업을 시작하면 불법 체류로 간주될 수 있다. USCIS(이민국) 정책 매뉴얼에도 “승인 전에는 새로운 활동을 개시하지 말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신분 변경은 I-94 만료 전에 신청해야 하며, 승인된 시점부터 새 신분이 효력을 가진다. 불가피한 사유가 입증되면 만료 후에도 예외적으로 승인될 수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편 비이민 체류자가 영주권자로 전환하는 절차는 ‘Adjustment of Status(AOS)’라 불린다. 이는 Form I-485를 통해 미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으며, 합법 신분 유지가 기본 조건이다. 신분 위반 이력이 있을 경우 이민법 245조(c)에 따라 조정이 금지되지만, 시민권자의 직계가족처럼 일부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즉, AOS는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신분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절차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새로운 규제라기보다 기존 법의 ‘엄격한 집행’에 가깝다. 따라서 체류자에게 필요한 것은 불만이 아니라 이해와 대비다. 자신의 신분 유형과 체류 만료일, 변경 절차, 출입국 요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전문가나 USCIS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행정 착오나 기한 관리 실패에서 비롯되지만, 그 복구조차 제도를 이해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민 제도는 복잡하지만 임의적이지 않다. 정부의 변화보다 위험한 것은 무지이며, 체류의 안정은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