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이 소유한 주택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주택 시장의 매매가 줄어들어 시장이 정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가 전체 주택의 절반을 갖고 있는 것을 근거로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월가의 오라클로 불렸던 메러디스 휘트니 아치캐피탈 수석 부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시장의 체스판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휘트니 부사장은 "2008년 44%였던 시니어의 주택 보유율이 54%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은퇴 세대의 79%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4분의 3은 모기지가 없는 상태여서 보험료 등 유지비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휘트니 부사장은 "시니어들이 주택 자산을 활용하기 쉬워진 덕분에 집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3~4년간 홈에퀴티 라인오브크레딧(HELOC)의 확대가 경제의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주택 기반 신용대출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부채 형태로 이 중 41%를 시니어들이 차지하고 있다.
휘트니 부사장은 "시니어들은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데다 재정적 여력까지 갖추고 있어 매물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기존 주택 판매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은 주택 구입에 나선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에게는 악재다. 매물 부족에 따른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 부담으로 첫 주택 구매자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와 이민 억제 정책은 주택 건설업체를 압박하며 신규 주택 공급을 늦추고 있다. 경기 불안과 높은 집값도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낮아져도 주택 소유자들은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다. 지난 2분기 주택 구매는 전 분기 대비 4.7% 감소하며 하락 폭을 키웠다.
베이비붐 세대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휘트니 부사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전체 자산은 75조 달러에 달하지만 실제로 요양시설에 입주할 수 있는 고령층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며 상당수 시니어가 여전히 한 달 수입으로 한 달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유가 있어 이사하지 않기도 하지만 집을 팔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가 어쩔 수 없이 주택시장의 체스판을 장악하고 있는 면도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정상 궤도로 올라서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주택 구매나 주택 건설의 감소는 경기침체의 선행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장 정체는 경제 전반과도 연결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주택 판매와 건설, 가격이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상태를 적색 경보 단계로 올렸다. 특히 주택 건설 허가 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점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변수"라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이를 바탕으로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48%로 제시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사례에서 이 정도 수준까지 확률이 오른 뒤 실제 침체가 오지 않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