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노숙자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거리의 고통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최근 지역 매체 ‘웨스트사이드 커런트’가 공개한 국세청(IRS) 자료는 이 심각한 역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8년간 LA카운티 주요 노숙자 지원 단체 30곳의 총수입이 무려 1만 배 가까이 폭증했다. 2015년 1만 2000달러에 불과했던 이들 단체의 수입은 2023년~2024년 회계연도 기준 1억 2170만 달러로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LA카운티 노숙 인구는 4만 4359명에서 7만 5518명으로 약 70% 급증했다.
지원 예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노숙자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욱 늘어난 것이다. 이는 납세자들이 낸 막대한 세금이 ‘노숙자 문제 해결’이라는 본래의 목적 대신, ‘노숙자 지원 산업’을 비대하게 키우는 데 소모되었다는 증거다.
단체별로 자세히 뜯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IRS에 따르면 다운타운 노숙자 집단거주지역 ‘스키드로’의 노숙자 비영리단체 ‘와인가트 센터’의 연간 수입은 8년 전 8000달러에서 3170만 달러로 폭증했다. 호프 더 미션, 더 피플 컨선 등 주요 단체들의 재정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단체들의 재정은 넉넉해졌지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나 노숙 인구 감소의 효과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대신, 단체의 임원 보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와인가트 센터 케빈 머리 대표의 연봉은 61% 인상된 43만 2188달러를 받았다. 심지어 52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단체조차 대표 연봉을 8% 인상했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될수록 노숙자 지원 단체의 재정 규모와 임원 급여만 커지고, 정작 노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악순환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LA시와 카운티 지도자들이 ‘노숙자 문제 해결’이라는 환상을 시민들에게 팔고, 그 과정에서 지원 단체들이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노숙자 구호가 돈 버는 비즈니스인가.
문제의 핵심은 성과 측정 부실과 책임 부재에 있다. 수억 달러의 공공자금이 투입되는데도, 이 돈이 실제로 몇 명의 노숙자를 거리에서 벗어나게 했는지, 몇 명이 안정된 주거로 복귀했는지 명확한 통계가 없다. 시 정부와 단체 모두 결과보다 과정에 안주하고 있다. “돕고 있다”는 명분만 앞세운다.
LA시의 노숙자 정책은 이미 실패를 거듭해왔다.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프로젝트 ‘홈키(Homekey)’나 ‘HHH’ 프로그램도 유닛 공사 지연과 관리 부실로 논란이 됐다. 이번에 드러난 비영리단체의 예산 급팽창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시스템이 비대해질수록 예산은 줄줄 새고, 책임은 흐려진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근본적인 진단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먼저 성과지표를 의무화해야 한다. 각 단체들은 주거 전환 노숙자수, 자립 성공률, 재노숙률 등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정부는 예산 집행 감시를 강화해 일정 비율 이상이 직접 현장 서비스에 투입되도록 강제해야 한다. 성과가 기준에 미달하는 단체가 있다면 과감하게 예산을 삭감하고 실질적인 구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로만 재편해야 한다.
노숙자 문제는 복잡하다. 주택 부족, 저임금 노동, 정신질환·중독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얽혀 있다.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지원은 인도적 책무다. 이들을 돕는 단체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빨간불 투성이다. 단체가 커지고 예산이 커졌다고 해서, 노숙자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이제 지원단체와 정책 집행기관 모두 노숙자들을 위해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단체의 크기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느냐가 평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