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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미술관

Chicago

2025.11.05 12:29 2025.11.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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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박춘호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은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멋진 그림과 조각품을 소장한 곳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시카고를 찾는 여행객들이 꼭 찾아야 할 곳으로 손꼽는 이 곳은 시카고 다운타운의 심장부인 미시간길에 위치하고 있다. 미시간길 입구 양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미술관의 상징, 두 마리의 사자와 함께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소장품의 리스트는 꽤 길다.  
 
개인적으로는 고흐의 자화상, 베드룸과 함께 모네의 건초더미, 수련 연작, 쉬라의 자넷 공원의 일요일 오후,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 피카소의 노인 기타리스트, 르느와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 샤갈의 윈도우, 오키피의 구름, 고갱의 생로병사를 의미하는 그림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2층 메인홀에 전시된 칼리봇의 비오는 파리의 거리 역시 시카고 미술관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어떤 이는 미술관 지하에 전시된 미국 건국 초기의 주택을 묘사한 미니어처 전시물을 꼭 봐야 하는 작품으로 꼽기도 한다. 웨스트 윙 쪽에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시카고의 공공 예술품을 축소한 모형과 옛 시카고 증권 거래소 플로어를 재현한 곳도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국의 고려청자와 불상 등도 1층 한켠에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시카고 미술관은 1893 콜럼버스 만국 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건물이다. 박람회를 위해 전세계에서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회의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 이전에도 시카고 미술관은 여러 건물을 돌며 미술품을 전시했었지만 실패하고 현재의 건물로 자리를 잡은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콜렉션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니까 시카고 미술관 역시 만국 박람회 개최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필드자연사박물관과 그리핀과학산업박물관 역시 마찬가지다.  
 
시카고 미술관은 웨스트 윙으로 확장하면서 큰 전기를 맞게 된다. 무려 2억9400만달러를 투자해 2009년 완공된 웨스트 윙은 기존의 건물이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갖춘데 비해 하얀색 건물로 세련된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이 곳엔 피카소와 워홀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전시되고 있어 메인 빌딩과 대조된다. 웨스트 윙은 또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다리로 밀레니엄파크와 연결되어 있다.
 
이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카고의 복잡한 거리 또한 장관이다. 밀레니엄파크로 건너가면 시카고를 상징하는 클라우드 게이트(일명 콩), 크라운 분수대, 프리츠커 파빌리온 등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라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인근 공원과 연결되어 주민들에게는 여가와 휴식의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는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시카고 미술관이다.  
 
이런 외형적인 면 말고도 시카고 미술관이 현재와 같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카고 출신의 기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미술관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으로 유명한데 이 작가들이 두각을 내기 시작한 1880년대 후반 이후 경제적인 부를 확보한 많은 시카고언들이 이들의 작품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경력도 짧고 유명세를 타기 이전 작가들이 많아 작품 소장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부자들은 이 작품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공공재로 선뜻 내놨다. 자신과 가문의 이름을 미술관 갤러리에 새기고 엄청난 값어치의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부한 것이다. 만약 이 작품들을 돈으로 매입하려고 했으면 시카고 미술관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종종 시카고 미술관에 거액을 내놓거나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기부하고 있다. 시카고 미술관 뿐만 아니라 쉐드 수족관, 애들러 천문대 등도 이와 같은 시카고언들의 정신이 깃들여 있다. 인근의 솔저필드가 거액의 명명권을 사실상 거부한 채 참전 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반추해 볼 수 있도록 현재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5000만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시설의 복원 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공사에 들어갈 이 복원 센터는 총 2만5000평방피트 규모로 현재까지 미술관 곳곳에 흩어져 있던 복원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예술 작품을 오랫동안 보전하고 전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복원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미술관은 이 센터를 웨스트 윙 다음으로 큰 확장 프로젝트로 여기고 있다. 현재까지 미술관 지원을 이어 온 그레잉어 재단의 이름을 따 그레잉어 복원 과학 센터로 불리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가을 완공될 그레잉어 센터 공사로 인해 미술관의 전시실은 대대적인 연쇄 이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술관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인상파 작가의 작품을 대거 전시하고 있는 리겐스타인 홀 역시 현재보다 남쪽으로 옮겨 임시 전시를 이어가게 된다. 이후 그레잉어 센터가 완공되면 40여명의 복원 전문 아티스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손끝에서 어떤 예술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새로운 시카고 미술관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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