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코카콜라의 한 광고 영상이 업로드됐다. 그래픽인듯하면서도 실사 같고, 생생한 디테일이 돋보이지만, 어딘가 뭉그려뜨려진 것 같은 모습.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작된 동영상이다.
올해 연말 시즌을 앞두고 코카콜라는 전적으로 AI 기술을 사용한 광고 캠페인을 제작했다. 그러나 이 실험적인 시도는 대중과 창작계 그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소비자는 “정이 없는”, “영혼이 빠진”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광고계 내외에서는 AI가 창작의 본질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코카콜라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AI 스토리텔링을 브랜드 자산에 접목하려 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제작사 측은 기존보다 빠른 제작 과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온라인 반응은 차가웠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표정이 이상하다”, “겨울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다”, “인간미가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영상에 대한 ‘좋아요’는 3500여개, ‘싫어요’는 무려 4만5000개에 달했다.
이제까지 광고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온 ‘따뜻함’ ‘공감’ ‘연결성’이 해당 제작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비판이다. 실제 분석기관 조사에서도 이번 코카콜라의 광고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7.4%에 불과했다.
광고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업계에서도 AI에 대한 저항은 본격화되고 있다. 배우조합(SAG-AFTRA)과 각종 작가 단체, 배우들이 AI 대체에 크게 경각심을 갖고 있다.
예컨대 최근 등장한 AI 배우 틸리 노우드 논란이 대표적이다. 배우조합은 노우드가 실제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무단으로 학습해 만들어졌으며, 이는 배우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성명을 냈다. 또한 작가들도 자신의 직업이 ‘AI 보조’형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창작역량이란 점을 강조하며 집단행동을 통해 조건 개선을 이뤄냈다.
이들의 반감은 기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복제해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여서 더 복잡한 면이 있다.
광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AI가 확산하면서 생산성 제고, 비용 절감, 시간 단축이라는 장점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용 불안, 직무 재정의, 저품질 콘텐츠의 범람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광고 업계에서 인간 중심 제작이 사라질 경우 브랜드 정체성 손상,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 약화 등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AI 광고 논란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잘못된 선택이라기보다는, 기술 변화가 창작·광고·문화 산업에 던지는 숙제로 보인다.
우선,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이다. 기업 측은 효율성과 혁신을 내세웠지만, 그 대가로 공감을 잃었다. 고용 측면에서는 배우, 작가, 디자이너 등 창작 기반 직무들이 AI 도구에 의해 변형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은 AI 도입 시 창작자와의 협업 모델을 명확히 하고, 창작자의 권리·보상 구조를 검토해야 할 도의적 의무가 있다. 반대로 노동조합과 업계는 AI 활용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AI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을 막지 않도록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소비자는 기술 변화의 수혜자이자 목격자로서, 어떤 콘텐츠가 진정 공감과 연결을 주는지, 효율적인 판단이었는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