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장소 대형 마트서 지역 마켓으로 이동 아시안마켓, 로컬·수입 직거래 20~40% 저렴 EBT 지원 중단 속 ‘매니저 할인’ 특가품 인기 공동구매 활용 1인당 연간 400불 절감 효과
LA한인타운 시온마켓 옥스포드점에서 최대 30% 할인 판매하고 있는 만세보령 우수 농산물 특판전 모습. [시온마켓 제공]
인플레이션과 관세 부담으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절약형 쇼핑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8월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6% 상승해 2022년 10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으며 9월에도 0.3% 추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비용과 물류비, 수입 관세 등이 맞물리며 식료품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은 대형 체인 중심의 전통적 소비에서 벗어나 실질적 절약이 가능한 새로운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추세다.
USA투데이는 이러한 절약형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지역 기반 아시안 마켓과 소규모 식품점 이용을 주목했다. 현지 농장 직거래나 한국·중국·멕시코 등지의 대량 수입을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을 20~40%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준 한남체인 그로서리 담당 이사는 “한인 마켓들은 로컬 농산물과 해외 직수입 상품을 병행해 채소·육류·해산물 등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아시안 소비자들의 채소·과일 수요가 많아 대량 구매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가격이 낮아지면서 판매 회전율과 신선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포장 손상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매니저 할인’ 코너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인 마켓들은 유통기한이나 포장 상태와 무관하게 점장이 직접 선정한 특가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잔 윤 시온마켓 옥스포드점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EBT 지원이 중단된 상황이라 마진 없는 ‘매니저 할인’ 품목을 확대했다”며 “보령식품 30% 할인을 비롯해 하림라면, 오뚜기 참깨·열라면 컵라면 등 99센트 제품을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역식량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세일 기간에 할인 품목을 먼저 산 뒤 집에 있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일주일 식단을 짜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식단 계획과 달리 불필요한 구매와 식재료 낭비를 줄이고 예산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주일 예산을 세운 뒤 필수 식품을 우선 구입하고 남은 금액으로 보관 가능한 세일 품목을 비축하는 형태다.
온라인 ‘오버스탁몰’ 이용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과잉 재고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일반 온라인몰보다 30~50% 저렴하다.
마티닷컴(Martie.com), 미스핏츠 마켓(Misfits Market), 스라이브 마켓(Thrive Market) 등은 유기농 식품과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중산층 가구를 중심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공동구매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주목받는 절약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웃이나 친구 단위로 자금을 모아 대량 구매를 하면 단가를 낮추고 식품 폐기를 줄일 수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NCL)는 공동구매를 통해 개인당 연간 평균 400달러가량의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절약 소비가 가계 절약을 넘어 소비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대형 유통망에서 벗어나 지역 상권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가 이동하며 동반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