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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국경순찰대와 시카고

Chicago

2025.11.12 11:51 2025.11.1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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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박춘호

‘미드웨스트 블리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카고 지역에서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체포가 시작된 것은 9월 8일이다. 블리츠는 풋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공을 패스하는 상대 쿼터백을 향해 돌진하는 수비수들의 플레이를 뜻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작전을 주도한 연방 국경순찰대(US Border Patrol) 요원 상당수가 곧 시카고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방수사국과 법무부 직원들도 곧 시카고를 떠날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렇다고 불법이민자 체포 작전 자체가 모두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국경순찰대 인력이 줄어들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점 정책이 한 순간에 멈추기를 기대하기는 믿기 어렵다.  
 
당장 국경순찰대의 시카고 철수 보도가 나가자 국토안보국은 “시카고에서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200명의 국경순찰대 인력이 시카고 지역에 투입됐는데 이중 일부 에이전트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즉 전면 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봄에는 시카고 투입 인력을 4배인 1000명으로 늘릴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국 시카고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은 곧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두달 간 시카고의 이민자 사회는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경순찰대의 주요 타겟으로 선정된 라티노 주민들은 아예 집밖으로 나오는 것을 삼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의 노동에 크게 의존한 요식업 등의 업체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리틀 빌리지는 지역 상권이 이미 크게 무너지기도 했다.  
 
당초 이민 당국은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뒤 살인과 성폭행 등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색출해 추방할 것이며 이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주요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복 차림으로 시카고 지역을 누빈 국경순찰대는 영장없이 수상해 보이는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현재까지 시카고 지역에서 총 3000명의 이민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체포는 부차적이며 담보 성격을 일컫는 ‘collateral arrests’로 불렸다. 영장은 없었고 어떤 이민 당국으로부터 체포 대상이 아니었던 주민들도 무더기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민자들도 상당수다. 연방 판사는 최근 재판 진행 중에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불구속을 명령하기도 했으며 영장없는 체포가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민 당국은 브로드뷰의 구금센터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주민들과도 물리적 마찰을 빚었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국경순찰대장은 라티노 주민들이 밀집한 리틀 빌리지에서 직접 최루탄을 군중들을 향해 던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카고 지역에서의 체포 과정 중의 하이라이트는 남부 지역 아파트에서 나타났다. 9월 30일 사우스쇼어 지역 고층 아파트에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투입됐는데 이들은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타고 래펠로 강하해 건물에 진입한 뒤 섬광탄을 던지고 현관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시민권자도 여지없이 체포됐고 짚타이로 묶인 채 심문을 받았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데이케어 센터에 서는 아이들 앞에서 교사가 체포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경순찰대는 폭도들과 갱들이 폭력을 행사해 요원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방 법원은 국경순찰대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으며 일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시카고 연방법원은 국경순찰대가 시위대와 기자들에게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 요원들로 하여금 바디 카메라를 부착하고 유니폼에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항소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주방위군 파병 등의 이슈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말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밀레니엄파크의 콩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한 지역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눈 덮힌 콩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들이 외친 말은 ‘치즈’가 아니라 ‘리틀 빌리지’였다고 한다. 주지사의 언급처럼 이 요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희롱하고 지역 사회를 역겹게 만들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인 셈이다. 한 일리노이 주 상원 의원은 “결국은 많은 시카고 주민들이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이다. 지역 사회와 주민들, 시민권자들이 겪어야 하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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