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을 찾은 미국발 관광객은 124만 명으로 중국, 일본, 대만 다음을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한류(K-문화)’ 인기와 그에 따른 관심 증가로 미국과 유럽 장거리 관광객이 늘어난 사실을 반기고 있다.
한류 초기 팬층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이웃이 주축이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미국 내 한류 팬은 마이너로 불리는 ‘덕후(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그룹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미국내 한류 확산이 덕후 그룹 선에서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문화 종주국을 자부하는 미국에서 한류 확산은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서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미국과 서구권의 한류 관심은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며칠전 LA 대표 쇼핑몰인 그로브몰에서 “넷플릭스 ‘피지컬100’을 정말 재미나게 봤다”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낯선 주민을 만나기도 했다. 유럽 바르셀로나 토사 데 마르라는 작은 해안가 마을 식당에서도 “안녕하세요. 이 음식은 조금 매워요”라고 한국어로 설명해 주는 현지 직원 인사에 놀라기도 했다.
친근함에서 우러나온 표현만큼 반가운 인사가 없다. 이들은 ‘내가 한국을 좀 안다’는 친근함을 먼저 표현한 셈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도 이런 변화를 반기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한국 교육부는 지난 2024년 LA에 미국 거점 ‘한국유학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교육부에서 파견한 직원 등 5명이 전담부서를 꾸렸다. 한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여 주요 대학도 미국 출신 유학생 유치 확대와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종 장학금을 내걸고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초기의 우려와 달리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모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두 차례 진행한 ‘한국유학박람회’에는 한인과 영어권 학생 수천 명이 몰렸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공부하는 미국 출신 유학생이 3100명(대학·어학연수·기타연수 포함) 이상으로 국가별 4위를 차지했다.
한국유학지원센터장을 맡은 이상범 부원장은 “미국 청소년들도 한국 대학 진학을 ‘해외로 유학하러 간다’며 반기고 있다. 미국에서 객관적으로 한국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한인사회가 조국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변화다. 한인 청소년 정체성 교육과 한류 전문가 양성 측면에서 한국 유학이 좋은 선택지가 됐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한인 이민 1세대가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중·단기 한국 거주나 역이민’도 뜨고 있다. 치솟는 물가 속 1달러당 1450원을 넘어선 환율도 한국행 관심을 키운다. 실제 연방 사회보장국(SS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소셜시큐리티를 받은 한인은 9379명으로 2013년 3709명보다 2.5배 늘었다.
인천, 충청도, 강원도 등 한국 지방자치단체는 재미동포 타운을 조성하며 한인 유치에 한창이다. 한국 저출생 문제와 지방 기피 문화로 인구감소에 직면한 지자체는 재미동포 역이민 지원에 적극적이다. 한인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 발굴 등 제2 인생을 도전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 양국 간 왕래와 관심이 커지는 만큼 한인사회의 중요성이 커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을 기회를 잘 가늠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