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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재정규칙, 캐나다만 한다”

Toronto

2025.12.04 05:13 2025.12.0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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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정부의 새 재정 앵커(Anchor) 논란
[Unsplash @Fer Trou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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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 정부가 11월 첫 연방예산에서 새롭게 제시한 재정 앵커(fiscal anchor)가 캐나다의 재정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적자 대비 GDP 비율 감소’를 재정 관리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주요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일반적 방식과 다르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토론토대학교 정치경제 전문가 마크 망거(Mark Manger)는 이 기준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재정 앵커를 설정하는 나라는 캐나다 말고 없다”며 “대부분은 ‘적자를 없애겠다’거나 ‘특정 연도에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방식의 명확한 목표를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부채·적자 관리 기준 변경’… 오히려 정부 부채 증가 허용 가능
카니 정부의 새 앵커는 이전 정부가 약속했던 부채 대비 GDP 비율 하락(debt-to-GDP ratio) 목표를 사실상 폐기한 셈이다. 새 규칙 아래에서는 캐나다의 총부채가 향후 경제 성장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앨버타 센트럴(Alberta Central) 수석 이코노미스트 샤를 생아르노(Charles St-Arnaud)는 이번 재정규칙을 “약하다(weak)”고 평가하며 “적자만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는 3년 안에 영업지출(operating budget)을 균형으로 맞추겠다는 두 번째 앵커도 제시했으나, 이는 ‘자본지출(capital spending)’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연방예산책임관(PBO) 제이슨 자크(Jason Jacques)의 계산에 따르면, 새 앵커가 목표대로 작동할 확률은 7.5%에 불과하다. 그는 “이번 변화는 의회 내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도입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Fitch Ratings도 예산 이후 보고서에서 캐나다 재정이 “더 악화(deterioration)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캐나다의 일반 정부 적자(general government deficit)는 GDP의 약 2%로, AA 등급 국가 평균(약 0.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 “지속되는 목표 변경, 신뢰 떨어뜨려”… 하지만 단기 신용등급은 안정적
Fitch의 조시 그런들레거(Josh Grundleger) 이사는 “해마다 목표가 바뀌고, 달성되지 못하는 이유가 반복되면 재정 프레임워크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당장 캐나다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위험은 크지 않다”면서도 “정부의 장기 신뢰도에는 분명 경고 신호”라고 밝혔다.
 
캐나다의 정부 총부채는 2027년 GDP 대비 98.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현재 AA 등급 중위값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한편 생아르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예산이 캐나다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공급 측면(supply-side)에 초점을 맞춘 변화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0.5%포인트 올리기만 해도 장기적으로 큰 세수 증가 효과가 있다”며 단기적 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망거 교수는 AI 국가지원 펀드 등 정부가 계획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모든 투자가 반드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시장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캐나다 정부 부채의 대부분이 국내 자금으로 조달된다는 점이 ‘유일한 긍정 요소’로 꼽혔다.
올해 시장성 부채 구성은 다음과 같다.
 
· 국내 채권: 1조 2,930억 달러
· 단기 국채: 2,960억 달러
· 해외 차입: 300억 달러
 
망거 교수는 “캐나다는 자체 시장에서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운이 좋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토론토중앙일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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