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찍은 수십만 장 중 선별 시를 영문으로 번역, 학습 지원 "한국어 쉽게, 즐겁게 배우길" 수익금은 저소득층 교육 지원
시집 ‘병원 밖 세상’을 출간한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김상진 기자
한국어진흥재단 모니카 류 이사장이 한국어 보급 활동의 일환으로 시집 ‘병원 밖 세상’을 출간했다.
2017년 수필집(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책이다. 수필집이 병원 내 투병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시집은 병원 밖의 이야기를 담았다.
류 이사장은 직접 찍은 사진과 시를 결합한 ‘디카 시집(디지털 카메라+시집)’ 형태로 책을 발간했다.
그는 “시집에 실린 60장의 사진은 지난 6년간 18차례 해외를 오가며 촬영한 수십만 장의 사진 중 선별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 시집은 세계 각지의 문화·역사·종교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카 시는 사진 한 장과 5행 미만의 짧은 시로 구성된 형식을 말한다. 류 이사장은 이를 통해 한국어를 더욱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다.
류 이사장은 “사진과 시를 따로 보면 의미가 없지만,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만들어진다"며 디카 시의 특징을 소개했다.
이번 시집은 ▶신앙의 신비 ▶국가라는 보호막 ▶들려줄 이야기 ▶DNA 등을 주제로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신앙의 신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스페인,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를 순례하며 각국의 종교성을 조명했다. 2부 ‘국가라는 보호막’에서는 전쟁과 테러를 겪으며 더욱 굳건해지는 국가의 역할과 국가관을 다뤘다. 3·4부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성찰하며 ‘능동적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을 시로 풀어냈다.
특히 류 이사장은 한국어로 된 시를 영문으로도 번역했다.
류 이사장은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학생·교사·학부모 등 더 많은 이들이 이 장르를 통해 한국어를 쉽고 즐겁게 배우고 전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어 보급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 문애리 전 이사장의 추천으로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직을 맡았을 당시에는 바쁜 일정 속에 활동을 지켜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재단이 본격적으로 한국어 교과서를 제작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고,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도 절감하게 됐다.
류 이사장은 1979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스스로를 ‘디아스포라’라고 규정하는 그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언어가 섞인 정체성을 지닌 내가 바라본 세상을 담아낸 시집”이라고 출간의 의의를 밝혔다. ‘병원 밖 세상’ 시집은 LA 반디 북스에서 구입(약 23달러)할 수 있다. 수익금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한국어 과외 학습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류 이사장은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학에서 종양 방사선학을 전공했다. 의사로 활동하다 현재는 수필가·시인·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어 교과서 제작과 초·중·고 한국어반 개설 등 한국어 보급에 힘쓴 공로로 ‘자랑스러운 경기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