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추진에 부자들 “가주 떠날 것”
Los Angeles
2025.12.29 19:53
2025.12.29 20:53
순자산 10억불 이상 5% 세금
주민발의안 상정 여부에 관심
고소득자들의 ‘탈가주’ 현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유세 도입을 골자로 한 주민발의 추진안이 제출되면서 부유층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노조 국제연합(SEIU) 산하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워커스 웨스트는 최근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부유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주민발의안을 가주 법무부에 제출했다.
해당 주민발의안은 순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일 경우 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민발의안이 실제 상정돼 주민투표를 통과할 경우 내년 1월 1일 기준 가주에 거주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즉각 시행된다. 예를 들어 자산이 20억 달러인 경우 총 1억 달러의 세금을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해야 한다.
특히 부유세 도입을 둘러싸고 실리콘밸리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유세 시행 시 유망 기술기업과 자본이 대거 타 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방산업체 안두릴 인더스트리즈의 공동창업자 팔머 럭키는 “부유세는 나 같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며 “부유세는 주민발의안을 추진하는 단체들을 위한 지원과 정치적 특혜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퍼싱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빌 애크먼 역시 “가주는 자기 파괴의 길로 가고 있다”며 “가장 생산적인 기업가들이 이곳을 떠나게 되면 오히려 세수는 줄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과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역시 지난 26일 부유세 추진을 계기로 가주를 떠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주의 개인 최고 소득세율은 13.3%다. 주 소득세를 부과하는 41개 주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이미 소득 상위 10%가 가주 소득세의 80%를 부담하고 있다.
윤주호 회계사는 “예컨대 연 소득이 100만 달러인 납세자가 가주에 거주할 경우 주 소득세만으로도 약 13만 달러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며 “높은 세율이 이미 기업과 고소득자의 타주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유세 관련 주민발의안은 현재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질 경우 ‘탈가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부유세에 대한 우려는 이 나라에서 심화된 소득 불균형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 제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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