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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베네수엘라 난민들과 대통령

New York

2026.01.08 19:45 2026.01.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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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재판을 받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대통령만이 아니다. 60만 난민들이 미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미 정부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의 임시보호지위(TPS)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까닭은 “베네수엘라 상황이 개선돼 TPS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TPS는 모국의 전쟁, 폭력, 자연재해 등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임시 체류와 취업을 허가하는 것이다. 중단 조치로 60만이 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추방될 수 있다.
 
연방지법은 정부가 법적 검토와 절차 없이 TPS를 끝냈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해 10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중단 조치가 허용됐다. 이에 60만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갑자기 체류 신분이 없어졌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었다. 그 뒤 정부는 TPS 대신 난민 신청을 하라고 밝혔는데 조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미 정부가 지난해 TPS 중단을 밝히며 “상황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던 베네수엘라에 쳐들어가 대통령 부부를 잡아 왔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럼 TPS 신분은 다시 되돌려줄까? 그럴 리는 없다.
 
유엔은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것은 ‘회원국이 다른 국가의 주권,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에 대해 무력 사용 또는 위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유엔 협약을 오래전부터 어기고 있었다. 난민 심사 금지 조치 등으로 박해 위험이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난민협약 ‘강제송환금지’를 수없이 어겼다. 또 2026년 회계연도 난민 상한을 7500명으로 정해,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췄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TPS 대신 난민 신청을 해도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판보다 이들 60만 명이 어떻게 될지를 더 살펴야 할 상황이지만 앞날은 캄캄하다.
 
한때 한인들도 IMF 난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1997년부터 외환위기로 한국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 한인들이 대거 미국 방문 뒤 체류 기간을 넘기고, 캐나다 국경을 넘어와 지금의 서류미비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최대 30만 명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대 10만 명이 서류미비자로 지금도 미국에 사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난민이었다. 그래서 지금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처지를 남의 얘기로만 여길 수 없다. 우리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아픔이다.
 
잡혀 온 뒤 미국에서 재판 중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심정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착잡할 듯하다. 베네수엘라 출신 등 미 전역 46개 주에 17만3000여 명의 라틴계 회원이 있는 카사(CASA)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불법 군사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카사는 베네수엘라 가족들과 연대하며, 외교·책임·돌봄으로의 즉각 전환을 촉구한다. 베네수엘라의 앞날은 강압·폭력·외부의 통제 없이, 오직 베네수엘라 국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김갑송 / 미교협 나눔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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