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초 쿠카몽가 주민 크리스티나 앤더슨(왼쪽)이 보일하이츠 마리아치 광장에서 열린 촛불 추모 집회에서 르네 니콜 굿을 기리기 위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굿은 미니애폴리스 거주자로, 1월 7일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론알도 볼라노스 / LA타임스]
도널드 트럼프가 2015년 맨해튼 자신의 이름을 딴 타워에서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을 때부터 그는 “불법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초토화 작전이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며, 미국 시민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2025년 들어 트럼프가 약속했던 “최악 중의 최악”만을 겨냥하겠다는 선거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제 목표는 서류미비 이민자 전원에 대한 단속, 합법 이민의 제한을 넘어, 심지어 '리마이그레이션(remigration)', 즉 어떤 신분이든 이민자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발상으로까지 확장됐다. 그 결과, 미국 시민인 키스 포터 주니어는 노스리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총에 맞아 숨졌고, 미니애폴리스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르네 니콜 굿 역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에 사망했다.
ICE는 과거 5개월이던 교육 기간을 단 8주만 끝낸 수천 명의 신규 요원들과 함께, 곧 미국의 거리와 주거지를 휩쓸 준비를 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4조는 정부가 시민을 상대로 “부당한 수색과 체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부통령은 그런 일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예고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의 제시 워터스와의 인터뷰에서 “ICE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집집마다 방문하게 되면서 추방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ICE 단속 과정에서 SUV 앞을 가로막고 있던 요원 앞에서 차를 몰고 벗어나려다 총격으로 사망한 르네 니콜 굿의 죽음이 정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세 아이의 엄마였던 37세의 굿을 “매우 슬프게도 급진 좌파로 세뇌됐다”고 표현했다.
2026년 초에 접어든 지금,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들조차, 필자가 ‘라 미그라(la migra)’라고 부르는 이 지나치게 성급하고, 우왕좌왕하며, 걸핏하면 총을 쏘는 연방 이민 단속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ICE와 국경순찰대, 그리고 자매 기관들이 로스앤젤레스를 실험장 삼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이후, 정부는 대규모 추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참전용사든,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라티노든 아니든-을 “미국의 적”처럼 다뤄 왔다. 시민들의 현관문이 강제로 부서졌고, 정부 시설 앞에서 기도했다는 이유로 후추탄을 맞았으며, 요원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됐고,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가짜로 취급돼 구금되기도 했다.
르네 니콜 굿이 운전하던 SUV를 향해 ICE 요원이 총을 발사하는 순간. [ABC7 뉴스 화면 캡처]
트럼프 행정부의 가속화된 단속 인력 충원과 폭력적인 이민단속을 고려하면, 이 가면 쓴 얼간이 이민단속 요원들이 여러분의 집 문을 두드리거나, 신분증을 요구하는 날이 와도 놀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는 편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문제를 피하라”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제가 당신을 찾아오는데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
그래서 지난주 발생한 포터와 굿의 죽음, 그리고 밴스의 권위주의적 주장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전례 없이 강력하게 이 거대한 ‘추방 괴물’에 맞서도록 각성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반 ICE 시위가 열렸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025년 내내 트럼프에 대해 침묵해 왔던 보수·자유지상주의 성향 인사들조차 굿의 죽음과, 그녀를 향한 행정부의 모욕적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ICE의 통제 불능 행태는 점점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굿이 사망한 날 실시된 유거브(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ICE의 운영 방식에 부정적이었다. ICE의 호감도는 1년 만에 플러스 16%에서 마이너스 14%로 급락했다. 조사 결과는 당연히 정당별로 갈렸지만-민주당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공화당은 여전히 ICE를 트럼프의 영웅적 법질서 수호자로 본다-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무당파층은 과반수 이상이 ICE의 행태에 반대하고 있다.
중도층을 잃는다면, 그는 미국을 잃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바나나 공화국식 독재자로 변신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정권을 내놓지 않겠다고 결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이 행정부가 그런 ‘악몽’을 현실로 만들려 한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회운동에는 순교자가 필요하다. 만약 포터와 굿의 죽음이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들에게 “ICE로부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면, 그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와 그 하수인들이 굿의 명예를 그토록 집요하게 훼손하려 드는 것이다. 대중이 더 이상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런 음해는 예전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AI, 그록(Grok)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록이 내뱉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한때 업데이트 이후 스스로를 “메카히틀러(MechaHitler)”라 부르며 반유대 음모론을 퍼뜨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굿에 대해 “사람들을 차로 치려 했다”고 주장했을 때, 그록은 이렇게 답했다.
“여러 출처의 설명을 종합하면, 영상 속 차량은 서서히 앞뒤로 움직였을 뿐, 요원들을 들이받으려는 명확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인 '그레이엄 대 코너' 기준에 따르면 치명적 무력을 사용하려면 즉각적인 위협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상만으로는 그러한 사용을 승인할 수 없다.”
결국,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두 눈으로 본 사실을, AI조차도 트럼프 진영의 헛소리를 지적할 수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