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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1월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

New York

2026.01.26 21:16 2026.01.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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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즐기며 책상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바깥은 영하 7도의 차가운 날씨인데도 찬란한 햇빛을 머금은 하늘 전부가 쏟아진다. 나만의 공간인 책상 앞에는 남동쪽으로 난 두 개의 창문을 뚫고 눈 부신 햇살이 떼창으로 몰려온다. 창밖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실물의 크리스마스트리(Holly Tree)가 붉고 화려한 열매로 온갖 새들을 유혹한다. 새들도 오늘과 같은 축복의 기회를 맘껏 즐기고자 신명이 났다. 갑자기 나무 한 줄기가 휘청댄다. 둘러보니 다람쥐 한 쌍이 신나게 장난치며 나에게 즐거운 아침을 선물한다. 아!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다. 행복한 아침이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 지난 11월에 폭풍과 눈사태가 염려되어 큰 나무 6그루 이상을 베어냈다. 마음이 정말 아팠지만, 그런대로 상록수와 나목이 겨울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켜 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참 신기하다! 12월 말이었던 지난주만 해도 정신없이 분주하고 시간에 쫓기며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다. 단 며칠 사이 새해라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는 것일까.  
 
미국 생활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서 바빠지기 시작한다. 거리에는 벌써 차량이 많아지고 학교 버스 천국이 된다. 10월 말이면 핼러윈, 11월엔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벌써 와있다.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대한 의식이 되었다.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게 절정을 향해 치닫던 연말을 보내고 나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몸과 마음에서 기와 진이 다 빠져나가고 몸살을 앓게 된다. 준비의 여부와 상관없이 새해는 벌써 우리보다 먼저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새해 아침에 찾아온 고요, 고요는 평화를 부르고 평화는 내 마음에 평온을 부른다.  
 
1월은 2월 속으로 질주할 것이다. 모두 몸을 움츠리며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꾸역거리게 된다. 이때다. 1월은 나에게 집중하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겨울나무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히 겨울잠만 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토록 거칠고 척박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견디기 위해 치열하게 사투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온갖 뿌리들은 지하조직에서 연락망을 통해 상생의 길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이 겨울만 잘 견뎌보자고 서로 어깨를 껴안고 있을 것이다. 오는 봄에 피울 꽃과 잎을 생각하며 이 추운 겨울에 죽을힘을 다해 버텨보자며 서로 위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자연의 순리를 생각하면 겨울은 참으로 따뜻한 계절이다.  
 
야외생활을 하다 보면 시선과 관심이 분산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주위에 널려있는 물건들,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이들을 한 번씩 시나브로 연상해 본다. 평소 지나쳤던 시선에 애정을 담아본다. 올해의 작은 소망을 다짐해 본다.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고 섬세하고 예리하고 곱게 나 자신을 연마하고 싶다. 나의 오감을 존중하고 음미하며 나에게 이 감각을 선물한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삶이란 고귀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묵과할 수 없다. 모든 것에는 존재 이유가 있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다. 천천히 관심을 두고 바라보고 들어주어 그들만이 품어내는 향기를 음미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정제하고 싶다. 원석에서 최고의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를 정제하듯, 백지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을 담아내는 노력, 생의 최고 걸작은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 없이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새해 아침 고요한 시간을 맞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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