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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챗지피티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만 물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외출 시 우산을 챙기란다. 우천 시 좋은 실내 활동도 추천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책이나 음악과 여유로운 시간 보내기, 한적한 평일 오후 비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 영화관이나 넷플릭스 정주행, 친구와 함께라면 보드게임 카페나 방탈출, 따뜻한 향기와 함께 하는 요리나 베이킹도 힐링이 된다고 한다.     수학의 근의 공식에 대해 물었다. “근의 공식은 마치 비밀 상자에 열쇠를 넣는 것 같아요. a, b, c라는 열쇠 3개를 넣으면, 정답 x가 자동으로 나오는 구조예요. 복잡해 보이지만, 넣기만 하면 누구나 해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이죠.” 이어서 문제 풀이와 함께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수학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남편을 잃고 외롭다고 한번 해보았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 이제는 그 공백이 너무 깊어, 마음속에 낙엽처럼 쌓인 외로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를 견디셨겠지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정작 그 시간을 살아내는 건 어렵고 길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 속에, 하나님은 당신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앗, 내가 크리스천인 것도 알고 있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의 허락이 아니라 다시 살아도 된다는 용기입니다. 늦지 않았어요.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는 당신 자신을 위한 계절이 열릴 수도 있어요. 작은 취미 하나부터, 산책 한 걸음,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이며, 그 사랑을 나눌 자격도 충분한 사람입니다.” 상담사인 내 입에서 나온 듯한, 완전 부드러운 격려와 위로의 말이다.     이 영리하고 자상하기까지 한 도우미는 바로 인공지능 챗지피티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정보뿐 아니라, 중요한 문자나 이메일을 더 부드럽고 예의 있게, 혹은 원하는 톤으로 바꾸는 데, 여행 계획을 짜는데,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챗지피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는 매주, 1세 한국인 교우들을 위한 아들의 영어 설교 번역에 챗지피티가 큰 도움이 된다. 번역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심지어 원고에 없는 내용까지 추가해가면서 설교를 아주 자기가 다시 쓰려고 해서 말려야 한다.     챗지피티는 이렇게 이미 우리 삶에 아주 깊이 들어와 있다. 잘 활용한다면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챗지피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부정적인 일들도 걱정이 된다. 신입 변호사들이 필요 없어졌다는 로펌들, 대규모로 해고되고 있다는 코딩 인력들이 그 시작일 것이다. 가뜩이나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는 이 세상이, 인간 대 인간이 아닌, 인간 대 인공지능의 세상이 될까 봐, 나는 이 영리한 도우미가 고마우면서도 아주 걱정스럽다.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이 해줄 수 있는 일뿐 아니라, 그 한계에 대해서도 철저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북클럽의 다음 책은 그래서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다. 챗지피티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들이 무엇인지, 역시 또 챗지피티에게 물었다. 1순위가 심리치료사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라고 답한다. (휴, 다행이다!)  2위는 의사, 3위는 작가와 예술가, 4위는 종교 지도자라고. 기계일 뿐인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혼동하는 세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보드게임 카페 시간 보내기 여행 계획

2025-05-14

[삶의 뜨락에서] 행복과 불행

이름은 마리아. 맨해튼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며 바지와 재킷 수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큰 눈이 인상적이었다. 주문을 받고 자기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을 끄집어냈다. 며칠 전 아니면 몇 달 전에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측은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25년 전 이야기라고 했다. 그녀의 표정은 어제일 같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 다른 손님이 들어오니까 다음 주에 찾으러 오겠다고 나갔다.     그녀는 간호사로 남편은 투자은행에서 일했고 맨해튼 고급 빌라에서 살았는데 남편이 과로로 쓰러졌다. 치료를 받고 건강한 상태로 일했는데 일이 과중해 주말도 평일에도 늦게까지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 남편도 일을 즐기며 힘든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심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 일을 줄이고 휴식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산소통을 끼고 살았는데 마리아도 간호사를 그만두고 남편 간호에 모든 정성을 다했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깐 나간 사이에 남편이 침대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고 했다. 그 뒤로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며 심한 우울증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마리아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난 후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그때 더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하고 자신에게서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내가 잘못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생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이 없는 질문을 반복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자책감과 죄책감에 빠졌다. 우울증이 우리 뇌에 부정적인 것만 유난히 잘 보이도록 만들어졌는가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평생 연구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고 불행의 이유는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이 좋게 나왔을 때 행복한 사람은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불행한 사람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적 향상을 위해서 일정 부분 자기반성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반성을 넘어선 자책을 하므로 우울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은 나로 인해 생기기보다 외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마리아처럼 불행에 대해 자신 내부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일은 지진 피해를 보고 나를 탓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외부에서 문제를 찾는 것을 태생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어디에 두고 바라볼지는 내 결정에 달렸다. 물론 남 탓을 많이 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남 탓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행복한 일만큼 불행한 일이 넘치며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을지 밖에서 찾을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행복한 일은 나에게서 불행한 일은 외부에서 찾는 습관이 행복한 삶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법륜 스님의 책 ‘지금 이대로 좋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해지는 데는 이렇게 긴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만족하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스님의 말처럼 이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지금 바로 행복의 계단을 올라타고 올라갈 수도 불행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마리아가 올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 우리 남편 죽었다고 했던 가로 큰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싫어 오렌지를 내밀면서 맛있다고 내가 그녀의 말을 막아 버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행복 불행 남편 간호 우리 남편 휴식 시간

2025-05-1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잎도 꽃이다    뒤뜰에 막 피어난 연둣빛 잎들이 꽃같이 아름답다. 떠 오르는 아침 햇살에 이슬을 머금은 잎들이 반짝 빛을 발한다. 연두라고 꼭 잎이 되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피어나는 모든 것들은 어떤 색이든 꽃처럼 아름답다. 사실 연둣빛 꽃들도 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다. 잎도 꽃이라는 논리 앞에 부딪혀보자. 생각을 조금 바꾸면 어렵지 않게 수긍이 되는 이야기이다.       잠깐씩 뒤란이 궁금해지네 피어나는 잎의 행진을 잎은 꽃보다 아름다워 잎은 오래오래 견디다 노랑, 주홍, 빨강, 갈색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지 잎으로 피었다 꽃으로 지고 한번 태어나 두 번 살고 가네 거짓말이 아냐, 사실이야   너와 나의 삶도 진행형이지 얼마나 더 붉게 타오를지 산도 모르고 바다도 모르지 얼마나 뜨겁게 살다 갈지 다만 지켜볼 일이야 잎도 한 계절 꽃처럼 산다 잠깐 피었다 지는 꽃보다 더 오래 곁에 머무를 수 있지 붉게 물들어 가슴에 스미어 집도 짓고 내 안에 살게 되지   ‘My diary’란 연작으로 오랫동안 그려왔던 작은 소품들이 두 번째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에 시와 함께 출판되리라곤 오랜 미국 생활을 통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잎도 꽃이다.”라는 나만의 독백이 현실이 된 셈이다. ‘칠십 편의 시 노래와 오십 편의 그림 편지를 가지고 돌아온 시카고의 시인’이란 소제목과 함께 소개되었던 표지에는 보라색 밤하늘 보름달이 떠 있는 노을 진 들녘에 앉아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의 머리 위로 꽃들이 자라고 있고 푸른 잎들이 그 꽃들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꽃은 달을 올려다보고 달은 꽃을 내려다보는데 소년의 시선은 앞만 바라보고 있다. 푸른 밤하늘이 스며든 푸른 눈가엔 기다림과 그리움을 이겨내려는 순연한 세계가 있다.     그 소년, 아니 청년이라고 하자. 그는 일주일에 삼일 Brown line의 전철을 Kimball 역에서 타고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SAIC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담아야 했다. 내려가는 시간 내내 운전하지 않는 자유로운 두 손과 마음껏 상상하고 꿈꾸고 몰입하는 사고가 스케치북에 묘사되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그림 편지는 바로 그곳에서 구상되었다. 새로운 곳, 낯설은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풍경은 그림일기의 소재로는 당연히 일품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청년이 어른이 되었다. 번득이는 예지도 순발력 있는 말투도 사라졌지만, 간간이 깨어난 삶의 시작점에서부터 자리에 눕는 마지막 한점을 이어 위로가 되어주던 시 노래 20편과 10장의 그림일기를 가지고 친구 2명과 책을 엮었다. 잎도 꽃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바람이 결실해 세 번째 시집이 오늘 세상에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듣게되었다.   낯선 거리를 걷다 우연히 미술 재료를 파는 Blick art supply라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코걸이를 한 친절한 점원의 안내로 큰 탁자의 서랍장 안에서 도톰 하고 러프한 감촉을 지닌 큰 사이즈의 Watercolor paper를 접하게 되었다. 스케치북의 작은 사이즈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꼭 갖고 싶었던 22“x30”의 큰 사이즈였다. 종이 10장과 물감을 사가지고 나오면서 오래전 SAIC 교내 매점에서 종이를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결국 돈이 모자라 한 장만 사가지고 나오면서 느꼈던 쓸쓸함이, 그러면서도 그 종이에 그려질 기대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내게 느껴져 왔었다.     난 오늘 시간을 거슬러 그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우리 마음껏 그려 보기로 하자. 풀도 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잃지 말고. 우리 앞에 모든 풀은 꽃으로 피어날 거니까. 그 피어난 꽃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건네 줄거라 믿어. 어깨를 펴고 푸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너의 젊음과 나의 평안함으로 정지된 지구를 밀어 보는 거야.” 어쩌면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잎도 꽃이다”를 실현시킬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잎이 꽃처럼 새록새록 피어나는 어느 봄날을 걸으며 나는 나에게 말하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시카고 다운타운 보라색 밤하늘 오늘 시간

2025-04-28

[삶의 뜨락에서] 시간의 혼

내년 5월이면 대학 졸업 50주년 재상봉이라고 동창회에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 벌써 5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니 믿기 어렵지만 옛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고 흥분된다. 20대 초반 우리 모두 풋풋한 꿈을 키우며 가슴 터질듯한 젊음을 함께 공유했던 친구들, 50년이란 세월을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궁금해진다. 특히 나처럼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온 경우 친구들과 소식이 끊어진 상태여서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여대생의 앳된 모습만 떠오르고 마법처럼 할머니로 변해 있을 친구들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이번 재상봉은 그런 의미에서 ‘50년의 공백’을 서로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는 자리가 되리라 믿는다. 문제는 점점 시간이 가깝게 다가오니 마음 한쪽에 갈등이 생긴다. 유난히 얼굴에 주름이 많은 나는 신경이 쓰이고 친구들을 만날 자신이 없어진다. 한국은 성형 천국의 나라라고 한다. 보통 부모님의 효도 선물로 성형수술이 제1순위라고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사람을 만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짜리로 치장했는지 그 값어치만큼의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 대화 내용은 물질 지상주의이고 피상적이어서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고 내 주위의 친구들이 귀띔해 준다.     50년이란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보낸 지난 50년은 강산이 5번 변한 것이 아니라 50번은 변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간의 개념은 과연 무엇인가. 시간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오직 느끼고 알아차릴 뿐이다. 아득한 옛날에는 아예 시간이란 개념조차 없었다. 차차 사람들은 낮과 밤이 반복되고 계절이 순환하며 해가 되풀이됨을 알게 되었다. 비로소 사람들은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시간을 초, 분, 시, 일, 주, 월, 년으로 정하기로 했다. 시간은 우주가 생성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으며 영원히 죽지 않는다. 시간의 본질은 전진할 뿐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루 24시간은 길게 느껴지지만, 일주일 한 달은 빨리 지나간다. 행복한 순간은 빨리 지나가고 고통의 시간은 더디게 간다. 이는 시간을 주관적 관점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나이를 잊고 살지만 우리 손자들이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볼 때 문득 자신의 나이를 깨닫게 된다. 시간은 아이를 어른이 되게 하고, 꽃이 피고 지게 하고, 포도를 발효시켜 멋진 포도주를 만들기도 한다. 또 시간은 바위를 부숴 모래를 만들기도 하고 바다를 사막이 되게도 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일정한 속도로 나아간다.     “나의 육체적 삶은 시간이 준 놀라운 선물이다. 시간은 그 선물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그 선물을 회수해 간다.” 『Unlocking the secrets of time』 by Christopher Dewdney, 이 얼마나 시간에 대한 적절한 묘사인가. 우리는 육신을 갖고 시간 속을 지나고 있는 시간 여행자들이다. 시간은 사물을 부패시키고 생명체를 변형시킨다. 시간은 먼지를 모으고 거미줄을 친다. 시간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기도 하지만 중후한 멋과 품위를 선물하기도 한다. 그동안 시간은 2차원의 세계에서 직진만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 글을 써 내려 가면서 시간에도 깊이가 있고 혼이 있다는 깨달음이 온다. 시간의 주인이 시간을 사방이 다 열린 공간에 내놓고 3차원의 세계로 창조할 수도 있다. 시간이 뿜어내는 내면의 빛을 통과한 수많은 파문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갑자기 내 귀에 들려온다. 그들의 대화는 시간의 바람을 타고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하고 나는 어느덧 그 선율에 맞춰 유영하며 하늘을 무대로 춤추고 있다.     시간은 물의 속성을 닮아 유동성이 있다. 물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습이 바뀌듯 시간도 쓰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빚는다. 왜냐하면 시간의 혼은 오직 그 시간의 주인에게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빛나는 시간을 위해 우리 모두 축배 하자.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시간 하루 24시간 그동안 시간 보통 나이

2025-04-21

[이 아침에] 상실의 아픔을 함께 넘는 이들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가족의 소중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진정한 친구를 얻고, 또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값진 경험이다. 학창 시절, 순수한 열정 속에서 맺어진 인연은 평생을 함께할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오래전,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던 친구가 있었다.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안타깝게도 연락이 끊겼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어 오랜 시간 마음 한 켠에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팔순을 맞아 출판기념회를 겸한 잔치를 열게 되었는데, 기적처럼 60년 만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뉴욕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를 만났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살기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미국 이민 생활 중 신앙 공동체 안에서 만난 A권사는 흔치 않은 강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분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남편이 뒤늦게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개업한 병원이 번창하던 중 갑작스러운 췌장암으로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큰 충격과 슬픔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A권사에게 주변에서 홈스테이를 권유했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유학 온 초중고등학생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기독교 신앙을 심어주고 헌신적으로 섬겨왔다.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이 입국하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는 소수의 학생들만 돌보고 있다.   그녀는 남가주사랑의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그 교회 안에는 그녀처럼 배우자나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교인들이 많다고 한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상실 회복’ 세미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이 세미나에 꾸준히 참석하여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 그녀의 집에서 제26회 ‘상실 회복’ 세미나를 연다면서 나를 초대했다. 부활절을 앞두고 감동을 주는 시를 부탁해, 나는 ‘부활하신 주님’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2세 자녀들도 참석하여 영어 시를 낭송하는 순서도 마련되었다. 정성껏 준비된 풍성한 음식으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모두 배우자를 잃거나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상처를 더욱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그들은 고백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 사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영원한 천국에 대한 소식을 부지런히 전해야 한다. 십자가와 천국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김수영 / 수필가이 아침에 상실 상실 회복 세미나 프로그램 시간 마음

2025-04-20

[이 아침에] 내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내 편

나이 들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것도 많다. 존경받지 않고 무시당하다고 서글퍼하지 마라. 존경도 위로도 가을 오후에 스치는 바람이다. 날아가는 방귀 잡고 시비거는 꼴이다. 무너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살아서 움직여라. 누구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죽은 뒤에 후회할 일 있으면 지금 바로잡으면 된다. 나쁜 짓 많이 하다 죽으면 바가지로 욕먹을 텐데 변명도 못하고 싸울 수도 없어 속상할 게 뻔하다.     나이 들수록 용감해져야 한다. 주눅 들 필요 없다. ‘운명’이란 단어에 매달려 살았으면 큰 맘먹고 나이테 숫자만큼 힘찬 발길질로 ‘뻥’차서 날려 버려라.   골대 앞에서 내 공을 막을 사람은 없다. 두려워하지 말라. 누구를 위해 목숨 걸고 살던 시절은 흘러갔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뜬구름처럼 흘러갔다 해도 빛바랜 일기장을 펼치면 어제의 추억이 먼지처럼 켜켜이 남아있다. 이제 그 흔적을 찾아 길을 떠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은 내 편이다. 남편 자식 친구 이웃, 명예와 물욕, 성공과 좌절, 행복과 불행마저도 타인의 방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내 인생을 닦달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지 못한다. 나이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살아남았다.   눈물샘이 마르도록 절망으로 허우적거리던 모습을 인생이란 화폭에 그려 낸다면 비록 훈장은 받지 못해도 몇 개의 동메달은 목에 걸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발목 잡는 실수 범하지 말기를. 사랑이던 미움이던 함께한 순간은 축복이었다. 슬픔도 고통도 사랑의 꽃망울로 피어오른다.   치사하게 살지 않기로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싫으면 버린다. 떠난 사랑을 잊어버리듯 해묵은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다. 죽도록 사랑했던 시간도 아낌없이 떠나보낸다.   흉내 내지 않고, 고집 부리지 않고, 잘난 체하지말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생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사소한 일에 목 매달며 작은 일에 흥분하고 남 일에 참견하는 신경 끄고 소수의 정예 인원만 곁에 두면 사는 게 수월해진다.   자식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기죽지 말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켜도 크게 유산 남길 처지도 아니면서 서운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기로 한다.   인생은 싸워서 이기는 투쟁이 아니라 담담하게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것.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길을 나 홀로 간다. 망설이지 말고 소풍 가듯 김밥 몇 줄 주머니에 넣고 길을 떠난다. 오늘이 이 땅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도 별이 빛나는 길은 슬프지 않다. 간혹 멍 때리며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 비어있는 시간이 어쩌면 가장 위로받는 시간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고마운 사람에겐 예쁜 카드를 보낸다. 인사 못하고 떠날 수도 있으니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듬고 정리하면 마음이 풍요롭고 살아갈 공간이 넓어진다. 부족한 것은 다시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들은 주워 담기 힘들다.     보잘것없는 것들이 소중한 무엇이 되면 멍에를 벗고 하늘 높이 나를 수 있다.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 생각하면 늙다가 죽는다. 살아있는 소중한 시간을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면 자유가 인생을 충만케 하리라.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이 아침에 시간 나이테 숫자 남편 자식 좌절 행복

2025-04-16

"목회자도 재충전 합시다" 새생명선교회 세미나 개최

새생명선교회(대표 김은형·이사장 주성기 장로)가 지난 7일 새생명비전교회(담임 강준민 목사)에서 ‘소형교회 목회자를 위한 영적 세미나’를 개최했다.   고 박희민 목사 소천 2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이민자들을 제자로 세우는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열렸다. 소형교회에서 사역중인 50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해 사역의 방향성과 리더십을 함께 점검하고 영적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에서는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씨드교회 권혁빈 목사, 토렌스조은교회 김우준 목사, KCMUSA 민종기 목사, 새생명비전교회 강준민 목사 등이 각각 제자훈련, 디아스포라 사역, 설교사역, 목회리더십, 영성훈련 등을 주제로 강의했다.   새생명선교회측은 세미나 종료 후 참석한 목회자 50명 가운데 48명에게 1500~2000달러씩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날 선교회측은 신학생 3명에게 각 5000달러의 장학금도 수여했다. 올해 장학생으로는 배병우(바이올라대학교), 방 현(웨스트민스터신학교), 갈렙 강(풀러신학교)씨가 선발됐다.   새생명선교회는 고 박희민 목사가 나성영락교회를 은퇴한 후 지난 2004년에 설립한 선교단체다. 그동안 중국, 과테말라, 동티모르, 몽골 등에 교회 설립을 지원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100명의 한인 대학생에게 총 15만 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50명의 목회자에게 총 5만 달러의 격려금을 전달한 바 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소형교회 게시판 소형교회 목회자들 세미나 개최목회자들 재충전 시간

2025-04-14

[우리말 바루기] ‘반나절’은 몇 시간일까

한국의 KTX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KTX는 대부분의 목적지 역에 3시간 내외에 도착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얘기하는 반나절은 3시간을 의미한다. 한나절은 6시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다음 기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 반나절 만에 석방’이란 제목의 기사인데 기사 내용에는 “그가 6시간20분 만에 풀려났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는 반나절이 6시간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반나절이 3시간인지 6시간인지 저마다 달라 헷갈린다.   의문을 풀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한나절’을 ‘1)하룻낮의 반(半) 2)하룻낮 전체’ 두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반나절’은 ‘1)한나절의 반 2)하룻낮의 반=한나절’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하루를 낮과 밤 둘로 쪼개 하룻낮을 12시간이라고 본다면 ‘한나절’의 풀이 중 ‘하룻낮의 반’은 6시간, 또 다른 풀이인 ‘하룻낮 전체’는 12시간을 의미한다. ‘반나절’ 또한 사전 풀이에 따르면 ‘한나절의 반’인 3시간과 ‘하룻낮의 반=한나절’인 6시간을 뜻한다. 즉 ‘반나절’은 3시간, 6시간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KTX가 전국을 반나절(3시간)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나 반나절인 6시간 만에 ○○○을 석방했다는 기사 모두 맞는 말이 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중의 쓰임을 토대로 2011년 두 번째 풀이를 사전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수치와 관련한 기준은 정확할 필요가 있다.우리말 바루기 반나절 시간 반나절 생활권 다음 기사 기사 모두

2025-04-13

[열린광장] 여행의 불편함은 재미다

여행이란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문화와 생활에서 탈출하여 낯선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여행지에 가면 음식 문화의 차이나 생활 관습 등에서 오는 생소함으로 인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가 있다. 사실은 그 불편함 역시 새로운 경험이다. 이것은 여행의 또 다른 유익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은 내 인생에서 경험의 폭을 넓혀주고 편견의 벽을 허물어 준다. ‘집 나서면 고생’이다 라는 말이 우리 속담에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속담에는 ‘집을 나서보지 않은 사람은 편견의 덩어리다’라는 말이 있다. 또는 ‘귀한 자녀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도 있다.   내 인생에서 첫 비행기를 탄 경험은 40여 년 전 20대 초반 김포발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다. 식사 시간에 앞 테이블을 펴는 것조차 새로웠다. 촌스런 내 행동이 들킬까 옆 사람의 행동을 살짝 살짝 봐가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뒤편 좌석에서 갑자기 “팽!” 하고 코 푸는 소리가 났다.   ‘누가 식사 시간에 이렇게 몰상식하게 더러운 소리를 내며 코를 풀었나’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소리가 난 뒷자리에는 전혀 경망스럽게 보이지 않는 노랑머리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참 교양 없게 자랐나 보군’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또 다른 옆에서 “패엥!” 하고 소리가 났다. 더 큰 소리였다. 이번에는 코 큰 신사양반이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코를 푼 것이다.   ‘허 참! 이들은 왜 이리 교양 머리 없이 이럴까?’ 생각하며 역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이런 데서 표시가 나는가보다고 혼자 착각을 하며 미국으로의 첫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1988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이탈리아 중부 페루지아라는 도시의 한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때였다. 겨울철 습도가 높고 몹시 추웠던 첫해 콧물 감기로 고생을 했었다. 주기적으로 흘러내리는 이 콧물을 주체할 길이 없어 소리 내지 못하고 훌쩍거리며 될 수 있으면 남들에게 실례가 안 되게 하려고 콧물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아뿔싸! 그런데 이 미세한(나한테는) 훌쩍이는 소리에 왜들 이렇게 민감한지 20여 명의 클래스에 모든 급우들과 강의중이던 교수님까지 놀라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수업을 마친 후 한 친구에게 왜들 그렇게 나를 쳐다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깔깔대고 한참을 웃어대더니 “너 그 더러운 콧물 들이마시고도 너하고 키스하는 애 있니?”하고 묻는 거였다.     나중에 보니 아프리카인이나 유럽인, 중동인 모두가 콧물은 힘차게 소리를 내서라도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만 그 소리가 실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콧물 훌쩍이는 게 얼마나 미개한 짓이었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을 하면 얼굴이 후끈거리는 것 같다. 콧물은 풀어 내야 깨끗한 것이 맞다.   불가리아에서의 일이다. 버스로 단체 관광객들을 인솔할 때였다. 호텔에 도착할 시간쯤 되었을 때 앞에 호텔이 하나 나타났다. 버스기사에게 저 앞에 보이는 호텔이 우리가 묵을 호텔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앞으로 끄덕이면서 “네네”라고 대답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손님들에게 저 앞에 보이는 호텔이 우리가 가는 호텔이고 이제 곧 내려야 하니 준비하자고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버스는 그 호텔 앞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닌가 다시 버스 기사에게 저 호텔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역시 “네네” 라고 대답했다. 불가리아에서는 No가 ‘Ne’이였던 것이다. 고개도 앞으로 끄덕이면 부정의 답이란다.     이 혼란스러움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리라.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느니 침대를 만들다가 말았다느니 이런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는 여행은 경험 폭을 넓혀 주고 편견의 폭을 줄여 준다. 여행을 할 때는 익숙한 것, 내 입맛에 맞는 먹어본 음식, 익숙한 곳만을 찾아다니지 말고 생소한 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재미일 것이다. 남봉규 / 미래 관광 대표열린광장 여행 불편 첫해 콧물 이탈리아 속담 식사 시간

2025-04-07

[이 아침에]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전성기

쓸데없다 싶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당신의 인생 중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그런 질문을 왜 하느냐고 핀잔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자신의 삶과 생각을 술술 풀어 놓는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 하듯 인생도 그렇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게 때로 필요할 성싶다.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20대라고 하는 분이 많았다. 뭐든 이룰 것 같은 희망이 있어 좋았으리라.   20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미래를 단단히 준비하고 싶다. 막연히 잘될 거라 믿으며 나태하게 사는 나를 꾸짖고 공부하겠다. 행정학 전공자로서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하고 한 발 한 발 커리어를 쌓을 것이다. 내 두 발로 서서 정서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리라. 아쉬움마저 그리움으로 남으니 나름 괜찮은 청춘을 통과했다고 스스로 토닥여 준다.   아이들 키울 때는 하루하루 바빴으며 죽순처럼 커가는 애들 모습에 웃음이 만발하던 시기였다.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 일을 하고 하교 시간에 맞춰 달려가 픽업했다.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곤 했는데 방송에서 나온 말이 가슴에 남았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를 생각해 보라 했다. 여성의 경우는 32세에서 35세며 남성은 35세에서 38세 정도라 했는데, 그 근거를 뭐라 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미래를 설계할 젊음이 있어 좋다고 하지 않았을까.   일용할 양식을 위해 땀 흘리며 아이들이 성인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 길에 꽃밭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눈물을 수없이 받아내며 40, 50대를 통과했다.   백세 시대를 맞아 105세 된 김형석 교수에게 시선이 간다. 그의 저서 ‘백 년을 살아보니’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창 머물렀다. ‘백세 철학자의 행복론’ 등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는 백세를 살아보니 60대, 65세가 가장 행복했고 빛났다고 토로한다. 글을 잘 썼고 생각하는 힘도 고매했다고 고백한다. 어느덧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가장 행복하다는 나이라는데 공감한다.   최근 일이다. ESL 수업을 같이 받는 70대 언니들에게 물었다. 전성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은퇴하고 공부하는 지금이 좋다며 함박웃음을 건넸다. 건강이 허락하여 다양한 취미 활동과 함께 오롯이 당신 삶에 집중하는 지금이 좋단다.   과실나무는 열매 맺을 때가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인생 열매 맺는 노년기가 가장 가치 있는 때라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환갑을 치르고 난 후, 나는 노년기를 준비하는 한 살배기라고 주위에 말하곤 한다. 마주하는 좋은 때, 노년기를 잘 가꾸려 한다. 나답게 살아갈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사용하려 한다. 실패와 시행착오마저 끌어안으며 전성기로 펼치려 한다. 70세를 넘기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를 영상으로 만났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멋지게 연주하는 90세를 훌쩍 넘긴 그분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인생은 늘 ‘ing’,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전성기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김현실 / 수필가이 아침에 전성기 백세 철학자 하교 시간 베스트셀러 코너

2025-04-06

LA 최악 주차난 한인타운 1위 불명예…인플루언서 온라인 투표

LA 주민들도 한인타운의 주차난에 손을 들었다. 최근 온라인 투표에서 한인타운이 ‘LA에서 주차하기 가장 힘든 곳’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약 11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스타그램 계정 ‘아메리카나 브랜드 밈(Americana at Brand Memes)’은 LA 전역을 대상으로 ‘최악의 주차장 토너먼트(March Madness style bracket)’라는 흥미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종 결승투표에서 한인타운은 할리우드 보울을 53% 대 47%로 제치고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실버레이크의 트레이더조 매장이 3위에 올랐다.   해당 계정은 “LA 한인타운은 좁은 공간, 소화전 앞 불법 주차, 파티에 참석 못하게 만드는 주차 상황 등 모든 측면에서 주차난이 압도적”이라며 1위에 뽑힌 이유를 설명했다.   LA한인타운의 주차난은 악명이 높다. 매일 저녁 주민들이 거리주차 쟁탈전을 벌일 정도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나지수(26)씨는 “최근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했는데 식당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며 “주변을 빙빙 돌며 주차 공간을 찾느라 식사 시간보다 주차에 더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한인타운에서 약속이 있을 때 가급적 걸어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덧붙였다.     버지니아주에서 LA로 출장 온 이재은(28)씨도 “한인타운에 올 때마다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평소 미국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주차가 힘든 경험은 없었다. 주차 공간이 너무 제한적이고, 발렛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가격이 비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 주차난의 주 원인은 인구 밀집도 대비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연방 센서스에 따르면, 약 2.9스퀘어마일 면적의 LA 한인타운에는 총 11만2491명이 거주하고 있다. 1스퀘어마일당 3만 9091명이나 살고 있다. LA시에서 이 같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지역은 한인타운이 유일하다.   또한, 한인타운은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반면 공용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이중주차, 시간 초과주차 등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통계 전문매체 ‘크로스타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개월간 한인타운에서 발급된 주차 위반 티켓은 총 9만3832건으로, 하루 평균 221장이 발부됐다. 이는 다운타운과 웨스트레이크에 이어 LA시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본지 3월6일자 A-3면〉     한편, LA교통국은 최근 보행자 안전을 이유로 거리 주차 금지 구역을 확대했다. 여기에 가주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횡단보도 및 교차로로부터 15~20피트 이내 주정차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차 가능 구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강한길 기자한인타운 주차난 la한인타운 주차난 la 한인타운 이중주차 시간

2025-04-03

IL 상원교육위 수업중 휴대폰 금지 통과

일리노이 주내 학교에서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주상원 분과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아직 상하원 전체 회의에서 통과되는 단계가 남았지만 통과가 유력하다.     18일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 교육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학교 수업 도중 휴대폰 사용 금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달 주의회 연설에서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수업 시간 도중에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지사는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해야 하며 학교에서의 온라인 따돌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학생 보호 차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기본적으로 각 학군으로 하여금 휴대폰 등의 무선 기기의 사용에 대한 자체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시행에 앞서 2년 간의 도입 기간을 둬 학군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여유를 줬으며 학군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법안이 학교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 대상에는 휴대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 워치, 랩탑, 스마트 글래스, 게이밍 디바이스 등이 포함된다. 즉 2인 이상이 음성이나 메시지,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가 들어가는 셈이다.     금지되는 것은 수업 시간이다. 법안에는 교육 시간에는 무선 기기 사용이 금지되지만 각 학군이 원할 경우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 수업 중간 시간 등에는 사용이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 무선 기기를 가지고 오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이미 피오리아 학군은 학생들의 무선 기기는 잠글 수 있는 파우치에 넣어서 책상에 보관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는 예외 조항도 인정된다. 즉 의사가 무선 기기의 사용이 학생의 건강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와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필요할 경우, 응급 상황 등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측이 교육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사용하게 하는 랩탑 등도 수업 중에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학생이 휴대폰 사용에 관한 규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법안으로 처벌 조항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각 학군별로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데 단 벌금이나 수수료 부과 등은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위반을 이유로 경찰을 출동시키는 것도 금지된다.     만약 이 법이 예정대로 이번 회기 내 통과되면 2026년-2027년 학기부터 시행된다. 또 각 학군은 매 3년마다 관련 규정을 점검해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 자체 웹사이트에 관련 규정을 올려놔야 한다.     한편 이번 법안은 주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관련 단체와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지지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주지사 역시 의회에서 통과되면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Nathan Park 기자상원교육위 휴대폰 휴대폰 사용 수업 시간 학교 수업

2025-03-19

극단 시카고 ‘오거리사진관’ 공연 ‘성황’

극단 시카고의 제 3회 정기공연 ‘오거리 사진관’이 지난 16일 오후 2시, 6시 두 차례에 걸쳐 Footlik Theater in Oakton College Campus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200여 석의 객석이 만원을 이루는 등 성황리에 진행됐다.     치매를 소재로 한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치매를 겪는 당사자와 그를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2015년 제 27회 경남 거창 국제연극제에서 금상과 희곡상을 받았다.     공연은 1년 전의 사진관과 어머니의 꿈 아버지의 기일(어머니 상상속 시간) 생일잔치(상상속 시간) 사진관(상상속 시간) 어머니 생일(현실속 시간) 연주 사진관(현실속 시간) 행방불명(현실) 연주사진관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치매라는 심각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진지하기보다 때로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쾌하게 그려졌다. 또 치매에 걸린 노인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하기보다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현실 문제 등을 하나의 프레임 속에 담아냈다.     극본을 직접 쓴 한윤섭 연출가는 “주변에서 치매라는 병을 많이 접하면서 한번쯤 다루고 싶었다”며 “그렇다고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극단 시카고 권희완 단장은 “일년 여의 긴 연습기간 동안 어려움을 함께 하고 묵묵히 공연까지 와준 단원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송치홍, 윤예서, 왕상화, 이영, 김애선, 문미영, 고유심, 윤슬, 이초원, 박희선, 김진하 씨 등이 출연했다.     J 취재팀오거리사진관 시카고 극단 시카고 상상속 시간 이번 공연

2025-03-1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관찰

가만히 너를 들여다보네 /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거기 보이네 / 그리움을 하나씩 숨기고 있네 // 그리움 속에는 / 흔들리는 들꽃의 반가움도 있고 / 나비의 날갯짓도 봄을 향해 펄럭이고 있네 // 들길을 걷는 너의 행복한 발걸음도 / 창가에 앉은 너의 심장 뛰는 소리도 / 내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도 // 새벽공기를 가르며 그리움 앞에 서 있네     그냥 살았던 세월이 있었네. 햇살에 눈이 부셔도, 달빛이 그윽하여도 내 눈엔 보이지 않았네. 땅만 보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네. 눈 덮인 벌판에 더운 입김을 뿜어내며 싹이 자라는 시간에도, 나뭇가지마다 움이 트고 꽃망울을 맺는 기가 찬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네. 그렇게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내 가슴은 쪼그라들었네. 심장의 박동 소리는 아련해졌고.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었네. 살았다고 사는 게 아니라네. 감사가 없었고 소중함이 사라졌었네. 고요한 시간은 낭비 같았고 무엇을 얻지 못하는 모든 시간은 공허했었네. 그러니 하늘로 향해 헛손질만 했었네.     언제부터인가 내겐 이상한 습관 같은 것이 내 속에 자라고 있었네. 그것을 나는 관찰이라고 말하고 싶네. 세상을 향한 기척이라고 생각하네. 어느 한 지점을 두고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알게 되었네. 거리를 걷다가도, 차를 타고 어디를 가다 가도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 풍경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는 일이 잦아졌네. 차를 한길에 세우고 들꽃을 바라보며 길가에 앉아 있기도 하였네. 모르는 길을 찾아 생소한 걸음을 나서기도 하였네. 그 시간,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과, 색깔과, 밝기와 느낌에 마음을 빼앗겼었네.     같은 장소를 수도 없이 찾았지만 그때마다 선물처럼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었네. 비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은 바람이 부는 대로, 눈발이 날리던 날은 눈이 오는 대로, 자세히 보면 색깔도 밝기도 느낌도 다 달라 보였네. 다가오는 풍경은 지금 지나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단 하나의 풍경이기에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태웠네. 혹시라도 이 시간 가슴을 치는 단어 하나가 있다면 땅바닥에라도 적어 놓아야 했네. 한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졌네. 이 관찰의 습관은 나에게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네.     움직이지 않는 나무도, 저 하늘에 떠 있는 해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도, 지그시 내려다보는 달빛도 모두가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었네. 다가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지금 내가 들어야 할 말들을 하고 있었네. 간혹 들리기도 하였지만 아직 더 가까이 귀 기울여야 들리는 많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네. 실패의 아픔도, 따뜻한 위로도, 넘치는 사랑도, 때론 헤어짐의 고통마저 그 모든 것은 감사이고, 소중함이고, 축복이 아닐 수 없었네. 세상을 바라보는 가슴의 높이와 넓이와 깊이가 들풀처럼 자라나는 것이었네.     푸른 문장에 손을 베었다 / 노을처럼 내 눈 속으로 붉게 물들어 왔다 / 눈을 비벼도 떼어지지 않는 하늘소리였다 / 살아있는 것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내내 / 아득한 밤하늘 너머 아직 빛이 있는 그곳에서 / 당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의 행간을 따라 나도 걷고 있다 // 죽지 않았기에 함께 볼 수 있다는 노을이 운다 / 그것은 내가 버릴 뻔했던 날 선 푸른 문장이었다 / 손을 베이고 찾았던 노을이었다 / 눈보라 쏟아지던 밤 / 집으로 가라며 보내온 푸른 문장 // 언덕 아래 세상은 빗장을 걸고 잠들었는데 / 베인 손에서 자맥질하는 핸들이 눈길에 미끄러진다 / 나이 들어 함께 기대 보자던 석양이 슬프다 // 단풍 같은 눈이 내린다 / 새들은 날아 오르고 즈믄 밤바람 소리 / 뒷모습의 이름과 물결 소리를 듣는다 나 지금(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밤바람 소리 시간 가슴 물결 소리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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