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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잔치가 필요한 시간

Los Angeles

2025.12.01 16:59 2025.12.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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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성 경제부 부국장

최인성 경제부 부국장

‘수고한 자들이여 먹고 마셔라’까지는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최소한 연말 자축의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며 우리가 만나는 이유다.  
 
올해 남가주 한인 은행과 기업들 대부분은 예전과 같은 전직원 송년회 모임을 열지 않는다. 국가 경기와 고용이 팬데믹에서 벗어났다고 선언을 했다지만, 소수계 기업들의 심리적 위축과 우려는 여전한 것일까.  
 
한인 은행장들도 연봉이 소폭 오르고, 은행 내 인력 고용도 늘었지만 이번 연말은 조용하게 지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모여서 흥청망청하며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송년 모임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직장에서 꼭 필요한 이벤트다.  
 
첫째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회복’이다.  
 
열심히 일해왔음을 확인하며 리커버(recover)하는 것이다. 첨예한 경쟁과 생산 속에서 많은 직원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겨웠다. 물론 적절한 재정적 보상으로 위로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모여 지난 시간을 반추하는 의미는 돈 이상의 것이다.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옆 부서 동료들과의 인사,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는 직장생활에서 매우 값진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가치는 없어지면 금방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있을 때는 꽤 큰 힘을 발휘한다. 원상복구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또 달려야 할 내년을 위해서다. 더 많이 뛰고 일해야 하는데 목표를 적은 신년사나 단체 이메일 보다는 리더의 웃는 모습이 훨씬 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직원들은 리더들도 지난해 알찬 시간이었는지, 내년에는 어떤 각오로 뛸 것인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는 물론 조직이 바라는 내년의 생산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로는 직원들의 가족을 위해서다. 가족 구성원들은 그가 일하고 있는 조직의 성장 수치만큼이나 사무실에서 여유가 있는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행복한지 보고 싶어 한다. 이는 직원의 근속과 연계될 수 있는 사안이다. 크게 비싸지 않더라도 송년회 후 들고 오는 선물은 때론 그가 조직에서 가진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송년회는 웃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요즘은 혹시나 누구에게 상처나 폭력이 될까봐 말도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진행자를 비싸게 불러서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해서 모두 같이 웃어보자. 적어도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웃음에 인색한 리더는 리더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년회를 통해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웃음과 여유를 선물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수년 전 한 회사의 송년회에 초대받았는데 대표되는 분이 가장 먼저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인사말을 통해 가장 먼저 유머를 전달했다. 게임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지갑을 열었음은 물론이다. 평소에 기억해온 사무적인 모습과 달라서 보기 좋았다. 나중에도 두고두고 칭찬해드렸더니 “내가 망가져야 다 망가져서 신이 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밀려오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많이 웃지 못한 한 해였다면 송년회에서 신나게 웃어보자. 모두 그럴 자격이 있지 않은가.  
 
아쉽다.  
 
은행들과 기업들이 차라리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못한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더 많이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면 부서별로라도 조그만 파티를 꼭 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부가적이지만 한인타운에서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식당 업주들이 적지 않다. 렌트비 부담과 식재료비 상승으로 힘겨운 한인 요식업계에도 힘을 줄 수 있는 연말이 되면 어떨까. 올 한해 수고 많이 한 우리 독자님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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