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시카고 남성이 조건부로 가석방 됐다.
쿡 카운티 순회법원은 지난 26일 안토니오 포터에 대해 조건부 석방을 허가하면서 다음 공판 기일을 3월 10일로 잡았다.
포터의 석방 시점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재심을 요구해온 그의 가족과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터는 지난 2002년 7월 시카고 남부 그랜드크로싱 지역 제임스 매디슨 초등학교 앞에서 일어난 주사위 게임 도중 레이먼드 해리슨(28)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증거 부족 논란 속에서도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평결을 받고 징역 71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에서는 여섯 명의 증인이 나섰으며 이들 중 4명은 “포터가 범인이 아니다”라고 진술했고 핵심 증인 한 명은 수사 과정에서 강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측은 포터의 범행에 대한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포터는 수감 이후 줄곧 무죄를 주장했으며 2018년에는 추가 DNA 분석이 결정적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범인이 현장에 떨어뜨린 5달러 지폐에서 피해자 해리슨의 DNA만 검출됐고 포터의 DNA는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를 근거로 “사건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재판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포터 지지 활동을 이어온 시카고 고문피해정의센터 관계자들과 변호인측은 이번 법원의 결정을 “그가 되찾아야 할 삶에 한 발 더 다가선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사건 당시의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주사위 놀이 중 갑자기 “나는 이 때문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한 뒤 해리슨에게 9발을 발사하고 “이건 두기(Doogie)를 위한 것”이라 외쳤다고 한다. 두기는 2001년 사우스쇼어에서 사망한 로버트 카이저의 별명으로 해리슨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