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수주에 자동차 공장 보너스 양국 자동차 제조기반 확대 추진 한화는 철강 투입해 일자리 창출
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차량들
캐나다 연방 정부와 한국 정부가 자동차 제조업의 캐나다 유치를 포함한 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한국 기업의 캐나다 제조업 진출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산업 교류를 넘어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과 맞물린 전략적 행보로, 캐나다 제조업 부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연방 산업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타와에서 회담을 갖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포함한 산업 협력안에 서명했다. 비구속적 합의인 이번 MOU에는 자동차 완성차와 부품, 배터리 생산 시설의 캐나다 내 건립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담겼다. 양국은 전기차 전환과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산업 협력을 확대해 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협력의 이면에는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의 노후 잠수함 교체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나섰으며,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TKMS)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공급 조건으로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제조업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국방 조달을 계기로 자국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자동차 제조업 유치는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완성차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이 사실상 현대자동차와 기아뿐이라는 점에서,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산업 협력에서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MOU에는 특정 기업명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측이 실제로 제안할 수 있는 완성차 제조 주체가 제한적인 만큼 논의의 초점이 현대차·기아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토론토에서 열린 한-캐 자동차 포럼에서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협회가 현대차를 향해 온타리오주 전기차 공장 설립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캐나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 약 12%를 차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사업 논리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 수주를 겨냥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온타리오주의 중견 철강업체 알골마 스틸과 2억7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해 대형 철강 빔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 내에서 생산되지 않던 대형 철강 구조물을 현지에서 직접 제조해 초고층 빌딩과 교량 건설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별도로 7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이 투자로 지난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알골마 스틸은 고용 회복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화는 잠수함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캐나다 전역에서 약 1만5000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바스코샤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 정비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간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 투자를 국내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춰 한화는 다음 달 오타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육·해·공을 아우르는 캐나다 국방 사업의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현대차 측은 캐나다 공장 설립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조업 유치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캐나다 정부의 전략과 잠수함 수주를 포함한 산업 협력 성과를 요구받는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현대차를 향한 기대와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MOU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지, 아니면 캐나다 현지 생산이라는 실질적 투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