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가 그의 이름 새처럼, UC어바인(UCI)의 버클레이 극장으로 또 날아왔다. 올해가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딸애가 대학원 동문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지인들의 초청을 받았기에 거리는 멀지만 참석했다.
‘금난새’ 라는 독특한 이름은 1948년에 발표된 가곡 ‘그네’ 작곡가로 유명한 그의 부친 금수현이 지어준 순우리말이다. '그네'의 노래 가사는 시인이던 금난새의 외할머니 김말봉의 작품이다.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날아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가더라…'
자녀들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던 애국심이 가득한 부친 금수현과 바이올린 연주자인 어머니, 금난새는 3대가 음악가 집안이다. 금 지휘자는 병역을 마치고 이십 대 후반에 독일로 들어가 어렵게 공부했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 만나게 된 로벤스타인 교수의 배려로 6년 동안 사사했고, 그렇게 받은 은혜를 고국에서 베풀고 싶다며 실행하고 있다.
KBS 교향악단 최연소 지휘자가 됐고 임기를 마친지 14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어렵다는 클래식 음악을 쉽게 대중에게 해설하면서 국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 대한민국의 곳곳을 다니며 젊은 음악도를 발굴하고 실력을 펼 기회도 마련해 주고 있다.
어바인 대학교에서의 연주는 금난새의 리듬감 넘치는 해설도 시작되었다. 그는 시종 온화한 미소와 도란도란 일상에서 대화하듯 해설을 이어갔다. 큰 행사를 열게 해준 동문 후원자와 봉사자 중에 몇 사람을 호명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 박수를 쳐준 후, 신청곡을 받아 즉흥으로 연주하던 첫 번째 해의 연주회 모습도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덕분에 우린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인 ‘Some where my love’를 특별출연한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합주로 들었다. 또 대학생 시절을 추억하는 ‘러브 스토리’ 도.
금 지휘자는 섬세하면서도 유머 있는 말들로 청중을 계속 웃게 하였다. 해마다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하모니카 등 특별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올해는 아코디언처럼 생긴, 나도 처음으로 보는 악기, 밴도니언(Bandoneon) 연주가 등장했다.
금 지휘자는 백발의 나이에도 먼 길 달려와 이곳의 젊은 음악가들을 연결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2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지만 훈훈한 봄기운을 가득 불어 넣어주었다. 한국의 총동문회장과 미국 동문회가 합세해 대한민국인의 긍지를 높여주니 정말 고마운 행사이다.
이민 올 때 나는 우리 가곡전집인 LP판을 가방 속에 담고 왔지만, 여전히 미국생활은 삭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