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비교적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을 소유하다 보면,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마음을 쓰이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바로 경계 라인이 문제로 떠오를 때다.
지도 위에서는 단순한 선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일상에서는 그 선이 펜스와 나무, 드라이브웨이의 경계로 구체화된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그 경계가 분쟁이나 매매를 앞두고는 집 전체의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른다.
퀸즈의 한 주택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 집 사이에는 오래된 펜스가 하나 서 있었다. 누가 언제 설치했는지는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랜 세월 특별한 문제 없이 유지돼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강한 바람이 불었고, 펜스가 이웃 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쓰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책임과 수리를 두고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집주인은 망설였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관계만 어색해지는 건 아닐지, 공동으로 사용해 온 펜스이니 그냥 고쳐 쓰면 되지 않을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그는 먼저 이웃에게 말을 걸었다. 함께 펜스를 확인했고, 예전에 해 두었던 서베이를 다시 찾아 살폈다. 감정적인 판단보다 기록부터 확인하자는 선택이었다.
확인 결과, 펜스는 정확한 경계선이 아닌 자기 집 쪽으로 약 1피트 반가량 들어와 설치돼 있었다. 다행히 감정적인 충돌 없이 차분한 대화가 이어졌고,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펜스를 바로잡고 비용은 합리적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문제는 길어지지 않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오히려 한결 편안해졌다. 작은 확인 하나가 불필요한 갈등을 막아낸 사례였다.
반면 롱아일랜드의 다른 사례는 조금 달랐다. 펜스가 낡고 일부는 사라졌지만, 서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외진 공간이라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은 셰드(shed)를 지었고, 다른 한쪽은 나무를 심었다. 일상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고, 굳이 건드릴 이유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몇 년 뒤 매매를 준비하며 새로 서베이를 진행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셰드의 일부와 심어 놓은 나무들이 경계선을 넘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바이어는 즉각 부담을 느꼈고, 타이틀 회사 역시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거래는 예상보다 복잡해졌고, 결국 크레딧 제공과 가격 조정을 거쳐서야 마무리됐다. 셀러는 계획에 없던 비용과 시간, 그리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했다.
퀸즈든 롱아일랜드든, 이런 경계 라인 문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래된 주택일수록 펜스나 구조물이 현재의 서베이 기준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출발점은 대개 비슷하다. “지금까지 문제없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매매가 시작되는 순간, 그 ‘지금까지’는 더 이상 기준이 되지 않는다.
리스팅 상담을 하다 보면 “이웃과 잘 지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다. 하지만 매매는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의 과정이다. 바이어, 변호사, 타이틀 회사는 감정이 아니라 서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애매한 경계는 관계와 상관없이 언제든 리스크가 된다.
집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내부를 새로 고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경계, 애매한 구조물, 미뤄 둔 불편함까지 정리하는 일이다. 펜스 하나를 미리 바로잡는 결정이, 나중에 거래 전체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바람에 기울고 망가진 펜스는 다시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경계 라인을 둘러싼 문제는 미뤄둘수록 비용과 시간, 감정까지 함께 소모된다. 퀸즈든 롱아일랜드든, 집의 가치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땅 위에 그어진 경계 라인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가, 집을 정리하려는 순간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