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부터 폭설 주의보가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틀 전도 똑같고 내일부터 눈사태가 일어난다고 슈퍼마켓 앞에는 파킹장이 꽉 찼고 안에는 벌써 없어진 물건들이 많았다. 식구가 많은 가정은 재빨리 쇼핑하지 않으면 입맛대로 찾아 먹는 아이들을 달래야 하는 곤욕이 따른다. 토요일 일을 마치고 운이 좋으면 월요일도 가게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마켓에 갔다. 이틀이나 집에 있으려면 맛있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간식거리를 잔뜩 샀다.
일요일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그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작년 재작년 눈이 오지 않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낸 기억으로 살을 베는 듯한 이번 추위는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 우리 동네는 14인치가 쌓였다. 다행히 우리 집은 드라이브웨이와 데크에 쌓이는 눈을 3번에 나누어 치웠다. 한꺼번에 치우는 일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이미 터득했었다. 아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계단이나 모서리에 흘린 눈이라도 치우고 싶어 나가면 언제 따라왔는지 눈삽을 빼앗으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야단이다.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이틀 동안 집에 있으려니 죽을 맛이다. 새우깡 봉지를 뜯고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풋볼 경기라도 보려고 TV 앞에 앉았다. 평소에 관심 없던 사람이 풋볼에 흥미가 솟아날 리 없고 추운 날씨에 짧은 소매 입은 선수들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나 의심이 같다. 일하면서 먹는 것도 먹고 싶고 배도 고프다는 것을 느낀다. 식탁 위에 늘어놓은 알록달록한 먹거리도 보기 싫어 치워버렸다.
화요일 가게에 도착했다. 차 파킹이 문제다. 유로 파킹하는 곳은 이미 꽉 차 있어 문전 박대다. 가게 문 앞은 1피트 넘게 눈이 쌓여 철문을 열 수가 없다. 바람이 모든 눈을 철문 앞으로 밀어 버렸다. 길 건너 가게주인의 도움으로 눈을 치우고 문을 열었다. 문제는 가게 앞 거리 치우기다. 바닥이 꽁꽁 얼어 한숨을 내뱉으며 한 삽 한 삽 떠서 길 가장자리로 밀어붙였다. 겨우 한 사람씩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힘들게 삽질을 하는 나에게 지나가는 남자들이 삽으로 땅을 꽝꽝 두세 번 때려 얼음을 깨주면 길을 내고 또 지나가다 삽자루를 빼앗아 얼음을 깨주고,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사회가 움직이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지나가는 길에 앞에서 다른 사람이 오면 젊은 사람과 남자들이 모서리나 옆으로 서서 오는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양보를 한다. 힘 있는 사람들은 눈 위로 가면서 길을 비켜주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 바쁜 사람들은 눈 속으로 푹푹 빠지면서 건너가 발을 땅에 탕탕 치며 눈을 떨고 간다.
25년 동안 이곳에 있었지만 이번같이 눈을 치우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시장이 12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하였으니 타운에 예산이 바닥이 난 것 같다. 취임 열흘밖에 되지 않은 시장이 이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완전히 무너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평했겠느냐마는 큰길은 차가 많이 다녀 불편이 덜 하지만 골목길은 눈이 얼음으로 변하여 운전하는 것도 위험수위다. 폭설이 내려도 날씨가 포근하면 자연스럽게 녹지만 야속하게도 몹시 추운 영하의 온도다. 그래도 주민들이 참고 언제쯤 날씨가 따뜻해질까 일기예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