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惡夢)은 나쁜 일을 비유하는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악몽이었다는 말을 하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지옥이 있다면 악몽을 되풀이하여 꾸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악몽의 결과로 가위에 눌리기도 합니다. 가위에 눌리는 밤이 계속된다면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육체에 가한 고통이 아니지만 견딜 수 없이 괴롭습니다. 아픕니다. 답답합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저는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나쁜 꿈은 좋지 않은 꿈이고 힘든 꿈입니다. 그럼 어떤 꿈이 힘이 들까요? 많은 경우에 꿈은 내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꿈을, 걱정이 있으면 그 내용이 꿈에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내 머릿속은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잠은 정리의 시간입니다. 잠을 못 자면 견디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쁜 일이나 생각이 많으면 당연히 악몽을 꿉니다.
특히 걱정이나 마음속 찜찜함은 악몽의 주된 원인입니다. 내게 닥칠 위험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그대로 내게 근심거리가 되고, 꿈은 그 복잡함이나 위험을 정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꿈은 내 심리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내 삶의 반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아무리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해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꿈이야말로 현재에 충실한 결과입니다. 자면서까지 내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악몽은 괴롭지만 고맙기도 합니다.
악몽은 땀을 흐르게도 합니다. 몸은 누워있어도 마음은 사방천지를 뛰어다니니 힘이 듭니다. 한참을 허덕이다가 깨어납니다. 숨은 차지 않는데, 심장이 뜁니다. 괴롭습니다. 묘한 것은 육체적으로 힘이 들면 시체처럼 잠이 드는데, 정신적으로 힘이 들면 꿈속에서 헐떡입니다. 악몽에 의한 땀이 뜨겁지 않고 차가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땀은 식은땀이고, 진땀입니다. 평상시에도 긴장이나 공포 앞에서 우리는 쉽게 차가운 땀을 흘리곤 합니다.
악몽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면 슬픈 꿈이지 악몽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싸우는 꿈, 화내는 꿈, 실수하는 꿈이 진짜 악몽입니다. 특히 되돌릴 수 없는 문제를 나 또는 상대가 일으키는 꿈은 엄청난 악몽입니다. 그러니 놀라서 깨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악몽에서 깨어난 새벽이면 삶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허나 어쩌겠습니까? 오늘 하루도 살아가야 하는 것을. 악몽은 나의 걱정과 근심을 다시 확인시켜 주지만 그래서 거짓의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닌 척하고 살아가는 내게 진짜 나의 모습이 무언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꿈속에서는 엉엉 울기도 하고, 심한 욕을 하기도 하며,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내 숨겨진 모습이 꿈에 나타나면 그야말로 깜짝 놀랍니다. 무의식 속에 박혀있던 내 내면의 모습입니다.
악몽은 내게 반성하고 화해하고 해결하라고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감사하며 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악몽은 괴롭지만 고맙습니다. 악몽을 이기는 법은 어쩌면 지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겸손하게 내 처지를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것이 악몽을 이기는 시작입니다. 그래서 새벽기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악몽을 꾸지 않으려면 평상시에 잘 살아야 합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공자께서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했듯이 마음을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걸리는 일이 없는 삶을 살면 자연스레 악몽도 사라질 겁니다. 그게 바로 불교의 오매일여(寤寐一如)의 경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