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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성장·번식·성적 만족이 목표인 에너지

Los Angeles

2026.02.09 17:47 2026.02.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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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프로이트의 리비도
인간이 잔인해지는 것은
지나친 리보도 억압 때문
이성이 만든 문명에 회의적
프로이트는 계몽주의자들과는 다른 이성의 신봉자였다. 그들은 문명이란 인간 이성의 산물이라고 주장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현대인들은 이성이 만든 문명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 근본 원인을 찾고 있다. 프로이트는 그 원인을 '리비도(libido)'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도'란 인간의 욕동(欲動) 중에서 결합, 성장, 번식, 성적 만족 등을 주된 목표로 삼는 에너지이다.  
 
2014년에 개봉한 '욕동'이란 일본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 '유리'는 마음의 병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남편 '치히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시누이 부부가 사는 발리로 향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속에서도 치히로의 마음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그러던 와중에 유리는 낯선 남자에게 열망을 느끼고 농도 짙은 남녀의 성애와 욕망에 빠진다. 이 장면은 프로이트가 볼 때 에로스인지, 타나토스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순수한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 '에로스'로 볼 수도 있으나 불륜이기에 '타나토스'로 볼 수도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 손을 씻는 행위와 같은 반복적인 강박행위는 억압된 리비도가 현실적인 타협책을 찾아 무의식적인 증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즉, 성욕을 없애기 위해 강박 관념에서 손을 씻은 것이다. 이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통제된 개인의 행동양식일 수도 있다. 프로이트는 성기의 결합만을 목적으로 삼는 전통적인 인간의 성욕과 그의 리비도 개념을 동일시하는 견해에 반발한다. 즉, 전통적인 성 개념을 통해, 모든 심리적·문화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범성욕론(凡性慾論)이 아니라는 것이다. 억압된 리비도는 개인의 신경증으로 나타나지만, 승화된 리비도는 다양한 문화적 창조물로 표현된다고 보았다. 즉, 성적 에너지는 예술, 과학, 학문과 같은 다양한 문화적 창조 활동의 추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문명'은 구성원의 상호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리주의' 즉, 계몽주의적 사회계약론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또한 공동체 유지를 위하여 구성원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체계가 문명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인정한다. 즉, 개인의 리비도는 문명의 '형성'과 '유지'를 위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비도의 즉각적인 충족이라는 쾌락원칙은 그 충족이 사회가 용인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현실원칙과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문명'이라는 가장 큰 공동체를 형성하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에로스'라고 주장했다. 에로스의 종류는 다양하나, 그중에서도 리비도가 성적 충족에 소진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고, 그 에너지를 공동체 형성을 위한 원동력으로 전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계몽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성의 기능은 무의식적 차원으로 인해 인간의 자기 이해라는 관점에서 불완전하며, 욕동의 거대한 힘 앞에서도 무기력하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문명에 가장 적대적이며 길들기 힘든 욕망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타나토스(Thanatos)라고 명명된 '죽음의 욕동 또는 파괴의 욕동'이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살육을 자행하는 것을 목격한 프로이트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 당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존재하는 것들을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죽음 충동'이라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공격성에 고민한다. 그는 기독교의 '십계명'에 대해서는 신의 권위를 빌려서 사회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현대 문명이 인간 욕동의 힘을 간과하고, 그것을 과도하게 억압하려 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러한 지나친 억압은 종국에 '억압된 것의 회귀'라는 현상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문명 속에 불만'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검진

박검진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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