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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리움은 음식으로
Los Angeles
2026.02.16 17:21
2026.02.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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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수필가
홍어무침은 늘 반찬이라기보다 우리 집에서는 작은 추억 같은 것이었다. 예전에 어머님은 마켓에서 홍어가 좀 괜찮아 보이면 망설임 없이 사 오시곤 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건데~”
어머님은 외아들을 향한 마음을 늘 음식으로 먼저 표현하셨다.
양념이 특별했다기보다 그 손길이 음식의 마지막 간이었다. “간이 어떻니?” 묻지 않아도 이미 딱 좋은 자리에 놓인 맛.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어머님이 알고 어머님이 해주신 것을 남편이 알아차리는-그 다정한 신호가 홍어무침 한 접시 안에 들어 있었다.
나는 음식 솜씨가 없는 편이라 특별한 음식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모임에 가면 테이블 어딘가에 놓인 홍어무침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직접 만들어 주지는 못해도 남편에게만은 꼭 챙겨 주고 싶어서 나는 늘 포장을 해 온다.
“이건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거라 내가 싸갈게요.”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을 작은 투고(Togo)박스에 담아 오는 일.
집에 와서 나는 당당하게 남편에게 차려준다. “당신의 최애 반찬 여기 있어.”
홍어무침은 남편에게 어머님을 떠올리는 입맛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오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두 모자의 추억을 조금 더 이어 붙이는 일이다.
음식은 정말로 그리운 사람을 불러오는 신호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맛과 냄새는 기억보다 먼저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을.
아이들이 타주로 대학을 갔을 때 마켓에서 ‘뿌셔뿌셔’라는 과자를 보면 괜히 발걸음이 멈추곤 했다. 라면땅 같은 그 스낵을 우리 아들이 참 좋아했다. 이제는 다 큰 아들이지만 그 과자를 보면 반짝이던 어린 시절 아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친정 부모님은 이북에서 오셔서 그런지 물냉면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입맛을 우리 딸이 꼭 닮았다. 사계절 내내 냉면이 있으면 먹는다고 하고 그중에서도 물냉면이 최애 음식이라고 말한다.
가끔 친구와 외식을 하다가 유난히 맛있는 물냉면을 만나면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다음엔 꼭 딸 데리고 와야지.’ 그 한 그릇을 딸에게도 먹이고 싶다. 맛있는 순간을 함께 나누며, 내가 느낀 ‘좋다’라는 마음까지 아이에게 조용히 건네주고 싶어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한 끼의 음식 앞에서 나를 떠올릴까. ‘엄마가 해주던 맛’이라거나, ‘엄마랑 같이 먹던 맛’ 같은 이름으로.
아이들은 가끔 “엄마의 볶음밥이 제일 맛있어”라고 말한다. 그 말이 고맙고, 이상하게 마음이 찡하다. 어쩌면 아이들이 기대하는 건 완벽한 요리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 써 준 시간과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맛은 대단한 레시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담은 기억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화려한 한 상보다 자주 먹던 평범한 한 끼에서 더 오래 남는다.
이선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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