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 수상 기다림은 끝났다 선언, 3월 8일 마지막 시간 변경 건강 챙기고 사고 막는 결단, 주변국과 시간 엇박자는 숙제
2일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이 아이들과 함께 영구적인 '서머타임'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Province of British Columbia]
BC주가 70년 넘게 이어온 시계 바늘 조정을 멈춘다. 오는 3월 8일을 기점으로 연중 동일한 시간을 유지하는 '영구 서머타임' 체제를 도입한다.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인접 지역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시간대 전환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다가오는 3월 8일 일요일 새벽 시계 바늘을 1시간 앞당긴 뒤 앞으로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 평소라면 다시 한 시간 늦췄을 11월 1일에도 현재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시간대 명칭은 '퍼시픽타임(Pacific Time)'으로 부른다.
이번 조치는 BC주 전역에 적용하지만 일부 지역은 예외다. 앨버타주와 생활권을 공유하며 산악 시간대를 쓰는 이스트 쿠트니는 기존 체계를 유지한다. 이미 시간 변경을 하지 않던 피스 지역과 크레스톤 역시 현재대로 운영한다.
이비 수상은 시계 변경이 아이들과 부모의 수면을 방해하고 반려동물의 생체 리듬까지 무너뜨리는 등 일상에 큰 불편을 줬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간 변경 직후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비용 발생이 컸다는 판단이다. 유콘 준주가 이미 연중 동일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학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베르너 안트바일러 UBC 경영대 교수는 매년 봄마다 전 주민이 억지로 시차 적응을 겪으며 건강에 부담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누군가는 먼저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BC주가 선제적으로 나선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2019년 주민 조사에서 93%가 시간 변경 폐지를 원했고 대다수가 건강 증진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경제계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리지트 앤더슨 밴쿠버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 등 인접 지역과 발을 맞추지 않은 독자 행보가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조율과 회의 일정 관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밴쿠버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밴쿠버 공항공사도 항공편 스케줄 관리에서 주변 지역과 시간 일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항 측은 이번 결정이 항공기 운항과 승객 일정에 미칠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캐나다 독립기업연맹 BC주 지부의 라이언 미튼 이사는 시계 재설정의 번거로움은 사라지겠지만 국경 간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차질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발표 시점이 130억 달러에 달하는 주 정부 재정 적자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편 한국과의 시차 계산이 매우 간편해진다. 3월 8일부터 한국과의 시차는 16시간으로 좁혀지며, 앞으로는 1년 내내 이 시차가 유지된다. 기존에는 겨울철마다 시차가 17시간으로 벌어져 혼선이 있었으나, 이제는 밴쿠버 시간에 4시간을 더한 뒤 오전과 오후를 바꾸면 바로 한국 시간이 된다.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 한인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도 영구 서머타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연방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간 변경 폐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BC주의 이번 결단이 북미 서부 해안 전체의 시간대를 하나로 묶는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