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AI(인공지능)가 산업 구조를 뒤흔들자 월스트리트가 떨었다. 연초에만 해도 월가는 AI 낙관론에 들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AI 발전 속도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른바 ‘AI발 공포 매도’의 진원지로 앤트로픽이 지목됐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월 초부터 업무 자동화 도구를 연이어 출시하며 AI의 지식 노동 영역 대체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2월 9일,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CEO인 매트 슈머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AI의 발전 속도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8000만 뷰 이상 공유되면서 AI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
이 후 위기론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22일 시트리니(Citrini) 리서치가 ‘2028년 지구적 지능 위기’ 보고서를 통해 2년 후의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10% 이상 치솟고, 소비 없는 성장의 악순환과 경기 위축, 그리고 신용 리스크가 겹쳐 기존 산업 시스템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가상 보고서 역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6일에는 핀테크 기업 블락의 창업자 겸 CEO 잭 도시가 직원의 40% 감원을 발표하며 1년 이내에 대부분의 기업이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음 날, 신용 위기 우려 등으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금융권과 자산 운용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2월이 마감됐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익 지속성을 흔들자 수혜주들이 순식간에 피해주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권력의 이동에 있다.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서비스는 모두 소프트웨어의 힘인데, AI 에이전트가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개발 능력을 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 변곡점이 2월 5일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오픈AI는 ‘GPT 5.3코덱스’를 발표했고, 앤트로픽은 고난도 추론과 코딩에 특화된 ‘클로드 오퍼스 4.6’을 공식 출시하며 AI 코드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코드 AI 사용자들이 특히 클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AI와 인간이 한 팀처럼 협업하는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플랫폼 덕분이다. 코워크는 지식 노동자의 중앙 두뇌이자, AI 에이전트들의 공동 작업실 역할을 한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로 기능을 확장하는 플러그인 도구가 추가되면서, 사용자는 마치 팀장처럼 법률, 경영, 회계, 채용, 엔지니어링, 보안, 데이터 분석 등의 전문가를 불러내 자유자재로 협업할 수 있다.
‘클로드 코드’를 활용하면 50년 경력의 프로그래머가 두 달 걸리던 코딩 작업이 이틀 만에 끝난다고 한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코드 문외한도 AI의 도움으로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말이다.
코드 문외한인 필자 역시 클로드 AI를 통해 주식 11개의 변동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의 주가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어 그 위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유용함 뒤에 도사린 그림자는 공포스럽다. 앤트로픽이 새 플러그인을 출시할 때마다 관련 산업의 기업들은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재무 분석 및 전략 리서치 플러그인은 수천 시간짜리 업무를 수 초로 압축 가능해 컨설팅, 리서치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으며, 오래된 ‘코볼(COBOL)’ 언어의 현대화 플러그인이 발표된 직후 IBM 주가는 26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이를 다룰 사회적 합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AI의 통제 가능성을 묻기 전에 먼저 통제의 의지가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