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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국 '아파트 계단 하나만'에 부정적

Los Angeles

2026.03.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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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4층까지 허용…추가 화재 안전 필요"
주택 공급 확대 진영 "도심 건축 방해" 반발
도심에서 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형 아파트에서 계단을 하나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도심에서 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형 아파트에서 계단을 하나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가주에서 소형 아파트에는 단일 계단을 허용하는 방안을 연구한 보고서가 지난 3일 법정 제출 기한을 두 달이나 넘기고 발표됐지만 찬반 논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가주는 3층 이상인 아파트 건물에 최소 두 개의 계단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주민들이 여러 경로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가주 소방감 사무국 산하 기관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단일 계단 도입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주 의회가 제도 변경을 추진할 경우 참고할 수 있는 정책 권고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의회에서는 건축 규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다.  
 
보고서는 자동 스프링클러와 연기 감지기, 자동 닫힘 문과 같은 현대적인 화재 안전장치들이 연기와 화염 위험을 상당 부분 줄여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이 독립적인 두 개의 계단이 제공하는 중복 안전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예기치 못한 시스템 실패 상황에서도 안전을 유지하려면 두 개의 독립된 계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의회가 규정을 변경하기로 결정할 경우 단일 계단 아파트의 최대 높이를 기존 3층보다 한 층 높은 4층으로 제한하고 추가 안전 규정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뉴욕과 시애틀, 호놀룰루, 컬버시티 등에서 적용되는 6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번째 화재 안전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적 영향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세 개의 중층 아파트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두 번째 계단 설치 비용이 전체 건설비의 7.5%~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버바 피시 컬버시티 시의원은 문자 메시지에서 "소방감 사무국이 이런 결론을 내릴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계단 허용을 4층으로 제한한 권고에 대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피시 의원은 "이 정도로 완화하더라도 가주 건축 규정은 여전히 세계 여러 도시와 비교해 뒤처진 상태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 법안에 따라 올해 1월 1일까지 제출되어야 했지만 두 달 이상 늦게 공개됐다. 법안을 발의한 알렉스 리 가주하원의원은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건축 규정 변경 필요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 의원은 성명에서 "현대적인 화재 예방 기술이 발전한 만큼 건축 규정을 재검토해 그동안 개발이 어려웠던 부지를 활용하고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 의원은 지난달 4층 이상 주거 건물에서 단일 계단 출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단일 계단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보고서 발간 이후에도 주택 공급 확대를 지지하는 진영과 소방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엄격한 안전 기준이 저렴하고 질 높은 도시 주거 환경을 만드는 데 장애가 되는지 여부다.
 
'예스 인 마이 백야드(YIMBY)' 운동 단체와 건축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단일 계단 아파트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가주의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계단 규정 때문에 도심에서 중소형 아파트 건설이 훨씬 어렵다고 비판한다.  
 

'아파트 단일 계단' 허용 전국으로 확산  

 
3층 이상 아파트에는 최소 두 개의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100년이 넘었다.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규정이다.  
 
이 규정이 가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바뀌고 있다. 소형 아파트에는 단일 계단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콜로라도와 코네티컷, 메인, 몬태나, 뉴햄프셔, 텍사스, 테네시는 단일 계단을 허용했고 워싱턴주는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  
 
가주와 하와이, 뉴욕, 미네소타, 오리건, 버지니아는 규정 변경을 검토하거나 조사 단계다.  
 
정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건물 설계가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면서 건설이 불가능했던 작은 부지에서도 아파트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워싱턴주 시애틀은 1977년 소형 다세대 건물에 단일 계단 구조를 허용한 이후 단일 계단 아파트 60곳이 건설됐다. 최근에는 이런 설계 방식이 도심 소규모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애틀의 '프리몬트 뷰' 아파트는 약 9600스퀘어피트 규모의 좁은 부지에 8층 높이로 지었다. 이곳은 스튜디오부터 2베드룸까지 29가구가 있으며 임대료는 월 1700달러에서 4000달러 수준이다.  
 
반대의 핵심 논리는 안전 문제다. 건물로 진입하는 소방관과 대피하는 주민이 같은 계단에 몰리면서 작업 공간이 부족해진다.  
 
미국의 건축 규정은 전기 배선과 배관, 건축 자재, 창문, 문, 구조 설계, 냉난방 시스템 등 거의 모든 건축 요소에 세부적인 규정이 적용된다.  
 
건축가와 개발업자들은 이러한 규정이 건설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도 주택이 미국에서 설계 제한이 가장 많은 건축 분야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단일 계단 건물이 반드시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퓨 자선재단의 알렉스 호로위츠 주택 정책 책임자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뉴욕시 아파트 화재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 468명 가운데 단일 계단 건물에서 발생한 사망은 3건에 불과했다.  
 
단일 계단은 아파트가 작아서 주민 수가 적고 계단까지 거리도 짧다. 주민들이 계단에 훨씬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실제 대피 시간은 더 짧을 수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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