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인물이나 구도, 정책적인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후보가 어떤 기반을 갖고 있느냐와 함께 선거가 치러지는 일반적인 조건,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정책을 기준으로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인물과 정당을 고를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심히 지켜볼 수 있는 것으로 어떤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유독 2026년 일리노이 예비선거에서 나타나는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일리노이 외부에서 밀려든 선거 자금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예비선거에서는 11월 본선거에 진출한 후보를 확정하는데 특별하게도 현역 의원들이 적은 선거였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리노이 연방 하원 의석은 17석인데 이 중 14석이 민주당, 3석이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하원 의석 중에서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곳이 5곳이다. 2지구 로빈 켈리 의원은 연방 상원 선거에 출마했고 4지구 헤수스 추이 가르시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7지구 대니 데이비스 의원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8지구 라자 크리스나무티 의원 역시 상원 출마로 재선을 포기했다. 여기에 역시 정계 은퇴를 밝힌 딕 더빈 연방 상원까지 포함하면 5석에서 현역이 출마하지 않았다. 연방하원 9지구 잰 샤코우스키 의원 역시 정계 은퇴를 선언해 무려 15명의 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바 있다. 18개 연방 의원 선거 중에서 5곳이 현역 의원이 없이 치러지면서 많은 후보들이 출마했기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고 외부 선거 자금도 많이 쏟아졌다. 최근 일리노이 선거에서 이만큼이나 많은 후보가 출마한 적도 드물었다. 보통 한번 연방 의원에 당선되면 재선과 3선은 쉽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연방 의회에서의 변화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의 관심도 많고 재정적인 지원 역시 많았던 것이 2026년 일리노이 예비선거였다. 그 중에서도 친이스라엘계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인 AIPAC와 인공지능, 가상화폐 관련 PAC 머니가 일리노이 선거에 대거 투입됐다. 총 9200만달러가 4곳의 일리노이 연방 하원 선거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집계가 나왔을 정도다. 결과는 2승2패였다. 4곳의 선거에서 AIPAC가 지원하는 후보가 승리한 곳이 두 곳, 낙선한 곳이 두 곳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TV와 유투브, 페이스북 등에 네거티브 광고가 나오고 화면 아래 조그만 글씨로 자금을 댄 단체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 단체가 PAC이다.
PAC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유는 미국의 정치 자금법 때문이다. 각 후보는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PAC의 경우 금액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후보 명의로 광고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단체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후보가 직접 네거티브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PAC 광고가 홍수처럼 나오는데 이번 예비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방 상원 선거의 경우 가상화폐 PAC으로 알려진 페어세이크가 1000만달러를 투자해 줄리아나 스트래튼 후보에 대한 악성 광고를 내보냈다. 선거 막판에는 스트래튼 후보가 강세를 보이자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가르기 위해서 로빈 켈리 후보에 대한 지지 광고를 밀기도 했다.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인 9지구 연방 하원 선거 역시 PAC의 관심이 쏠리 곳이었다. 이 곳에는 AIPAC가 후원하는 로라 파인 후보가 다니엘 비스 후보 등과 경쟁했다. 후보들이 나선 토론회에서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단체에서 PAC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겠냐고 질문하자 파인 후보를 제외한 유력 후보들이 모두 찬성한 것. 결국 파인 후보는 20%의 지지를 얻어 30% 가량을 득표한 비스 후보에 패했다.
2지구의 경우에는 쿡카운티 커미셔너인 도나 밀러가 당선됐다. 밀러 당선자는 AIPAC의 지지를 받은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총 440만달러가 후원금이 밀러 후보에게 들어왔는데 밀러 후보가 본선거를 앞두고 어떤 이스라엘 관련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7지구는 가상화폐 지지 PAC이 낙선하기를 바랬던 라 숀 포드 후보가 당선됐다. 포드 후보는 현역인 대니 데이비스 후보가 지지 선언을 해서 당선이 유력하기는 했지만 대형 PAC이 낙선 운동을 벌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7지구에서는 또 AIPAC가 멜리사 콘이어스-어빈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8지구는 유독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각 지구마다 PAC이 미는 지지 후보가 갈리는게 일반적이었지만 8지구의 경우 AIPAC과 가상화폐, 인공지능 PAC의 멜리사 빈 후보에 대한 지지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빈 후보는 2000년대 3선에 성공했지만 그녀가 추진한 금융 개혁법안이 번번히 좌절됐고 2010년 선거에서 공화당 조 월시 후보에 근소한 차로 패배하고 금융권에서 일하다 다시 출마하게 됐다.
현대 선거에서 정치 자금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권자들도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어떤 단체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면밀히 따지고 보면 향후 정치 활동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PAC의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이란 전쟁 역시 AIPAC의 활동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