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첫 사례, 대법관들 우회적 압박 해석 1시간 가량 머문 트럼프, 반대 의견 나오자 자리 떠
1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에 대한 구두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연방대법원 앞에 모여든 시위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권자’라는 슬로건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출생 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린 워싱턴DC 연방대법원에 출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방대법원 출석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위법,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데 이어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해 연방대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연방대법원에서 진행된 변론에 출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약 한 시간 가량 법정에 머물며 법무부 측의 발언을 지켜봤다. 다만 시민자유연맹(ACLU)에서 반대 의견을 발언하기 시작하자, 13여분 만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경호원을 대동하고 자리를 떴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출생 시민권 제도를 허용하는 멍청한 나라"라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실제로 출생 시민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최소 30개국이다.
'출생 시민권'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로,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면서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명령은 수십만~수백만명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어 반발을 샀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태어난 전체 신생아 360만명 중 약 9%(32만명)는 불법체류자 혹은 단기체류 자격의 산모에게서 태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6~2023년까지 불체자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 수는 약 510만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상당수다.
민주당 성향의 22개주와 워싱턴DC는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올여름께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승산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출생 시민권 금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그리고 '투표 시 유권자 신분증 제시 의무화' 법안 추진과 함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소송의 결과는 중간선거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