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시카고 다운타운 사무실 건물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들이 재택 근무로 전환하면서 다운타운 사무실 건물에 빈 곳이 많아졌고 이는 곧 건물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예전처럼 다운타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감소하기도 했는데 이는 곧 다운타운 지역 상권의 하락으로 연결됐다.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다운타운의 활기를 확인하기가 이전에 비해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까지도 다운타운 사무실 건물의 공실률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일부에서는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업용 건물을 담보로 융자를 받은 건물주들이 제 때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차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차압으로 나온 건물은 이전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인이 바뀌게 되는데 여기서부터가 변화가 시작된다.
차압으로 사무실 건물을 넘겨 받은 새 건물주는 투자 여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이전이라면 1억달러는 줘야 괜찮은 건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이전 가격의 1/3이면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건물을 구입하게 되면 투자 여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건물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재투자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이뤄진다. 즉 새 입주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입주자를 위한 근사한 라운지를 추가한다든지 이전 사무실 건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휘트니스 센터를 넣고 실내 수영장도 마련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코로나19의 여파로 분석한다. 재택 근무를 하던 직원들을 다운타운 사무실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건물이 제공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이전과 같이 주 5일 사무실을 나오지 않더라도 사무실에 나올 수 있게끔 하는 요소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시카고 다운타운의 사무실용 건물의 공실률은 31%까지 올라갔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하면 두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해 다운타운의 유동인구도 2019년 대비 43%나 줄어들었다. 매각과 매입도 활발하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시카고 다운타운의 사무실 건물 7곳이 매각됐다. 이 중에는 401번지 사우스 스테이트길에 위치한 전 로버트 모리스 대학 건물도 포함됐다. 또 125번지 사우스 웨커길의 576만 평방피트 크기의 사무실 건물도 있다. 올해 들어서도 다운타운 건물의 거래는 활발하다. 현재까지 모두 7곳의 빌딩이 거래됐는데 면적 기준으로 390만 평방피트에 달한다.
2024년 216번지 웨스트 잭슨길에 위치한 10층 짜리 건물이 250만달러에 팔렸다. 이 가격은 2013년 거래가인 2200만달러에 비하면 약 1/9 수준이다. 차압으로 인해 매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었다. 물론 매각 당시 건물의 대부분은 비어 있었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나온 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는 건물 전체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입주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시설을 추가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또 렌트비는 주변 시세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게 책정할 수도 있었다.
이 건물주는 또 2024년에 1850만달러를 지불하고 550번지 웨스트 워싱턴길의 16층짜리 건물도 매입했다. 이 건물 역시 1억달러 이상에 팔렸던 2013년에는 전체 건물의 90%가 임대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건물이었지만 2년 전 매입 당시에는 공실률이 ⅔에 달했을 정도였다. 새 건물주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입주자용 라운지를 만들고 운동 시설과 컨퍼런스 센터를 추가해 입주자 편의를 높였다. 전 AT&T 본사 건물이었던 225번지 웨스트 랜돌프길 빌딩도 큰 공사를 거쳤다. 2021년 이전 거래가의 절반가인 1억5500만달러에 팔린 이 32층짜리 건물은 1억4000만달러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재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임대됐다.
일부 다운타운 건물은 아파트로 전용되기도 한다. 9억달러가 투자된 라셀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시카고 시청의 지원으로 6개의 사무실 건물이 1765채의 아파트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중 30%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된다. 이밖에도 현재 아파트로 전용되는 다운타운 건물은 모두 14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카고 다운타운의 사무실 건물이 매력적이라고 본다. 가장 큰 장점은 학력 수준이 높은 젊은층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젊은층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다운타운에 아직 많기 때문에 일리노이를 포함해 중서부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찾아 시카고 중심부로 유입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로 인해 다운타운의 활력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구글의 다운타운 진출로 본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톰슨센터로 구글이 입주하게 되면 단순히 한 기업이 사무실을 많이 쓰는 것을 넘어서 다운타운의 사무실 지형이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톰슨센터로 입주하는 2027년에는 기존 인기 구역인 시카고 강변과 웨스트 루프를 중심으로 많은 건물들이 새로운 입주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