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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홈리스를 생각한다

Los Angeles

2026.04.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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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수필가

이정숙 수필가

비가 내린다. 아침 산책길에 종종 마주치는 홈리스 커플이 떠오른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남녀를 처음 마주한 것은 5,6년 전쯤의 일이다. 해안 도로 버스 정류장 옆, 분홍색 시멘트 벤치가 있다. 그 옆 인도에 이불을 깔고 앉은 여자가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 후, 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이나 가방을 끌고 자리를 뜨는 그들과 마주치곤 했다. 남녀가 깨끗한 옷을 입었다면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오후, 집으로 가는 길에 다나 포인트 도서관을 지나 공원 길을 산책할 때였다. 소나무 아래 한 남자가 배낭을 베게 삼아 누워 책을 읽고, 여자는 야자수 등걸에 몸을 기대고 전화기를 보고 있었다. 낯익은 모습에 누굴까 생각하며 그들을 다시 보았다. 아침 산책길에 마주치던 분홍색 벤치 옆 커플이었다. 한 조각 퍼즐이 전혀 다른 그림판 위에 놓인 것 같은 생소함에 놀랐다.
 
왜 그렇게 놀랐을까. 낡고 때 묻은 배낭을 메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박제된 인식 때문이었을 테다. 그들도 책을 읽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게으른 그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더하여 위협적 존재 또는 사회악으로 치부하며 무관심을 넘어 피하려고만 하지 않았던가.
 
근래에 우리 가게 종업원 한 명이 홈리스가 되었다. 같이 살던 여자와 헤어지며 배낭 하나 들고나와 차에서 잠을 잔단다. 페루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총기 폭력의 위험을 피해 미국에 온 지 10년째라 했다. 일주일 평균 60시간 일하는 그가 누울 작은 방 하나 얻을 수 없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반면 돈이 많은 이들은 어떤가. 하와이섬 중 가장 작은 카우아이, 섬 개발을 저지하려는 지역인들의 노력으로 자연이 손상되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2014년 어느 재력가가 700에이커 땅을 매입했고, 야금야금 땅 매입을 늘려 지금은 2300에이커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5만7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메가 맨션을 짓고 있다. 지하 대피소가 있고 에너지, 물의 자급자족, 목축과 농사까지 가능한 이 거대한 설계는 지구 종말에 대비한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쉘터(Shelter)’를 기억한다. 뉴욕 노숙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남편을 잃고 마약에 빠진 여자와 종교적 갈등과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남자가 고국을 떠나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가혹한 현실을 담아냈다.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죄책감으로 파멸을 재촉하는 여자에게 남자의 따뜻한 손길은 구원이 된다. 각자 다른 과거를 가진 두 사람이 길에서 만나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삶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다.
 
우리 종업원 조이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많다. 홈리스 인구 절반이 직장은 있으나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나서게 된 경우라 한다. 대학생 5명 중 1명이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로 주거 불안정을 경험한다는 자료도 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홈리스 같은 생활을 한다니, 걱정스럽다.

이정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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