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基督)이라는 한자어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기독은 그리스도를 비슷한 발음으로 옮긴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준말이다. 그러나 당시 선교사들은 그저 소리만이 아니라 의미의 그릇도 만들려 했다. 이 말은 예수가 우리의 기초(基)이며 구원의 유익(利)을 주시는 분으로서, 곧 이 분(斯)이 우리를 다스리시는(督) 분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아마 네 글자를 두 글자로 줄이는 한자의 관습에 따라 앞뒤 글자가 남아 기독(基督)이 되었을 것이다. 이 남은 글자들의 의미는 근본적인 통치자가 된다. 주 예수님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도는 헬라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과거 왕이나 제사장, 그리고 선지자를 택할 때 사명을 위해 기름을 부어 세웠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부를 때, 이 말은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처럼 성령님으로 기름 부음을 받아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고, 슬픈 자를 위로하는 ”(이사야 61:1)분임을 가리킨다.
그럼 이 뜻을 한자로 만든다면 어떨까. 상한 자를 다시 일으키고(起), 부서진 것을 바로잡아 치유하며(釐), 포로와 갇힌 자를 사면하여 풀어주고(赦), 슬픈 자를 속 깊이 위로하시는(篤) 분, 곧 기리사독(起釐赦篤)이다. 그리고 기독(起篤), 즉 상한 자를 일으키시고 진실하고 깊이 위로하시는 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 그분은 진정 기독(基督)이시다.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이다. 전쟁과 전쟁의 소문 속에서도, 물가를 걱정하는 한숨 속에서도, 불안한 직장 앞에서도, 높고 험한 인생의 파도를 만나 어둠 속에서 풍랑을 헤쳐 나가는 중에도, “두려워 말라. 온 세상을 다스리는 내가 너의 아버지”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분은 참으로 기독(起篤)이시다. ‘두려워 말라’ 하시는 그분은 우리를 일으켜 세우시는 분이다. 우리 가운데 계셨고,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직접 몸과 마음에 새기셨기에, 우리의 속 깊은 곳까지 아시는 분이다. 우리의 죄를 위해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그 좁은 십자가 형틀에 스스로 묶이신 분이다.
이 분이 우리의 기독이시다. 상처를 아실 뿐 아니라 상처를 몸소 입으시고, 우리를, 우리 가정을, 교회를, 그리고 이 세상을 참으로 치유하는 분이다. 암울하지 않다. 불안만 가득한 세상이 아니다.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基督)이 온 세상의 치유자(起篤)이시다. 그리고 이 예수님 안에서 기리사독이 된 이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