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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

Los Angeles

2026.05.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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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도대체 인간들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 걸까요? 도무지 전쟁이 그치질 않네요. 이 싸움이 끝나면 다음엔 어디를 칠 것이라는 계획까지 말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기 짝이 없군요.
 
이런 비정하고 살벌한 현실을 보면서 떠올리는 영화의 명장면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명작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연설 장면입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군인들에게 전하는 절절한 호소, 온 세상 사람들을 향한 평화의 염원,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 지금 전쟁을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를 통쾌하고 신랄하게 풍자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1940년 개봉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1939년에 시작되었으니 전쟁 중에 개봉되어,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이지요. 그래서 한층 절절하게 박힙니다. 평가도 좋아서 제1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작으로 올랐었지요. (참고로, 히틀러도 이 작품을 몰래 2번이나 봤다고 전해집니다. 채플린과 히틀러는 4일 간격으로 태어난 동갑내기입니다.)
 
찰리 채플린이 감독, 제작, 각본,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그의 영화 중 최초로 유성(有聲)영화로 제작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채플린은 ‘활동사진’이라는 영화의 순수한 예술성을 지키려는 신념으로 무성영화를 고집으로 하다가, 이 작품에서 마지막 연설 장면을 위해서 토키(talkie,유성영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죠. 절실한 만큼 감동적인 명문장입니다. 채플린이 하려는 말은 마지막 연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연설 내용  몇 구절을 옮겨봅니다.
 
“죄송합니다만, 전 황제가 되고 싶지 않군요. 그 누구도 지배하거나 정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유대인이든, 비유대인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두를 돕고자 합니다. 우린 모두 서로를 돕고 싶어 합니다. 사람이란 그런 겁니다. 서로의 불행이 아닌 서로의 행복 속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풍요로운 대지는 모두를 위한 양식을 내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우리가 겪는 불행은 그저 스쳐 가는 탐욕일 뿐입니다. (…) 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인류가 목숨을 바쳐 싸우는 한 자유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 힘을 사용합시다. 화합을 이룩합시다. 모두에게 일할 기회를, 젊은이에게 미래를, 노인들에게는 안정을 제공할 훌륭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싸웁시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절하게 외칩니다.
 
“저 위를 올려다봐요. 희망의 해가 솟아오르고 있어요. 인간의 영혼에 날개가 돋아 마침내 날기 시작했어요. 당신과 나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영광된 미래를 향해서….”
 
여담입니다만, 이 작품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상영된 것은 1989년이었어요. 무려 49년이 지나서야 공인된 겁니다.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었지요. 널리 알려진 대로 채플린은 매카시즘 광풍의 희생자로 미국에서 쫓겨나, 스위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냈습니다.
 
1952년 영화 ‘라임라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영국으로 갔다가, 미국 이민심사국의 입국 거부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 겁니다. 이후 1972년 아카데미 명예상을 받으며, 형식적으로는 명예회복을 했지만, 너무 늦었지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슬픈 일입니다. 채플린처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 예술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박해하다니…. 그런 폭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위 어디에선가 되풀이되고 있다니….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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