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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A 한복판에서 실감한 K뷰티 현주소

Los Angeles

2026.05.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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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채 / 경제부 기자

송영채 / 경제부 기자

지난 주말 LA의 멜로즈 거리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봤다. 처음에는 유명 브랜드의 팝업이나 인기 있는 카페의 웨이팅처럼 보였지만 다가가 보니 한국 화장품 브랜드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줄은 건물 옆면을 둘러쌀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건 대부분이 한인이 아닌 다양한 인종의 젊은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 화장품을 직접 체험하고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더운 날씨에서도 긴 시간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장 안 분위기는 일반 화장품 매장과는 달랐다. 방문객들은 각 부스를 돌며 제품을 체험한 뒤 도장을 모았고 이를 모두 채우면 즉석 뽑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장에는 한국식 즉석 포토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제품을 테스트한 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SNS(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행사장에는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배우들도 방문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LA 지역 대표 TV 방송사인 KTLA에서도 해당 팝업과 K뷰티 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K뷰티가 미국에서 더는 단순한 ‘화장품’ 카테고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경험이자 라이프스타일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실제 시장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최근 금융경제 미디어인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화장품은 ‘가성비 좋은 제품’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 이름보다 성분과 효능을 더 꼼꼼히 비교한다. K뷰티는 성분 중심 스킨케어와 빠른 트렌드 반영,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앞세워 젊은 층의 소비 패턴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Z세대 소비문화와의 결합이 눈에 띈다.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단순 구매보다 경험과 참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팝업스토어에서 사진을 찍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SNS 콘텐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소비되고 있다. 이번 행사 역시 제품 진열대보다 체험 공간과 포토존 주변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모습이었다.
 
이번 팝업이 얼타 뷰티(Ulta Beauty)와 협업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도 상징적이었다. 과거 K뷰티가 일부 온라인 플랫폼이나 한인 중심 시장에서 소비됐다면 이제는 미국의 대표 뷰티 유통망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매년 수만 명이 찾는 KCON LA 역시 이제는 단순한 K팝 행사를 넘어 K푸드·K뷰티·K패션까지 함께 소비하는 대형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건 K뷰티의 변화가 단순히 ‘한국 제품이 인기 많아졌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한국 문화가 특정 팬층 중심으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젊은 층의 일상적인 소비 방식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K뷰티가 단순히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Z세대 소비자의 관심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K뷰티는 성분과 효능, 가격 외에 경험적 요소 등 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을 충족시키고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지금의 K뷰티 인기는 단순히 한류 열풍의 덕이라기보다는 미국 소비 문화의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멜로즈 거리에서 본 긴 줄 역시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 문화가 이색적인 ‘외국 문화’의 하나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미국 소비 트렌드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송영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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