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주 버나비에서 건설 중인 34층 규모 콘도 프로젝트 ‘익클립스(Eclipse)’가 법원 보호 절차에 들어가면서 예비 구매자들과 개발사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계약자들은 개발사의 재정 악화와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분양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집단 소송에 나섰다.
메트로 밴쿠버 콘도 시장이 고금리와 분양 침체, 개발사 자금난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온 사례여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위한 BC주 부동산 법률과 기업 회생을 우선하는 연방 파산·채권자 보호 제도가 충돌하는 사건으로 번지면서 향후 법원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세금 체납과 공사 중단 사실 은폐 논란
소송에 참여한 예비 구매자 30여 명은 개발사인 친드 프로퍼티스(Thind Properties) 계열 회사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개발사는 2023년 6월 국세청으로부터 약 1,200만 달러 규모 세금 체납 판결을 받았고, 이후 2024년 10월에는 신축 주택 보증 보험이 중단됐다. 이어 11월에는 버나비시가 건축 허가를 취소하면서 공사도 멈춰 섰다.
구매자들은 BC주 부동산개발마케팅법에 따라 개발사가 사업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재정 문제를 계약자들에게 즉시 공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발사 측이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분양 계약을 유지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만약 당시 재정 상태와 사업 위험성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법정 관리인의 반발과 자산 가치 폭락
친드 프로퍼티스는 금융권인 킹셋 모기지 코퍼레이션에 대한 약 2억2,500만 달러 규모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2025년 1월 법원 채권자 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 KSV 구조조정 법인은 예비 구매자들의 계약 해지 요구 배경에 최근 메트로 밴쿠버 콘도 시장 침체가 깔려 있다고 반박했다. 미분양 콘도 물량이 급증하고 시세가 하락하면서 과거 고점에서 계약한 구매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계약 무효 소송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BC 감정평가원(BC Assessment)에 자료에 따르면 해당 콘도 프로젝트 평가 가치는 2024년 7월 약 2억5,7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약 1억8,500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리인 측은 만약 이번 소송에서 구매자들이 승소할 경우 다른 개발 사업장에서도 연쇄적인 계약 파기 움직임이 나타나 채권자와 개발업계 전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BC주 소비자 보호 법률인 부동산개발마케팅법과,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연방 회사채권자조정법 가운데 어느 법률의 효력이 우선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개발사 측은 연방법에 따른 소송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인 만큼 계약 해지 요구 역시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매자 측은 개발사의 과거 고지 의무 위반 문제까지 면책될 수는 없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계약을 계속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리인 측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연방법 우선 적용 여부와 관련한 헌법적 쟁점을 연방 및 BC주 법무당국에도 공식 통보한 상태다.
완공 승인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
이번 소송 대상은 모두 32세대로, 계약 규모만 2,600만 달러를 넘는다. 계약자 상당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로, 세대당 60만~70만 달러 수준 콘도를 마련하려 했지만 사업 지연과 금융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기지 승인과 자금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법정 관리인 측은 공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 올해 3월 중순 건물 공사를 마무리했고, 2026년 4월 10일 입주 허가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원에는 기존 분양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 아래 건물을 매각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도 제출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BC주 선분양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발사의 재정 악화 사실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법정 관리에 들어간 프로젝트의 기존 계약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향후 로워메인랜드 지역 다른 콘도 사업장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