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글사랑 모임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월 공부해온 세월이 어느새 30년이 된 것이다. 도대체 문학이 무엇인가, 거기에 무슨 마력이 있어 그렇게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일까. 중학 졸업 후 진학을 못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였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참 막막한 시절이었다. 한 달에 한 번쯤 마을 이발소에 들렀다. 그곳에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 한 폭과 푸시킨의 ‘삶’이라는 시 한 편이 걸려있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 괴로운 날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 오리니 / 인생은 언제나 슬픈 것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매월 꼬박꼬박 만나게 되는 그 시 한 편이 가만가만 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온다’는 대목을 되뇌며 힘든 날을 견뎌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만났던 한 편의 시가 지금까지도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문학의 힘이다. 작년에 글사랑 회원 세 분이 수필집을 출간했다. 수필은 자신의 바닥을 내보이는 글이다. 쑥스럽고 부끄럽고 남세스러운 일까지를 빨랫줄에 걸어놓은 일이다. 밑바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남의 밑바닥 얘기를 들으면서 내 밑바닥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야기 속의 나와 내 속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공감하고 감동한다. 밑바닥이 밑바닥을 만나면 부둥켜안고 울기 십상이다. 울음은 엉킨 가슴을 풀어주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다. 문학의 힘이다. 쉬운 인생은 없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다. 벼라 별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원망과 미움, 자책과 서러움 등이 차곡차곡 쌓인다. 들끓는 마음의 충동, 불안하고 어두운 자의식을 고백하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를 통해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세상이 보이듯, 글을 쓰고 나면 삶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글을 마친 다음 어느 작가는, ‘가슴에 맺혀있던 돌덩이 하나가 쑤욱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글쓰기를 통해 영혼을 위로받고 아픔이 치유되었다는 놀라운 체험을 얘기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독자에게도 위로와 위안을 준다. 문학의 힘이다. 최근,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변론에 나선 변호인들의 주장을 TV를 통해 지켜보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을 대변하는 모든 변론 중, 장순욱 변호사의 변론이 단연 돋보였다.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을 얘기한 그의 말은 정연하고 담백하고 아름다웠다. 헌재의 최종 결과와는 무관하게, 상대를 설득하여 공감하고 감동시키는데 문학적 표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증해준 변론이었다. 그의 변론은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큰지, 문학의 쓸모가 어디에 있는가를 일깨워 주었다. 문학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삶의 굽이굽이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낼 수 있는가.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그 길을 조곤조곤 안내해 준다. 정찬열 / 시인열린광장 문학 문학적 표현 밑바닥 얘기 오렌지글사랑 모임
2025.03.12. 20:08
“다음 세대위한 문학 기반 마련” 재미시인협회지성심 회장 문학은 단순히 단어와 문장을 넘어 개인의 이야기를 공동체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시대를 기록하며 희망을 전하는 소중한 힘이다. 재미시인협회는 재미신인상 공모, 신인 작가 발굴, 시 창작 교실 등을 통해 창작의 기쁨을 나누며 다음 세대와 문학적 다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협회와 옥천군이 함께 제정한 정지용 해외문학상을 통해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고, 전 세계 한국 문학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로 제 4회를 맞는 정지용 해외문학상 공모는 2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문학의 기쁨을 회원들과 나누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문학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2월 1일 오후 12시 홍연에서 열리는 신년 하례식을 시작으로, 4월 봄 문학축제와 7월 여름 문학축제를 통해 문학적 교류와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줌 시인교실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시인들과 창작의 기쁨을 공유할 계획이다. 미주 한인 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문학을 통해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좋은 수필로 이민 사회 한글 계승”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한 영 회장 새해를 맞으며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을 맡았다. 협회는 1998년에 설립된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지난해에는 연간 협회지인 ‘재미수필’ 제26집을 발간했고, 계간지 ‘퓨전수필’을 발행했다. 협회지인 ‘재미수필’을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출간하고 계간지인 ‘퓨전 수필’오 협회 소식, 회원활동, 작품을 나누고 있다. 다양한 정보와 회원들의 소통을 도와주는 협회 웹사이트에 영어 에세이 부분을 개설했는데 누적 조회 수가 지난 한 해 175만을 넘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재미수필’을 통해 회원 작품을 발표하고 수필 문학의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올해는 소그룹 모임을 활성화해 작품 발표의 기회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경계선에 있는 동시에 양면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시대의 특성과 문화 차이를 초월한 ‘잊히지 않는 좋은 수필’로 이민 사회에 한글을 계승하고 수필 문학에 기여할 수 있는 협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시조 창작과 생활화 보급 집중” 미주시조시인협회 안규복 회장 디아스포라 문학사로 보면 한글 시조와 영어 시조가 공존하는 곳이 미주 지역이다. 최근 들어 영어로 시조를 창작하려는 이민 1세들이 늘고 있다. 시조의 본질을 연구하고 많은 시조 작품을 번역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국어의 결을 살려 한국어의 발전을 주도할 책임도 있다. 협회 문예지 ‘미주시조’는 한글 시조 위주이지만, 많은 편수의 한영 시조, 디카시조, 저명 시조 전문가의 시조론, 창작론, 신인 문학상 수상작, 글로벌 시대의 한국문화, 회원 창작집 소개로 구성했다.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화상 줌 시조 강좌, 매년 연말에 여는 ‘화상 줌 시조 콘서트’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한국의 전통시 시조에 관해서도 일반인과 문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조 창작과 생활화로 보급하려고 한다. 협회가 발행하는 문예지 ‘미주시조’에 현대시조의 흐름과 좋은 시조를 소개하는 한편,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미주시조 신인문학상’ 공모전 수상자를 화상 줌 시조 콘서트에 초대하고 있다. 영어 번역시조 게재도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렌즈가 가는 곳마다 따뜻한 변화” 남가주사진작가협회 김상동 회장 새해가 밝으며 기적처럼 또 한 번 365개의 새로운 낮과 밤을 선물로 받았다. 지난 한 해 사진을 통한 사회 참여라는 협회의 목표 아래 모든 회원이 봉사와 작품 활동에 헌신하며 열심히 달렸다. 사진 예술의 가치를 빛낸모든 회원과 관심과 성원으로 함께 한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새해에는 렌즈를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더욱 충실히 담아내고 빛의 섬세함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의 따뜻함을 표현하며 우리만의 시선을 세상과 더욱 적극적으로 나누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새 기술을 활용한 창작의 기회를 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사진 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빛이 있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듯, 우리의 렌즈가 가는 곳마다 따뜻한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모든 사진가의 열정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우리의 작품이 이 시대의 별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이은영 기자문화단체장 신년사 세대위 문학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정지용 해외문학상 문학적 기반
2025.01.05. 18:00
글샘터(회장 이신우)가 가을을 맞아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15년을 맞은 글샘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온라인으로 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남가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시인, 수필가, 소설가 등이 강사를 맡아 줌으로 강연과 토론회를 진행한다. 회원들은 각자 작품을 발표하고 서로 보완할 점을 알려주는 시간도 갖는다. 이신우 회장은 "줌으로 강좌를 진행하니 타주와 외국에 사는 이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는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글샘터는 수요일이 다섯 번 있는 달엔 마지막 주에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지고 있다. 회원 가입 문의는 전화(213-500-9322)로 하면 된다.문학 사랑 문학 강좌 회장 이신우 이신우 회장
2024.11.03. 19:00
미주시조시인협회(회장 안규복)가 비교문학적 시각에서 시조 발전을 위한 방향 모색을 위한 문학 특강을 개최한다. 협회는 문학평론가인 박진임(사진) 평택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세계문학 속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시조 쓰기 방향성, 정체성, 그리고 시 영역의 확대에 대해 살펴본다. 특강은 10월 10일 오후 6시부터 무료 줌 화상 강연으로 열린다. 이번 강의에서 박진임 교수는 비교문학자로 시조 장르의 미학에 대한 이해와 평론가로서 시조 텍스트들을 분석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한다. 또 현대 시조의 영어 번역본 간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외국어 번역 이론을 소개한다. 시조 번역을 중심으로 언어와 사회, 한국 문화와 시, 시조와 ‘케빈 오룩(한국문학 번역자)’의 시조 영어번역, 현대 시조의 흐름, 아시아계 미국 시인 소개, 현대 시조 번역의 문제에 대해서도 강연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번역도 쉬워진 시대에 전 세계인의 정서에 호소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한국 문화의 특수성에 기대어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박진임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 석사, 오리건주립대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7년 스탠포드 대학교 풀브라이트 강의 교수, USC 객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문학평론집 ‘비교문학과 텍스트의 국적’, ‘두 겹의 언어’, ‘탄성의 시학’ 등이 있다. 현재 평택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줌ID 532 898 8489, 패스코드spaa를 사용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문의:(818)687-4896 이은영 기자 세계 문학 비교문학자로 시조 한국문학 번역자 한국 시조
2024.09.29. 18:49
한국 문단의 현주소와 세계 문학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한국문학 강연 행사가 열린다. 미주한국문인협회(이하 미주문협.회장 오연희)는 한국에서 강사를 초빙해 수준 높은 문학 강연의 장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24~25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팜스프링스 미라클 호텔에서 ‘2024년 여름문학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텍사스, 시카고, 콜로라도, 알래스카, 캐나다, 멕시코 등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축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초빙 강사는 안도현 시인과 손홍규 소설가다. 안도현 시인은 ‘시가 생기는 지점을 찾아서’, 손홍규 소설가는 ‘사연과 진심을 담아 소설 쓰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안시인은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낙동강’ 당선으로 등단했다 .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비롯 11권의 시집과 다수의 동시집, 동화집, 산문집을 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한국에서 10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로 15개국 언어로 해외에서 번역 출간됐다. 그의 작품세계는 가장 사소한 존재를 시로 표현하면서,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노작 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손홍규 소설가는 2001년 단편소설 ‘바람 속에 눕다’로 ‘작가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이슬람 정육점’, 소설집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외 다수의 소설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우직하게 직조해가는 중견 작가로 문단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등단 10년 이상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공모한 제30회 ‘미주문학상’과 미등단자를 대상으로 한 계간 ‘미주문학’의 봄, 여름, 가을호 신인상 당선자 시상식도 진행된다. ▶문의: (562)405-2468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문학 현주소 한국문학 행사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문학상 이수문학상
2024.08.18. 20:00
글샘터(회장 이신우)가 문학 애호가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글샘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온라인으로 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남가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시인, 수필가, 소설가 등이 강사를 맡아 줌으로 강연과 토론회를 진행한다. 회원들은 각자 작품을 발표하고 서로 보완할 점을 알려주는 시간도 갖는다. 이신우 회장은 “스탠턴의 한미가정상담소에서 모임을 가져오다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강좌로 전환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타주와 외국에 사는 이들의 참여가 많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멀리 있어 참가하지 못했던 회원들의 반응이 좋아 온라인 강좌를 계속 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글샘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글샘터는 매달 마지막 주에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라미라다의 샤부야 식당에서 회원들이 모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회원 가입 문의는 전화(213-500-9322)로 하면 된다.애호가 문학 문학 애호가들 참여 환영 문학 강좌
2024.08.05. 20:00
총선처럼 화끈하지는 않지만 요즘 기꺼이 몰입하는 분야가 있다. 자고 나면 국내 작가의 해외 문학상 수상 관련 소식이 전해진다. 알려진 대로 중견 시인 김혜순이 지난달 영문 번역시집 ‘팬텀 페인 윙스(Phantom Pain Wings·날개 환상통)’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하인즈 인수 펭클에 따르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상은 아니다. 현지 시집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미국은 500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시집에 대해 관심 없기로 악명 높은 나라다. 도서관 사서들이 새 책을 구입할 때 수상 사실을 참고하기 때문에 미국 도서관에 깔릴 가능성은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 상업성에 물든 출판계와 달리 뉴욕타임스 등 매체에 글을 쓰는 도서비평가들이 문학적 잣대만으로 판정한 결과여서 상징성이 크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이 축전까지 보냈어야 할 쾌거인지는 모르겠으나 축하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9일에는 황석영의 만년 역작 ‘철도원 삼대’(2020년)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 지난해 천명관의 ‘고래’에 이어 올해 ‘철도원 삼대’까지, 한국문학에 대한 부커상 측의 갑작스러운 열의가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16년 이 상 수상을 발판으로 2022년 기준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가 팔렸다. 10일에는 내용 달달해 K-힐링 소설로 통하는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선정됐다. 문학상 수상이 책 판매를 끌어올리는 신뢰관계가 희박한 한국과 달리, 서점대상은 철저하게 상업적 관점에서 제정한 상이라 판매 효과가 크다고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상 뽑아 놓은 일본 서점인들이 열심히 마케팅 한다는 얘기다. 요약하면 한국문학은 요즘 적어도 해외에서 잘 나간다. ‘해외에서’라고 토 단 이유는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서다. 어쨌든 문학 한류가 가시권이라고 주장해도 허황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문학 자체의 저력 때문인지, 팝·영화·음식 등 한 류의 영향인지, 삼성·현대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 모두 때문인지는 정밀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러다가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문학의 세계시민권까지 획득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누구나 인정해주는 상황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과거를 돌아보자. 꼭 31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 작가를 잡아라, 유럽 출판계 전속계약 붐’. 1993년 3월 8일 자 중앙일보 13면 3단 박스 기사 제목이다. 당시 사정은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씨가 잘 안다. 90년대 들어 고도성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도 알리고 싶다는 한국인들의 열망이 싹텄다. 마침 이문열의 중편 ‘금시조’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극찬이 쏟아졌다. 이후 “거대지원사업”들이 출범했다. 93년 대산재단, 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현 한국문학번역원)가 각각 설립됐다. 한국문학을 번역 출판하는 해외 출판사에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기사가 전하는 당시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뜨겁다. 프랑스·이탈리아의 유력 출판사들이 문학성·대중성 겸비한 한국 작가 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니. 지금 눈앞의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가령 30년 후에 분명해질 것이다. 진정한 문학 한류의 출발점이거나 아니면 31년 전의 반복이거나. 정과리씨는 비관적이다. 30년 전 열기가 식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한국문학 자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실패 요인이다. 지금 열기도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요즘 한국소설은 2030여성이 주 독자층이어서 그들 입맛에 맞는 작품이 많이 쓰인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데 꾸준히 팔릴 리 없다는 시각이다. 윤상인 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보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국의 역사나 민족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보편문학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은 보편문학이 아니었다. 지극히 일본적이었다. 94년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보편문학을 했다. 모든 작품에 걸쳐 권력의 억압, 대중의 타락 가능성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우리에게 그런보편문학이 많나. 현재 쓰이나. 신준봉 / 한국 중앙일보논설위원시선 문학 한류 문학상 수상 해외 문학상 문학적 잣대
2024.04.14. 17:51
LA한국문화원이 지난 6일 ‘한국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안재훈 감독 영화 상영회’의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서 1982년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김동리 작가의 단편소설 ‘무녀도(1936)’를 바탕으로 제작된 ‘무녀도(2021)’가 상영됐다. 상영 후에는 안재훈 감독과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오는 27일 ‘소나기, 4월 17일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날, 그리고 봄봄‘, 5월 8일 ’소중한 날의 꿈이 상영될 예정이다. [LA문화원 제공]애니메이션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단편 문학 안재훈 감독
2024.03.10. 19:53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는 해마다 미전역 회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LA를 필두로 애틀랜타, 시카고, 하와이, 뉴욕 등에서 출판기념회 및 문학상 시상식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는 10월 서울시향 낭송회와 공동으로 한국 국회의사당 소회의실에서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속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올해는 한국문협 미주지회 활성화를 위해 한국의 문학단체와 더 곤고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정기적으로 한국 방문 때 전국 문인들의 기념관을 찾아가는 행사 외 한국의 문학단체와 공동주관으로 미주지역에서 문학상 및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각 지자체의 문화예술지원사업에 따라 문단경력 10여 년이 되면 개인 출판물을 지원해 준다. 또한 우수문학단체에는 해마다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해외는 제외되어 있다. 해외에 있는 문학단체들은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해 정기간행물을 출판하고 있다. 최소한 10년 이상 결호 없이 출판하는 문학단체에는 한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용의 해다. 용은 힘과 권력 행운 등 각종 어려움과 고난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의 상징이다. 지난해에 있었던 각종 혼란을 모두 털어버리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은영 기자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한국 문학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한국 문학 한국문협 미주지회
2024.01.06. 23:58
의사 출신 소설가 연규호(사진) 박사가 내달 1일(금) 오전 10시 스탠턴의 한미가정상담소(12362 Beach Blvd, #1)에서 ‘인간의 의식과 문학, 철학에 대해서’란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연 박사는 강연에서 뇌신경과학과 문학, 철학의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또 지난 5월 출간한 저서 ‘뇌신경과학으로 본 마음과 문학의 세계’를 기초로 문학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강연회는 강의 1시간, 질의 및 응답 30분으로 구성됐다. 이후 친교 시간도 마련된다. 연 박사는 뇌와 마음, 생각하는 뇌, 고민하는 마음 등 다수의 장편 소설과 소설집을 출간했다. 또 미주문학상(22회), 펜문학상(5회), 해외한국소설문학상(6회) 등을 수상했다. 연 박사는 최근 ‘뇌 과학과 문학 이론’이란 주제의 20~30분 분량 강의 동영상 33개를 제작, 유튜브에 공개했다. ▶문의:(714)873-5688의식 문학 문학 철학 뇌신경과학과 문학 문학 이론
2023.11.23. 21:00
“번역은 각기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지난달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현숙)가 주최한 가을 문학세미나에 강사로 초빙돼 LA 문학계에 한국문학 번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다트머스대학교 김성곤(사진) 교수의 번역에 대한 해석이다. “번역은 문화와 문화를 연결한다”는 브라질 작가 주세 사라마고의 말을 인용한 김 교수는 ‘번역을 통해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다트머스대학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번역 문학의 대부라 불린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체육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했고 재임 기간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 미국 다키아치브 프레스에서 한국문학전집 25권 출간 등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려왔다. 최인훈 ‘광장’, 황동규 ‘미시령 큰바람’(미국시인 데니스 멀로니와 공역), 문정희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영국시인 알렉 고든과 공역)를 영역해서 미국에서 출간도 했다. 한국출판문화협회의 ‘출판문화’가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번역가에 선정되었고, 김영사에 의해 ‘우리 시대 최고의 번역가’ 중 한 사람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한국문학이 세계 문학이 되려면 훌륭한 원작, 탁월한 번역가, 그리고 유능한 해외출판사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출간되어 주목받고 성공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나 김영하의 ‘빛의 제국(The Republic is Calling You)’, 편혜영의 ‘홀(Hole)’, 정유정의 ‘종의 기원(My Good Son)’은 모두 순수문학이지만 번역을 통해 뛰어난 추리기법을 사용했다. 김 교수는 “좋은 번역가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선물”이라며 “좋은 번역가가 원작을 세계 문학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 번역가는 150여명 정도다.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다. 김교수는 “한국적 정서와 이중언어, 이중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는 한인 2세들은 한국 문학과 해외 문학을 이을 수 있는 최고 재원”이라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번역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빛나는 한국(Glittering Korea)’이라는 제목으로 한국문학의 해외 부상과 국제적 인정에 대해 기사를 썼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으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한국은 세련된 문학과 문화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김교수는 “한강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영국의 부커인터내셔널 수상에 이어 올해 천명관 작가의 고래(Whale)가 최종후보로 올랐다”며 “한국문학은 앞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는 세계 문학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은영 기자문학 한국 문화체육부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 번역 한국번역 문학
2023.10.22. 18:20
워싱턴한국문화원(원장 김정훈)이 오는 20일(금) 오후 6시 30분, ‘한국 문학의 밤’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워싱턴 DC 일원에 한국 문학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세계 문학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짚어 보는 자리로 마련돼 브리티시 컬럼비아大 브루스 풀턴 교수가 ‘K-문학의 토대로서 한국 대표 단편소설’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이날 강연에서는 이효석, 황순원 등 한국 단편 문학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 특성과 이들 작가가 한국의 현대 문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풀턴 교수는 자신이 편집자로 참여하고, 올해 4월 영국의 펭귄 랜덤하우스가 출간해 호평 받고 있는 ‘한국 문학 번역 선집’ 안내 시간도 갖는다. 더불어 최근 소설 ‘도가니’의 영문 출간으로 미국 출판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공지영 소설가가 온라인으로 참여해 임마누엘 김 조지 워싱턴대 교수 사회로 미국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이 시간에는 공 작가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향후 작품 구상 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참석자들과 소통의 시간(Q&A)을 가질 전망이다. 문학행사 종료 후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교감을 담은 한국문학사의 대표작 황순원의 ’소나기’를 안재훈 감독이 재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영화 ‘소나기’가 상영된다. ‘한국 문학의 밤’ 행사 참석은 무료이며, 워싱턴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하다. 문의: washingtondc.korean-culture.org 문화원 홈페이지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한국 문학 한국 문학 문학행사 종료 세계 문학
2023.10.12. 14:42
세미나 문학 문학 세미나
2023.09.17. 18:22
은퇴 의사이며 소설가인 연규호(사진) 박사가 ‘뇌신경과학으로 본 마음과 문학의 세계(도서출판 도훈·사진)’를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지금까지 뇌과학을 문학에 접목해 본격적인 설명을 한 최초 논서로 주목받고 있다. 내과 전문의로서 뇌신경과학을 이해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뇌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시대에 문학의 이론을 쉽게 설명할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의 논리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내과 의사에서 은퇴한 연박사는 뇌신경과학과 심리, 철학 그리고 문학의 이론을 비교 분석해왔다. ‘뇌신경과학으로 본 마음과 문학의 세계’는 인간의 기억, 생각, 마음을 설명한 ‘뇌와 마음’, ‘생각하는 뇌, 고민하는 마음’ 전작에 이은 세 번째 증보판으로 지난 5~6년 동안 소아정신과 수잔 정 박사와 은사인 최병호 신경병리 교수의 지도를 통해 다시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연박사는 “지난 5000년 인류 역사에 지대한 학문인 철학, 심리 그리고 문학예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혼동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세계적인 뇌신경과학 교수, 에릭 칸델, 에델만 등의 이론을 토대로 한 정통적인 뇌과학 교과서, 참고서를 쓰고 싶었다”며 출간 이유를 밝혔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뇌의 해부, 생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 새롭게 분류한 인간의 뇌와 명칭, 기억, 의식, 생각 그리고 꿈, 뇌신경과학을 문학에 적용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연박사는 “향후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뇌과학과 문학, 마음의 세계를 홍보하려 한다”며 “영어 번역 출간 및 일반 대중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증보판 논서를 다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규호 박사는 ‘투탕카멘의 녹슨 단검’ 등 장편 소설 16편, ‘해부학실습실의 촛불 데모’ 등 5편 소설집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 미주문학상, 미주 펜문학상, 청하 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은영 기자뇌과학 문학 문학 접목 문학 마음 미주문학상 미주
2023.05.21. 19:05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오연희·이하 미주문협) 신임 회장단이 출범했다. 연임된 이용우 이사장과 오연희 신임 회장은 향후 2년 동안 미주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문학단체인 미주문협을 이끌어 나간다. 오연희 신임 회장은 “40년의 전통, 4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문학 단체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며 “문협 사무실을 재정비해 대면 문학 강의, 문학 토방, 미니 출판기념회, 북 사인회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 문협은 1982년에 창립해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했다. 미주 작가들의 작품을 엮어 일 년 4번 발행하는 계간지 ‘미주 문학’ 가을호가 100호를 맞이하기도 했다. 또 미주 문단 소식, 문학 작품, 공지사항 등을 소개하는 문협월보를 매달 전 회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문협 회원들의 연간 출판은 20~30권에 이른다. 오 회장은 “시, 시조, 동시, 동화, 수필, 소설, 희곡, 평론, 한영 문학 등 전 문학 장르를 아우른다”며 “올해는 문학인 저변 확대 사업으로 디카시라는 장르를 확장 및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디카시(Dica- Poem)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다. 한국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학 장르로 세계적인 한류 문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 회장은 “등단 작가가 아니어도 좋은 작품은 문협 웹사이트(mijumunhak.net) 디카시 섹션에 실리며 디카시 전시회와 함께 서각전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가슴 설레이는 생활문학 디카시’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4시 미주문협 사무실(680 Wilshire Place, #410)에서 강의를 개최한다. 강사는 오연희 회장으로 참가비는 10달러다. 참가인원이 25명으로 제한돼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또 한국에서 문학 장르별 강사를 초빙해 미주 문인들의 작품 세계가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오는 5월 19일에는 나희덕 시인이 ‘시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라는 주제로 줌 강의를 진행한다. 문협의 가장 큰 연중행사는 여름 문학 캠프다. 한국에서 유명 강사를 초빙해 문학의 갈증을 풀어주고 문학의 흐름을 이어가는 시간이다. 올해는 8월 19~20일 팜 스프링 미라클 호텔에서 개최된다. 해마다 열리는 여름 문학 캠프 행사를 위해 이사진은 10월 기금 모금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 회장은 “올해 디카시, 유튜브 채널 개설 등 새로운 문학 콘텐츠를 시도한다”며 “공부하는 협회로 문학인들의 작품 세계가 더 깊어지고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의: (562) 405-2468, [email protected] 이은영 기자회장단 문학 문학 장르별 생활문학 디카시 문학인 저변
2023.03.12. 21:30
문학은 나에게 참 자아를 찾아가게 해주는 길이다.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것, 나의 내면을 채워 주는 것,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그 무엇 말이다. 문제는 그 여정이 너무 어렵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점이 문학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적 욕심이 많았다. 아마도 박사학위도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중앙일보 문학 교실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5년 2월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나의 문학으로의 여정은 어쩌다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물을 만나 신나게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당시 나의 우울증은 빈둥지 증후군에서 시작되었다. 아들딸이 대학으로 떠나고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계속 구겨지고 있었다. 좋은 차, 좋은 집 그리고 내가 그토록 선망했던 유럽 여행, 파리·런던을 혼자 누비고 다녀도 가슴 속은 더욱 비워져만 갔다. 그러던 중에 한 사건이 터졌다. 2004년 10월 21일 연중행사인 베어마운틴에 단풍 구경을 갔다. 유난히도 찬란했던 가을 햇살, 적당히 기분 좋게 간질이는 소슬바람, 그리고 오색영롱한 단풍잎들이 절대자의 지휘봉 아래 축제의 향연을 열고 있었다. 그 눈부신 광경에 나는 숨이 막혔고 말문조차 막혔다. 그 감동과 감흥을 표현할 말을 잊었다. 아니 난 아예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다. 그날 밤 난 집에 와서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가슴 속은 터질 듯이 무언가 꽉 차 있었는데 말로도, 글로도, 그림으로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넋 놓고 울었다. 밤늦게 난 동양화 물감을 풀어 그 마법의 색채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붓을 놀렸다. 그 해 그렇게 힘든 겨울을 맞고 2005년 2월 남편 생일날 학연으로 알게 된 최복림 시인이 우리 집에 오셨다. 그때 최 시인이 나를 문학 교실로 유인(?)하셨다. 그렇게 나와 김정기 선생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미국 생환 28년, 한국말도 글도 어눌했던, 그렇다고 영어에 능수능란했던 것도 아닌 디아스포라의 고통과 아픔을 다시 한번 겪어야만 했다. 나의 한글 실력은 1977년에 멈췄고 오히려 퇴화한 상태였다. 말도 글도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김정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 당시 나에게 생명수였다. 미국 직장과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생님의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큰 노력과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우선 잃어버린 내 한글 실력을 1977년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또 1977년부터 2004년까지의 공백 기간도 메꾸어야만 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현대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정기 선생님의 전공이 현대 시임을 나는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김영랑, 서정주 시인들은 한국 문학의 역사이자 고전이다. 세상은 계속 진화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노력이 현대인의 몫이다. 선생님은 항상 트렌드를 읽으신다. 예리하신 촉으로 우리를 채찍질하시고 사랑의 매도 서슴지 않으신다. 비록 늦게 시작한 문학 공부이지만 나에게 생의 활력과 기쁨을 불어넣어 주신 김정기 선생님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은 꿈을 갖고 산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로 난 간호사를 택했고 만족한다. 생의 중반을 넘어서 진정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할 수 있는 일로 난 문학을 택했다. 내 몸 안에는 항상 문학에 대한 갈증과 열정이 있었다. 줄탁동시!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팎에서 새끼와 어미 닭이 동시에 서로 쪼아야 병아리가 부화한다는 뜻이다. 김정기 선생님은 나에게 어미 닭이시다. 나에게 문학의 매력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닿을 듯 닿을 듯하면서도 다시 달아나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오아시스와 같아서 계속 찾아가야만 하는 여정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문학 문학 교실 중앙일보 문학 한국 문학
2023.01.27. 17:57
“사소한 문학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역사가 필요하다.” 헨리 제임스·미국 소설가한마디 역사가 문학 문학 작품 헨리 제임스
2022.06.14.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