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K-pop Demon Hunters)’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K- 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노래의 힘으로 악령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와 K-팝 스타일의 음악, 한국어 가사가 어우러져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열풍은 단지 스크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 속 실제 배경이 된 서울의 명소들이 ‘성지순례’ 장소가 되며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팬들은 서울 북촌의 낙산공원, 남산 서울타워, 뚝섬한강공원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이 걷고 춤췄던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장소는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루미가 목소리를 잃고 찾았던 ‘HAN의원’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며, 이곳은 이제 국내외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의사인 제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루미가 목소리를 잃은 후 한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한의사가 다소 우스꽝스럽게 진단을 내리고, 유명 스타와의 친분을 과장하거나 포도즙을 한약처럼 내주는 코믹한 설정도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특히 “부분을 치료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대사는 침뜸의학의 철학을 함축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병은 비록 하나이나, 그 근본은 반드시 여러 가지에 연유한다(病雖一而本必多端)”고 하였고, ‘황제내경’에서는 “상공치병(上工治病), 필치기본(必治其本)”이라 하여, 병의 뿌리를 다스리는 것이 최고의 의술이라 하였습니다. 즉, 하나의 증상 이면에는 신체 전체의 조화, 기운의 흐름, 나아가 정신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침뜸의학의 핵심 철학입니다. 이는 현대의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관점입니다. 현대의학은 주로 특정 장기나 수치에 초점을 맞춰 ‘부분을 중심으로’ 치료하는 반면, 침뜸의학은 ‘전체를 보고 원인을 추론한 뒤 치료하는’ 방식. 쉽게 말해, 침뜸의학은 나무보다 숲을 먼저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루미의 목소리 상실도 단순한 후두의 문제가 아니라, 한의사는 이를 감정적 트라우마와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내면의 균형 회복에 집중합니다. 이는 실제 임상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특정 증상을 호소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스트레스, 감정 억압, 혹은 정신적 충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침뜸의학에서는 건강한 생명체란 정(精)·기(氣)·신(神)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라고 봅니다. 정은 육체, 신은 정신, 기는 이 둘을 연결하고 호흡하게 하는 생명 에너지입니다. 이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온전한 건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침뜸의학은 이러한 몸과 마음의 연결, 장부 간의 상호작용, 기혈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인적 치유를 지향합니다. 특히 우리 침뜸의학에서는 완전한 치료를 위해 ‘일침이뜸삼한약(一鍼二艾三韓藥)’이라는 치료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는 첫째, 침(鍼)으로 기(氣)를 소통시키고, 둘째, 뜸(艾)으로 정(精)을 보강하며, 셋째, 한약(韓藥)으로 신(神)을 보충해야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치료 철학은 단지 병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의 본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루미가 한약을 복용하는 장면은 등장했지만, 침과 뜸 치료 장면이 빠진 부분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만약 이 작품의 후속편에서 침뜸 치료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면, 그것이 단순한 설정을 넘어 침뜸의학의 세계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침뜸의학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의학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의 연결을 중시하고, 사람 전체를 바라보는 치유 철학은 전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 의학이자 미래 의학입니다. 케데헌 후속편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침뜸의학 세계화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세계화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 상실도 정신적 요소
2025.09.16. 18:23
강아지 두 마리가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 한 접시를 함께 먹다가 면발 끝에서 뜻밖의 입맞춤을 하게 된다. 두 캐릭터의 감정과 친밀함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 한 번쯤 보았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사 전체에서 손꼽히는 로맨틱 장면으로 회자하곤 하는 '레이디 앤 더 트램프(Lady and the Tramp)'가 개봉 70주년을 맞이했다. 이 영화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와이드 스크린) 포맷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이었지만 1955년 개봉 당시, 영화관들은 시네마스코프 포맷을 새로 도입하고 있었다. '레이디 앤 더 트램프'는 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해 풍부한 배경과 장면 구성, 그리고 캐릭터의 자연스럽고 세밀한 움직임을 담을 수 있었다. '레이디 앤 더 트램프'는 거의 20년에 걸친 구상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제작은 1930년대 후반부터 기획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과 디즈니 측의 우선순위 때문에 지연되다가 1955년에 완성되었다. 30년대 디즈니 스튜디오는 선전영화 제작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1930년대 말, 디즈니 스튜디오의 캐릭터 디자이너 조 그랜트는 자신이 키우던 코커스파니엘 '레이디'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직장 보스 월트 디즈니에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 초반에는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디즈니는 이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켜 장편 애니로 구상하게 된다. 이 영화는 디즈니의 고전 중에서도 특히 로맨스와 따뜻한 가족애를 잘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되거나 오마주된 명장면들이 많아 디즈니의 아이코닉한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레이디는 부유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는 코커스패니얼 반려견으로 주인인 짐과 다이애나 부부의 보호 아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주변에는 사이와 앰이라는 장난꾸러기 고양이들이 있다. 이들과 작은 갈등을 빚는다. 부부에게 아기가 태어나면서 레이디의 삶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레이디는 아기에게 관심이 집중된 주인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이 틈을 타 장난꾸러기 고양이들이 사고를 내고 레이디는 억울하게 야단을 맞고 집에서 쫓겨난다. 레이디는 거리를 방황하다 거리의 개 트램프를 만난다. 트램프는 레이디에게 거리 생활의 즐거움과 자유를 알려주고 둘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레이디는 처음엔 거리 생활이 낯설지만 트램프와 함께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나눠 먹다가 면발 끝에서 입맞춤하게 된다. 트램프가 사람들에게 잡혀서 개 잡는 곳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레이디는 트램프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용감하게 나서고 서로의 신뢰가 깊어지면서 사랑을 확인한다. 트램프는 레이디를 다시 찾아온 짐과 다이애나 부부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식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레이디와 가정을 이루어 4마리의 부모가 된다. '레이디 앤 더 트램프'는 강아지들을 통해 용기, 우정, 그리고 사랑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회적 갈등과 계급 차이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면서 어린이에 국한되던 애니메이션 관객층을 성인층으로까지 확장하며 애니메이션 영화의 상업적 경쟁력을 높였다. 이전 디즈니 작품들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적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단순히 귀여운 강아지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파게티 키스신 등 성인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로맨스를 가미한 것이 주효했다. 스토리 초안은 훨씬 어두운 버려진 개의 이야기였다. 구상 단계에서 트램프가 영원히 거리로 돌아가는 엔딩도 검토됐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가 희망적인 이야기로 방향을 틀어 사랑과 가족애를 강조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전면 수정하였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명작으로 탄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거리의 개 트램프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레이디와의 로맨스가 중심축이 이루었다. 초기 구상에서는 레이디가 질투심 많고 투덜대는 성격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레이디가 개 보호소에 오래 머물며 더 많은 개가 입양되지 못해 사라지는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너무 우울하다는 이유로 대폭 축소되었다.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가족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로 전환하면서 50년대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러브 스토리로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영화사에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애초에 월트 디즈니는 스파게티 키스신을 삭제하려고 했다. 월트 디즈니는 개들이 파스타를 나눠 먹는 게 우스꽝스럽고 우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시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여주었고 월트 디즈니가 마음을 바꿔 이 또한 영원한 명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레이디와 트램프는 동물 캐릭터임에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도록 설정되었다. 꼬리, 귀, 눈, 몸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섬세한 연출은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유한 보수적 가정에서 보호받는 삶을 살아온 레이디는 세상 물정엔 서툴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충직하다. 반면 '부랑자'라는 뜻인 담긴 이름의 트램프는 자유분방하게 거리를 떠돌며 살아가는 믹스견으로 위험을 피하는 법과 세상의 룰에 능숙하고 레이디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애니메이션에서도 현실적 인간 사회를 반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여러 매체와 애니메이션에서 거리 개와 집 개의 대비가 반복되는 패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레이디에게 누명을 씌우는 쌍둥이 고양이 사이 앤 엠은 오랫동안 동양인에 대한 고정 관념적 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2019년 디즈니+ 실사 리메이크에서는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장면과 노래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랑에 빠진 두 마리의 아주 다른 강아지들의 이야기 '레이디 앤 더 트램프'는 손으로 그린 아날로그 애니메이션의 감성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디즈니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영화사에 남아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스파게티 영화사 애니메이션 영화 애니메이션 관객층 디즈니 스튜디오
2025.08.27. 19:16
‘토이 스토리(Toy Story)’는 우리에게 인생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처음에는 장난감들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 아이들을 위한 영화로 시작했지만, 성인이 된 우리에게 오늘까지도 여전히 의미 있는 영화로 남아 있다. 인간의 정체성, 자유, 성장, 상실, 죽음, 사랑과 같은 보편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개봉,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토이 스토리’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이상의 영화사적 가치를 지닌다. 세계 최초로 전편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3D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사 영화에도 큰 영향을 주어,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CG 활용도가 급증했다. 픽사(Pixar)는 이 영화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부상한다. 이후 디즈니와 픽사와의 협업이 강화됐고 2006년 마침내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다. ‘토이 스토리’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에 진출하는 길을 열었고, 2001년 아카데미가 애니메이션 장편 상을 신설하기에 이른다. 감동과 유머가 조화를 이루며 삶에 관한 존재론적 주제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식이 높이 평가됐다. 장난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설정과 장난감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풍부한 감정을 주입하여 성인까지 관객층을 확장했다. ‘토이 스토리’ 이후 발표된 3편의 속편들은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심화시키며 애니메이션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다. 주요 캐릭터들과 주제는 속편이 발표될 때마다 더 깊은 감정적 울림과 철학적 탐구로 발전해 갔다. 1999년 발표된 ‘토이 스토리 2’는 오리지널보다 훨씬 정교한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발전을 보이며 픽사는 이 분야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또한 주제 면에서도 장난감의 운명,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소속감과 정체성, 성장과 희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속편임에도 독립된 서사를 구축, 원작에 비견되는 모범적 속편 사례로 꼽힌다. 이 작품은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원작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이 스토리3’는 원작의 팬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시기인 2010년에 발표된다. 이별, 성숙, 인생의 전환을 다룬 주제와 보다 진일보한 기술적 발전은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애니메이션 이상의 작품으로 평가됐다. ‘토이 스토리 3’는 1편에서 시작된 ‘장난감과 아이의 관계’를 매듭짓는 ‘완벽한 결말’로 인정을 받았다. ‘토이 스토리 4’(2019)는 우디를 중심으로 자아 발견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더는 아이에게 소속되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길을 택한다. 우리는 4편에서 만나는 우디를 통해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닌 존재로서의 장난감이라는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3편을 완결편으로 인식했던 일부 팬들은 4편 발표 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캐릭터와 서사의 측면에서보다 깊이를 더한 마무리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 앞의 세 작품에 비해 가장 호불호가 엇갈린 작품이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장난감들의 시각에서 인간사를 들여다본다. 다분히 철학적 해석이 동원된다.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본 우디가 그 대표적이다.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를 더하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자유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확장된다. 4명의 메인 캐릭터는 각자의 위치에서 관객들에게 각기 구별되는 철학적 메타포를 던지고 있다. 우디는 처음에는 ‘앤디의 장난감’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스스로의 존재 의미와 자유의지를 찾아가는 캐릭터로 성장한다. 그는 쓰레기에서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난 포기와의 대화에서 “쓸모없어진 나는 쓰레기인가”라는 질문으로 장난감에서 쓰레기로 퇴화한 듯한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우디는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실존을 획득한다. 그는, 누군가에게 쓸모없음이 곧 존재의 무가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목적 없이도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 자체가 자유의 증거라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식의 논증이다. 충성심, 리더십, 정체성의 캐릭터 우디는 1편에서 버즈의 등장으로 질투심과 자신감 상실을 드러내 보이다가 협력과 우정의 캐릭터로 바뀌어 간다. 2편에서는 영원히 보존될 장난감인가, 아니면 아이의 친구이냐는 문제로 고민한다. 3편은 그를 희생을 감수한 리더로, 그리고 4편은 주인 없는 삶을 선택, 자아를 찾아가는 실존적 캐릭터로 그려진다. 주어진 역할이 아닌, 스스로 존재의 목적을 만들어야 하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체현하는 캐릭터다. 또 다른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는 변화, 경쟁, 우정, 그리고 꿈과 현실의 조화를 상징한다. 그의 서사는 자아 인식, 현실 수용의 과정이다. 1편에서 우주의 영웅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과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현실을 자각하고 모두의 좋은 친구로 성장한다. 자신의 ‘역할’에 갇혀 있다가 진짜 자기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 ‘플라톤의 동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동굴 속 그림자만 보던 인간이 바깥 세상(진실)을 마주하면서 느끼게 되는 자아 발견의 경이로움. 버즈도 자기 환상에서 깨어난다. 제시는 상처와 회복의 캐릭터다.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신뢰 회복의 여정을 걸어간다. 친구들이 보여준 신뢰와 사랑을 통해 그는 상처를 치유하고 자아를 회복해 간다. 니체의 영원회귀와 상처의 초월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상처는 더 강해지기 위한 조건이다. 제시는 고통을 반복하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을 긍정한다. 앤디의 방은 장난감들의 세상이다. 앤디는 장난감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린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한다. 장난감에 대한 그의 애착은 장난감들에 존재 이유를 부여한다. 3편 장난감과 이별하는 장면은 성장 과정의 통과의례를 뜻한다. 한편 장난감들이 새로운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앤디를 통해 장난감들의 세상은 곧 인간의 성장과 이별을 투영한 메타포였음을 알게 된다. ‘토이 스토리’의 결론은 하이데거의 시간성과 유한성의 존재론과 연관성을 지닌다. 장난감들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 존재 목적에 대한 고민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하이데거의 철학적 사유와 겹치는 지점이 많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인간사 장난감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장편 애니메이션
2025.07.16. 20:13
열풍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설 명절 때 개봉된 후 무려 2억 명 넘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비(非)할리우드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너자’ 캐릭터가 넘쳐난다. 관영 매체는 ‘중국 소프트 파워의 승리’라고 환호한다. 주인공 너자는 악동이다. 악신(惡神)으로 태어났기에 천상계(신들의 세계)에서 배척을 받았다. 부모의 사랑이 그를 바꿨다. 정의와 선(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 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을 가진 천상의 신들은 ‘그냥 정해진 운명을 살라’고 강요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영화는 너자가 부조리한 권력 구조를 혁파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화려한 영상, 코믹 캐릭터…. 재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절대 권위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공산당이 허용했다고?’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의 체제 반발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런데도 당은 너자2 상영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흥행을 즐기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방향을 틀었다. 영화 속 ‘절대 권력’이 가리키는 곳은 중국 공산당이 아닌 미국 백악관이다. 천상의 질서는 달러 패권으로 은유 된다. 천상계의 중심인 옥허궁(玉虛宮)은 펜타곤 건물을 연상케 한다. 달러(弗) 표시도 슬쩍 비친다. 이에 맞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너자는 ‘착한 우리 편’ 중국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질수록 천상의 패권 질서에 반발하는 너자는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저항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니, 당국으로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반미(反美) 코드’는 전통문화와 결합하면서 흥행을 키운다. 주인공 너자는 명(明)나라 시대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따왔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 청년들의 애국주의 정서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다. 애국주의, 전통 우월주의 등은 중국 영화의 흥행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작년 히트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삼만리(長安三萬里)’, 인기 게임 ‘흑신화: 오공(黑神話:悟空)’ 등도 고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들은 모두 중화 민족의 화려한 부활을 외치는 시진핑(習近平)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연결된다. 너자2의 흥행은 중국 젊은이들이 시나브로 중국몽 이데올로기에 젖어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공산당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 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시진핑 체제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열광 애니메이션 영화 할리우드 영화 패권 질서
2025.02.19. 21:36
애니메이션 영화 '소나기(포스터)' 상영회가 열린다. 오는 27일 오후 7시 LA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되는 '소나기'는 문화원이 주최하는 '한국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문화원은 지난 6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수상작인 '무녀도'를 상영하고, 영화를 제작한 안재훈 감독을 직접 초청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문화원 측은 27일 '소나기'에 이어 4월 17일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봄봄', 5월 8일 '소중한 날의 꿈' 연속 상영을 통해 '한국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상영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 개봉한 안재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소나기'는 소설가 황순원의 불후의 명작 '소나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952년 '신문학'지에 처음 발표된 황순원 작가의 대표적 소설 '소나기'는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풋풋한 첫 만남과 짧지만 찬란했던 순간을 세련된 문체로 그려낸 순수 문학 작품이다. ▶문의:(323)936-7141 이은영 기자애니메이션 소나기 애니메이션 소나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애니메이션 영화
2024.03.24. 14:41
십수 년 전, 다른 언론사 선배와 함께 미국 출장을 갔을 때였다. 호텔 프런트에 요청할 사항이 있었는데 선배가 “내가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대화의 결론이 나지 않는 듯해서 가까이 가봤다. 직원이 선배에게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Can you speak English)?” 지금까지 영어로 말했는데…. 발음이 좋지 않다고 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언어가 얼마나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 건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을 보면서였다. 영화의 배경은 물과 불, 공기 같은 원소들이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다.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앰버(불)가 웨이드(물)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식사하던 중 선량해 보이는 웨이드의 삼촌이 앰버에게 묻는다. “우리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지?” 앰버는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긴다. “여기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으니까요.” 한국계 이민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경험이 녹아 있기에 가능한 디테일이다. 내가 뉴욕에서 목격한 차별이 노골적이라면 ‘엘리멘트 시티’의 차별은 내재된 것이다. ‘모르고 무심결에 저지르는 차별’이 고의적인 차별보다 나은 걸까. 그런 차별이 오히려 가슴에 콕 박히는 건 아닐까. 정색하고 싸울 수도 없으니 더 답답할 것이고…. 이런 류의 차별이 비단 언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타사 후배로부터 들은 얘기다. 명문대 출신인 국장이 함께 밥 먹다가 자못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고 한다. “머리가 좋은 거 같은데 왜 OO대를 못 갔지?” 말하는 사람이야 칭찬이었겠지만, 듣는 사람에겐 참기 힘든 모욕이다. 무심해서 대꾸조차 힘든 차별이 있다. 무심한 것은 곧 무지한 것이다. 그럴 땐 선의에만 기대하긴 힘들다. “내 발을 밟고 있으니 발 좀 치워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권석천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문가칼럼 무심해 대꾸 주인공 앰버 언론사 선배 애니메이션 영화
2023.07.17. 20:42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NK Net)'가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회장 강창구)와 공동 주최로, 오는 17일 워싱턴커뮤니티센터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트루 노스(TRUE NORTH)' 상영회를 개최한다. 재일교포 4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의 2020년 작품인 TRUE NORTH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시미즈 감독은 십 년 동안 40여 명의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민과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본 영화를 제작했다. TRUE NORTH는 증언과 문헌 연구 등에 기반한 작품인만큼, 스토리 진행과 배경, 상황 묘사 등이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영화이다. 시미즈 감독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상황이 참혹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 의도는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충격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인 인간성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영화 상영회를 준비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권은경 대표는 “이 영화는 최악의 인권유린 상황에 처한 정치범들이지만 신앙과 신념, 인간성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희망이 바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라며 본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영화 상영회 후 감독과 대화시간이 마련되며, 조총련 출신이자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임’의 홍경의 대표, 김영환 연구위원, 북한전문가 조충희 박사와 미국과 국제사회가 다루어야 할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일시: 6월 17일(토) 오후 5시 장소: 6601 Little River Turnpike Alexandria VA 22312(워싱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 문의: 202-577-3284 (김유숙 간사)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북한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영화 장편 애니메이션 정치범수용소 출신
2023.06.06. 14:40
요즘 일본의 자부심을 지키는 건 ‘슬램덩크’다. 지난해 일본에서 관객 922만 명을 모은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중국으로 건너가 일종의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20일 개봉했는데, 관객 동원 속도가 일본이나 한국(누적 450만 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개봉 첫날에만 290만8000명이 영화를 봤고, 나흘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수익은 이미 4억 위안(약 5780만 달러)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아침 방송엔 영화 속 ‘북산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남성들이 극장에 길게 줄을 선 장면 등 중국의 ‘슬램덩크’ 광풍을 조명하는 기사가 연일 이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이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대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당시 중국 내 농구 열풍과 맞물려 청소년들에게 깊게 각인됐고, 그 추억을 지닌 ‘바링허우(1980년대생)’들이 지금 극장으로 몰려든다는 것이다. 콘텐트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 스포츠라는 부담 없는 소재도 강점이었다. 과거 ‘진격의 거인’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군중 봉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 내 상영을 제한당했던 것과 달리, ‘슬램덩크’는 전국 전역에서 수많은 개봉관을 잡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의‘ 슬램덩크’ 열풍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엔 미묘한 부분도 있다. 중국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시장인 동시에 불법 해적판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콘텐트해외유통협회(COD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애니를 포함한 일본 콘텐트 해적판 피해액은 약 2조엔(약 146억 달러)에 달한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중 상당수가 중국발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CODA는 해외에 거점을 둔 해적판 사이트를 찾아 개별 국가에 폐쇄 요청을 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가장 큰 규모의 일본 애니 해적판 사이트로 꼽히던 ‘B9GOOD’가 CODA의 고발로 중국 당국에 적발돼 폐쇄됐다. 2021년 3월부터 2년간 이 사이트의 액세스 수만 3억회에 달했다. CODA는 지난달 중국판권협회와 불법 콘텐트 근절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중국 ‘슬램덩크’ 상영관에서도 ‘도촬’이 빈번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공식 웨이보에 불법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이 올라왔을 정도다. 반면 휴대폰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을 주변 관객들이 말리다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중국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영희 / 도쿄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슬램덩크 퍼스트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영화 콘텐트 해적판
2023.05.01. 19:14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서도 관람할 수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머시브 익스피리언스' 전시가 5월 1일 애틀랜타를 찾아오는 가운데 오는 30일부터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란 최근 몇 년간 뜨고 있는 공연 및 전시 방법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의의가 있다. 디즈니의 영화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에서 더해 영화의 한 장면(가령 피터팬과 같이 하늘을 난다든가)을 직접 체험해본다거나 만져본다거나 할 수 있다. 해당 전시는 애틀랜타 미드타운 근방(159 Armor Drive) 공연장에서 몇 달간 이어지며, 토론토에 본사를 둔 '라이트하우스이머시브'가 처음으로 애틀랜타에 개최하는 전시회다. 이번에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하여 '주토피아,' '겨울왕국,' '라이온킹' 등 세기를 아우르는 약 45편의 디즈니 영화가 주요 테마가 되어 등장할 예정이다. 코리 로스 라이트하우스이머시브 설립자는 애틀랜타 저널(AJC)과의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브러리에 액세스할 수 있었다"며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고, 총 90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도 준비될 계획이다. 로스 설립자는 이어 "조부모와 어린이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하우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 대도시를 시작으로 디트로이트, 보스턴 등 여러 도시에서 디즈니 전시를 선보였으며, 애틀랜타는 12번째다. 웹사이트=bit.ly/42zsbKE 윤지아 기자애니메이션 애틀랜타 디즈니 애니메이션 디즈니 전시 애니메이션 영화
2023.03.23.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