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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국 우선주의의 폭력적 민낯

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은 순식간에 전시작전의 현장으로 변했다. 헬기가 굉음을 내며 상공을 선회하고, 장갑차와 중무장한 연방 요원 500여 명이 공장을 급습했다. ‘저전압 작전(Operation Low Voltage)’이라는 이름으로 단행된 이번 급습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까지 총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자 단속이었다. 한국인 근로자 317명을 포함한 475명이 체포됐다.   충격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 단속이라는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 공개된 영상 속 한국인 근로자들은 손에는 수갑이, 허리와 발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진 채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마치 범죄조직원 검거 작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밀입국자도, 불법체류자도 아니었다. 단기 체류 비자(146명)나 전자여행허가(170명)로 합법적으로 입국해 배터리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장비 설치와 시험 가동을 맡은 고급 기술자들이었으며, 합법 취업비자를 가진 한국인 1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한국 본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 출장 나온 인력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 당국은 미국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 인력을 불법 취업한 범죄자처럼 취급했다. 이들은 국경을 몰래 넘어 불법 취업과 불법 체류를 한 이민자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설령 비자 유형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 간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하거나 투자 기업과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불법체류 단속’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불법이민자 추방과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 전문 인력과 동맹국의 투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다. 이민 당국은 이번 작전의 목적을 “불법 고용 근절, 공정 경쟁 보장, 미국인 일자리 보호”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투자 불안을 증폭시키고 동맹국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글로벌 투자 현장에서 동맹국 기술자를 쇠사슬에 묶는 장면은 외교적 모욕일 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자해였다.   한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크다.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돌아온 대접은 범죄자 취급이었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가 한미 관세 협상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현금으로 집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원금 회수 이후부터는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는 투자라기보다 강탈에 가깝다.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조건과 비교하더라도,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수용하기엔 치명적인 불균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다음 날인 5일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석방을 지시했다. 이어 14일에는 트루스소셜에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위축시키고 싶지 않다”며 전문 인력 수용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미 이번 사태로 대미 투자에 대한 신뢰는 크게 훼손된 뒤였다. “외국 기업들이 복잡한 제품을 제조할 때 일정 기간 전문 인력을 데려와 미국인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그의 해명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언제든 동맹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우선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동맹국조차 가차 없이 희생양으로 삼는 폭력적 방식은 구시대적 제국주의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미국 내 정치 어젠다와 반이민 정서에 한국이 휘둘리는 현실은 “돈 대고 뺨 맞는” 처지로 비칠 수밖에 없다.   동맹은 상호 존중 위에 설 때만 의미가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의 신뢰마저 허무는 폭력으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양국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 칼럼 미국 우선주의 한국인 근로자들 불법체류 단속 한국인 1명

2025.09.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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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 사정”으로 출국 불발

조지아에서 불법노동 혐의로 연방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 일정이 구체적인 변경 사유를 밝히지 않은채 연기됨으로써 양측의 심각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항간의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이들을 데리고 올 전세기는 이미 미국에 도착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출발이 불발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일정이 변경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10일 출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계획이 틀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출발 연기 배경이 “미국 측 사정”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큰 문제다. 연방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관련 기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 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공언하는 등 사실상 미국과 각을 세워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등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정책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이민단속’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지지층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특혜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국은 입국 제한 조건이 없는 ‘자진 출국’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당수의 한인들은 구금된 한국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한국정부와 해당 기업이 불법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법 전문가인 최경규 변호사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자발적 출국으로 ‘입국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불법 체류가 1년을 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며 “추방 명령을 받으면 10년의 입국 제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있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규모 투자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설령 한국의 비자 요구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투자국가가 받을 응당한 대접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상 약간의 비자 특혜를 주더라도 ‘미국이 한국에 베푸는 은혜’로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가 한국국적자을 대상으로 발급한 투자 비자(E2) 건수는 올해 1-5월 203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줄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 또한 전년 대비 17% 줄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출국 한국인 근로자들 한국인 전용 트럼프 대통령

2025.09.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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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상무부, 외국기업 비자 해결 공동대응”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민 당국에 대규모로 구금된 사태와 관련, 백악관이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행정부가 비자 규정이나 법적 조항 변경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안보부(DHS)와 상무부가 이 문제를 공동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직접 전 세계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해 줘 매우 감사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특히 반도체 칩이나 이번 조지아주 사례처럼 배터리와 같은 특수 제품을 생산할 때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동반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이들 외국 기업이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외국 근로자들과 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훈련하고 가르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인들이 이 일자리를 차지하기를 원한다"면서 "미국인들에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기업들이 이미 해당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들을 데려올 필요성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감 있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입국 및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와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미국 투자 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체류 자격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전날 밤 워싱턴DC에 도착한 조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만나 한국인의 조속한 석방은 물론, 비자 문제도 논의했다.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과 전문직 취업비자(H-1B) 비자의 한국인 할당 확보, 단기상용비자(B1) 소지자를 탄력적으로 운용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핵심이다. 단기 파견 인력을 위한 비자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회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 구금했다. 체포된 한국인 대부분은 전자여행허가(ESTA)나 B1비자를 받고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국토안보 한국인 근로자들 외국 근로자들 전문직 취업비자

2025.09.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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