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불법노동 혐의로 연방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 일정이 구체적인 변경 사유를 밝히지 않은채 연기됨으로써 양측의 심각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항간의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이들을 데리고 올 전세기는 이미 미국에 도착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출발이 불발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일정이 변경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10일 출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계획이 틀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출발 연기 배경이 “미국 측 사정”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큰 문제다. 연방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관련 기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 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공언하는 등 사실상 미국과 각을 세워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등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정책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이민단속’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지지층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특혜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국은 입국 제한 조건이 없는 ‘자진 출국’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당수의 한인들은 구금된 한국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한국정부와 해당 기업이 불법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법 전문가인 최경규 변호사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자발적 출국으로 ‘입국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불법 체류가 1년을 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며 “추방 명령을 받으면 10년의 입국 제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있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규모 투자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설령 한국의 비자 요구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투자국가가 받을 응당한 대접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상 약간의 비자 특혜를 주더라도 ‘미국이 한국에 베푸는 은혜’로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가 한국국적자을 대상으로 발급한 투자 비자(E2) 건수는 올해 1-5월 203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줄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 또한 전년 대비 1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