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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통술거리에 통술집 달랑 하나" 70년 마산 명물 눈물 [르포]

" “10년 전 만해도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통술집에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북적북적했는데….” "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두월동 ‘신마산 통술거리’. 60대 행인의 이 같은 회상과 달리, 과거 ‘불야성(不夜城)’을 이뤘던 이 거리는 오후 8시밖에 안 됐는데 한산하기만 했다. 200여m 통술거리는 몇몇 노래방과 편의점, 포차(포장마차) 간판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정작 홍○통술, 예○통술 등 여러 통술집은 불 꺼진 지 오래였다. 폐업한 지 오래된 듯, 이들 통술집엔 ‘임대’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통술은 각종 안주가 ‘한 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으로 통영 다찌, 진주 실비와 함께 경남 대표 술 문화로 꼽힌다. ━ 통술집 없는 마산 통술거리 2000년대 초반 통술거리를 주름잡던 통술집은 이날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17곳이던 통술집이 이젠 단 1곳뿐이다. ‘통술거리 어서오십시오’란 글귀와 함께 보기만 해도 시원한 생(生)맥주잔 그림이 걸린 대형 입간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폐업한 통술집이 있던 점포에 포차를 연 박모(61)씨는 “통술집 하나뿐인 통술거리가 어디 있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부터 하나둘 통술집이 없어지더니 이 거리 상권이 다 죽었다”며 “홀(hall)만 운영해선 못 버텨 새벽까지 배달을 한다”고 했다. ━ “수년 전부터 하나둘 사라져” 과거 ‘7대 도시’로 불렸던 옛 마산시(현 창원시)와 역사를 함께 한 ‘통술’이 시민 외면으로 사라질 위기다. 통술거리 상인과 주민들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상권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딱 손님이 끊겼다. 이후엔 회식도 잘 안 하니, 통술집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마산 통술거리에 유일하게 남은 통술집인 서○통술도 이날 손님 없는지, 오후 9시가 되기 전부터 영업을 마치기 위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1990년부터 30년 넘게 영업한 통술집으로, 그나마 업주가 점포 건물주여서 임대료 부담은 없다고 한다. 통술집 직원들은 기자가 찾아 최근 경기를 묻자 “인터뷰 안 합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 “마산 최고 번화가였는데…” 이런 통술집은 옛 마산이 번성한 1960~70년대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유흥접객원을 두고 고급 요리를 내놓는 요정(料亭)이란 술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독립해 저렴한 가격에 요정식 요리와 술을 팔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요정 기원설)이다. 주인장이 그날그날 준비한 ‘오마카세’식 푸짐한 안주 탓에 “술이 오래갈까 안주가 오래갈까”라는 술꾼들 시합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통술거리 터줏대감인 주민 A씨(70대)는 “70~90년대엔 여기가 마산 최고 번화가였는데”라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마산시장 등 고관대작도 통술집을 많이 왔다. 통술거리가 어떤 곳인가 싶어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버스를 세워 놓고 찾기도 했다”면서도 “2000년대에도 괜찮았는데, 그 역병 지나고 이리 될 줄은 몰랐지”라며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이 거릴 기억하는 이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데, 젊은 사람은 찾질 않는다”고 했다. ━ 지역 고령인구↑…“푸짐한 안주가 오히려 부담” 이와 관련, 허정도(72) 전 국립창원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지역의 인구 구성 등 여러 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 같다”고 했다. 허 전 교수는 오랫동안 마산 도시 변화를 연구해온 「한 도시 이야기」의 저자다. 그는 “신마산 쪽 인구가 고령화된 탓이 크다. 나이가 많을수록 먹는 양은 줄어드는데, 통술집은 음식을 너무 많이 주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또 퇴직 이후 수입도 적어지니, 통술집보다 더 저렴한 실비집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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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행∙살해협박∙문자 2408통…"헤어져, 한마디 후 4년 지옥" [스토킹 피해자 증언]

헤어지자고 했을 뿐인데 지옥이 펼쳐졌다. 폭행, 주거침입 시도,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보복성 역고소….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 한서연(25·가명)씨가 지난 4년간 겪었던 일이다. 한씨는 동갑내기 김익현(25·가명)씨와 2020년 3월 연애를 시작했다. 여느 연인과 다르지 않던 두 사람 사이는 이듬해 6월 급속히 악화했다. 김씨가 전 여자친구를 몰래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한씨가 알게 되면서다. 한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악몽이 시작됐다. 이별을 거부한 김씨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해서 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려주겠다”고 협박했고, 뺨을 때렸다. 한씨는 연락을 차단했지만 김씨의 괴롭힘은 그치지 않았다. 1원씩 돈을 송금하며 “미친 짓 하고 뒤져줄게” 등 협박 메시지를 수십 개 보냈다. 직접적인 위협도 가했다. 김씨는 2021년 12월 3일 오전 1시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배관을 타고 한씨의 방 창문이 있는 3층까지 올라와 주거침입을 시도했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창문을 연 한씨는 배관에 매달린 그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피커폰을 켜고 “남자친구가 방에 들어오려 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곧장 도주했지만,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배관을 타고 침입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관은 정식 수사를 위한 진술을 권유했지만, 한씨는 차마 경찰서에 가지 못했다. 보복이 두려워서였다. 그후 김씨는 점점 과격해 졌다. 자해 협박을 했고, 차 안에 번개탄을 피우는 영상을 보냈다. 급기야 자신의 배를 칼로 그어 한씨가 응급실로 데려간 적도 있다. 한씨는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 만나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성관계 영상도 진짜 유포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 징역 1년형 선고…도리어 ‘2차 가해성’ 역고소 2023년 4월 김씨는 군에 입대했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한씨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그러자 김씨는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소속부대 생활관에서 “전 여자친구를 남자친구가 죽이는 이유를 알겠다” 등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무려 2408개에 달했다. 한씨는 “그제야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어 결심했다”며 김씨를 고소했다. 김씨는 성폭력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주거침입미수, 폭행 혐의로 지난해 5월 군사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형량은 겨우 징역 1년에 그쳤다. 괴롭힘도 끝이 아니었다. 한씨는 지난 3월 촬영물 등 이용 협박, 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보복성 역고소를 한 것이었다. 김씨는 한씨가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자신의 주거지에 홈 캠을 설치해 감시하고, 폭언과 욕설을 일삼아 우울증이 왔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한씨는 경찰에 출석해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해야만 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피해자의 주장 외에 그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씨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미 삶은 피폐해졌다. 4년 동안 주거지와 휴대전화 번호를 2번 바꾸고 직장까지 관둬야 했던 한씨는 “가족한테까지 해코지할까 봐 지금도 두렵다”고 울먹였다. 한씨를 변호한 홍푸른 변호사는 “접근차단조치가 시행되자 가해자가 한씨 가족한테 연락하기도 했다.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괜찮아요” 처벌 불원하면 답이 없다…관련 법 제·개정 움직임 한씨 사례를 접한 전문가들은 “낯설지 않은 교제폭력 사건이다. 피해자는 운 좋게 살아 남은 경우”라고 말한다. 한씨 사례는 지난 6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전 연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가스 배관을 타고 창문으로 침입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대구 스토킹 살인 사건과도 판박이다. 보복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거둔 이후 수년간 교제폭력이 지속됐다는 점도 전형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토킹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는 4317명이다. 그중 ‘매우 높음’ 대상자는 153명으로 벌써 지난해 수치(173명)를 따라잡았다. 현재 경찰은 위험도를 5단계(매우 높음~없음)로 나눠 관리한다.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작성해 28문항 중 19개 이상이면 위험도 ‘매우 높음’으로 분류돼 민간경호를 제공하고, ‘높음’은 스마트워치 지급 권고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매우 높음’이라도 피해자가 거부하면 수사기관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점이 일선 경찰들의 고충이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대전 교제살인 피해자도 생전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고 안전조치를 거부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모니터링 중인 위험도 ‘매우 높음’ 피해자 10명 중 3명은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며 “안전 조치 등을 설득 중이나 그사이 일이 터질까 불안하다”고 했다. 이에 경찰청은 10일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 발표하고, 향후 교제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도 직권 개입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이 법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교제폭력도 많은데 스토킹처벌법 요건인 반복성·지속성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국회는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추가하는 방안과 특례법 제정 방식으로 교제폭력처벌법을 새로 만드는 방안 등 대안을 논의 중이다. 성폭력 사건 전문 이승혜 변호사는 “특별법 제정은 형량 불균형 등 부작용 우려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당장은 수사기관의 신속한 수사,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근.오소영([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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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컸던 APEC 만찬장 준비 착착 "공정률 두달새 5→63%" [경주 르포]

21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 앞. 전통미가 느껴지는 목조 건물이 제법 뼈대를 갖춘 채 층수를 높이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이 건물 옆에 설치돼 있고 각종 건축 자재도 주변에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주의 낮 최고기온이 35.8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서도 안전모를 쓴 인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나르고 공사 설비를 다루고 있었다. 이곳은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의 만찬이 진행될 만찬장이 세워지고 있는 공사 현장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만찬장 공정률은 63%. 불과 6월까지만 해도 공정률이 5%에 머물러 있었지만 두 달 만에 공정률이 60%를 넘어섰다. ━ 언론인과 정상회의 준비 상황 점검 경북도는 이날 경주 APEC 회원국 방문단이 머무를 숙소와 각종 시설 준비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고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진행했다. 정상회의 개최가 임박했는데도 주요 시설 공정률이 기대만큼 높지 못해 우려가 컸던 곳들 위주로 점검이 이뤄졌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를 비롯해 참석 국가 양자 회담도 잇따라 열린다. 때문에 회담 성격에 맞는 다양한 회의장과 라운지, 행정지원실 등이 필수다. 국제행사인 APEC 정상회의의 총괄 준비와 최종 의사결정은 외교부 소관이지만, 관련 인프라 준비와 수송·의료 지원 등은 개최지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경주 APEC의 여러 시설 중에서도 공정률이 유독 낮았던 만찬장은 행사 전까지 건물이 완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만찬장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해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기존 절차대로라면 지난해 12월 부지 선정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을 거치며 공정이 지연됐다. 하지만 만찬장 완공은 차질없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찬장과 마찬가지로 행사 개최에 맞춰 완공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던 미디어센터와 전시장도 어느 정도 윤곽을 갖췄다. 주 행사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옆에 지어지는 미디어센터의 공정률은 74%, 전시장 74%, 정상회의장 63% 수준이라는 것이 경북도의 설명이다. ━ 정상 머물 숙소 준비도 막바지 단계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머물 숙소도 집중적으로 준비 중이다. 정상회의 기간 중 하루 최대 7700개 객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북도와 경주시는 객실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가 정상급 인사에 제공하는 프레지덴셜 로얄 스위트(PRS) 객실도 다수 확보했다. 각 국가 정상들 외에도 국빈급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묵을 PRS 객실 수는 총 35개다. 현재까지 힐튼·코모도·한화·라한·강동·코오롱 호텔 등이 PRS 리모델링을 마쳤고 농협경주·교원드림센터·더케이호텔 등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묵을 숙소인 만큼 국가정보원이 주관한 숙소 합동 점검도 지난달 실시했다. 이날 현장 확인에 나선 언론인들은 90% 정도 개·보수가 진행된 소노캄 경주(5성급) 객실을 둘러봤다. 소노캄은 다음달 26일 목표로 PRS 객실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호텔 중 한 곳으로 약 170㎡ 규모의 PRS 6개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약 570㎡짜리 PRS 1개를 만들고 있다. 정종훈 소노캄 경주 상무는 “2006년 문을 연 소노캄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1700억원을 들여 정상회의 방문단을 위한 전면 리뉴얼을 시작했다”며 “정상회의 기간 중 최우수 직원을 선발해 방문단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주 오가는 항공기·열차 노선 증편 정상회의 기간 중 교통 지원 계획도 구체화됐다. 김해공항과 KTX 경주역 등 2곳을 주요거점으로 지정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수송특별본부를 구성, 참가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서울역~경주역 열차 노선을 25회에서 30회로 증설하고 인천과 김해를 오가는 항공 노선도 180석 6편에서 300석 8편으로 늘렸다. 정치권에서도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행사 준비 상황에 관심이 높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 등 민주당 국회의원 13명이 지난 19일 경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부지사는 “남은 기간 안전, 서비스, 환경 개선 등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고 세심한 준비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역대 최고의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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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허리 부상’ 탬파베이, 팀내 최고 유망주 콜업…유격수 교체 고민하나

[OSEN=길준영 기자] 탬파베이 레이스가 팀내 최고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22)를 메이저리그에 콜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레이스는 팀내 최고 유망주이자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 중 한 명인 카슨 윌리엄스를 콜업했다. 구단은 아직 이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2021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28순위) 지명으로 탬파베이에 입단한 유격수 유망주다. MLB.com은 “윌리엄스는 강력한 잠재력과 리그 정상급 수비 및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로 MLB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랭킹 47위에 올라있다”고 윌리엄스를 소개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465경기 타율 2할4푼7리(1748타수 431안타) 85홈런 283타점 320득점 105도루 OPS .816을 기록한 윌리엄스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11경기 타율 2할1푼3리(389타수 83안타) 23홈런 55타점 72득점 22도루 OPS .765를 기록중이다. 윌리엄스가 올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하성이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콜업된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올 시즌 24경기 타율 2할1푼4리(84타수 18안타) 2홈런 5타점 5득점 6도루 OPS .611을 기록중이다. 지난 21일 경기에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출장하지 못했다. MLB.com은 “윌리엄스에게 이상적인 22세 시즌은 아니다. 윌리엄스의 삼진률은 34.2%에 달하는데 트리플A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에서 세 번째로 높다. 헛스윙률은 38.8%로 25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중에서 5번째로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렇지만 6월부터 59경기에서 슬래시라인 .246/.350/.527 16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wRC+(조정득점창출) 125로 좋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23홈런 22도루로 3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삼진률은 우려가 되지만 스카우트들은 공을 좀 더 잘 골라낸다면 위력적인 스윙으로 더 많은 공을 드라이브 타구로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MLB.com은 “윌리엄스는 타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비력은 여전히 빼어나다”면서 “테일러 월스가 사타구니 염좌 부상을 당했고 김하성도 허리 타이트함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이스는 윌리엄스가 2026년에 더 큰 역할을 맡을 준비를 하기 위해 유격수로 나설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MLB.com 기준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47위, 탬파베이 유망주 랭킹 1위에 올라있는 윌리엄스는 20-80 스케일(80점 만점)로 봤을 때 타격 40점, 파워 60점, 주루 55점, 어깨 70점, 수비 70점을 받아 종합 55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MLB.com은 “윌리엄스는 성장하면서 빅리그 올스타 유격수로 활약할 잠재력이 있다. 타격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수비력만으로도 탄탄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길준영([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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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피지컬 AI' 예타 면제…전북·경남, 거점 경쟁 치열

━ 정동영 “피지컬 AI는 전북에서 시작” 지난달 8일 오전 전북도청 브리핑룸. ‘전북, AI혁명 열차에 선두로 탑승!’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기자회견장에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전주병)·이성윤(전주을) 국회의원과 현대자동차 정현구 상무, 네이버 윤희영 이사, 리벨리온 신성규 CFO, 카이스트 김경수 부총장,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김광수 원장, 전북대 양오봉 총장 등 산업계·학계 인사 10여명이 함께 등장했다. 당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빠졌던 피지컬 AI 실증 인프라 예산 229억원이 정부의 2025년 2차 추경에 반영됐다는 낭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피지컬 AI는 전북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AI 주권을 결정짓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조찬포럼을 진행하면서 피지컬 AI 선도 사업이 국가전략사업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올해 2월 현대자동차의 AI 테스트베드 공장인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를 견학해 벤치마킹에 나섰다”며 “(전북도는) 지난 3월 현대자동차·네이버·리벨리온·카이스트·성균관대·전북대와 MOU를 체결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고,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댄 결과 7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전북도 ‘속도전’, 경남도 ‘정중동’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는 피지컬 AI 분야 국내 메카 선점을 두고 전북특별자치도와 경남도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가 똘똘 뭉쳐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면 경남도는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정중동(靜中動)’ 모드다. 경남도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최형두(창원시·마산합포구) 의원 지원에 힘입어 관련 추경 197억원을 확보했다. 두 지자체는 최근 피지컬 AI 관련 사업이 1조원씩(잠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겹경사가 났다. 국비 60%에 지방비·민자 40%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최종 확정까지 기획재정부(기재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등의 평가가 남았지만, 두 지자체 모두 “AI 산업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 이재명, AI 관련 사업 예타 면제 의결 21일 과기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1조원 규모 ‘협업 지능 피지컬 AI 기반 SW(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전북도)과 ‘인간·AI 협업형 LAM(Large Action Model·행동 중심 AI) 개발 및 글로벌 실증 사업’(경남도) 등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의결했다. 다만 예타 면제는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와 과기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 기술이 로봇·자율주행차·스마트기기 등 물리적 하드웨어와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단순 소프트웨어를 넘어 제조업·물류·헬스케어·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과 공공서비스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IA) CEO 젠슨 황은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25’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는 인류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 김관영 “피지컬 AI 실리콘밸리 만들겠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 20일 전북도청 브리핑에서 “AI 주권 시대를 선도할 초대형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예타 면제라는 고출력 엔진을 달고 전북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한다”며 “전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미 전북대 완주캠퍼스(완주군 이서면) 부지 18만㎡를 피지컬 AI 실증 단지 후보지로 확보했다. 피지컬 AI 전담 조직 신설과 특례 개정도 서두르고 있다. 전북도는 새 정부 추경으로 확보한 229억원을 밑천 삼아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국내 최초 피지컬 AI 테스트베드(실험장)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 제조업의 자동화·지능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제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경남도 ‘제조 AI 중심지’ 표방 창원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경남도는 ‘제조 AI 중심지’를 내세운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달 “2차 추경에서 확보한 국비 197억원을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공장을 가동하는 ‘경남형 제조 챗-GPT’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 시범 사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현·CTR 등 도내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 제조기업 8개 사의 데이터를 수집·실증해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시범 사업이다. 이 사업엔 구글클라우드코리아·서울대·경남대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이번 시범 사업과 지난해 확보한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 사업(208억원)’을 연계해 6000억원(민자 등 포함 1조원) 규모 정부 피지컬 AI 사업까지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AI 전담 부서인 인공지능산업과도 새로 만들었다. 과기부 관계자는 “피지컬 AI 관련 사업들이 예타 면제 대상이 된 건 맞지만,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며 “차후 적정성 검토까지 마쳐야 구체적인 사업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종 예산은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 “과열 경쟁” “행정력 낭비” 우려도 일각에선 새 정부가 ‘전 분야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강조하다 보니 지자체 간 과열 경쟁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자체는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역점 사업을 새 정부 기조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AI 같은 첨단 산업은 겉은 화려하지만 고용 등 파급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각 지역의 산업 구조와 특성에 맞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AI 산업 선도 지역으로 전북·경남(창원)을 비롯해 광주(데이터 실증)·대구(로봇) 등 4곳을 지정했다. 각각 광주시와 대구시가 미는 ▶인공지능 대전환(AX) 실증밸리 조성 사업(6000억원) ▶AX 연구·개발 허브 조성 사업(5500억원)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광주시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에너지 산업을 AI 분야로 전환하는 실증 사업에 집중하고,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AI 로봇 수도’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김준희.안대훈([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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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시위∙성병∙폭음…美∙유럽서 1020보다 무서운 '이 세대'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6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음주나 마약, 급진 시위 참가 등을 하며 노년을 보내는 ‘과격한 은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폭음, 시위, 성병 증가: 60대 이상이 가장 과격한 세대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60대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조명했다. 베이비붐 세대란 1946년부터 1964년 사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급증했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제 60살을 훌쩍 넘어선 한국의 586 세대(80학번·60년대생)와 인구학적·사회학적으로 유사한 세대 집단이다. ━ “경제적 여유·건강…사회적 문제에 높은 관심”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술과 마약 등에 빠져있다는 것은 통계에서 확인된다. 영국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영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성병 진단 건수는 2017년 2280건에서 2019년 2748건으로 약 20% 증가했다. 호주에서는 60세 이상의 불법 약물 사용률이 2001년 3.9%에서 2023년 7.8%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호주 보건복지연구소 통계도 있었다. 음주량도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3명 중 1명은 주 5일 이상 음주를 하는 것으로 파악(영국 공중보건 통계)됐다.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과격한 사회 활동도 두드러졌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런던에서 과격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팔레스타인 액션’을 지지하다 체포된 532명 중 60대(147명)와 70대(97명)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54명에 그쳤다. 팔레스타인 액션은 영국 정부가 지난달 테러법에 따라 금지한 단체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됐다. 프랑스에서는 고령층 활동가 그룹인 ‘레 파피 붐흐(Les Papy Boomers, 베이비붐 할아버지들)’가 파리, 마르세유 등에서 환경 시위를 조직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고령 여성 사회운동 단체인 ‘레이징 그래니스(Raging Grannies, 화난 할머니들)’는 화석연료 기업을 풍자하는 시위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지난 2월에서 4월 미국 오하이오, 미네소타 등 여러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는데, 이들 시위 역시 참가자 다수가 은퇴자들이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에 대해 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정책연구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새로운 의료 기술 덕분에 (예전 노년층보다) 더 건강하다. 게다가 부동산과 연금 등 풍족한 자산이 있어 재정적 기반도 탄탄하다”며 “은퇴 후 진정으로 관심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더피 소장은 또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달리 무료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아 교육 수준이 높고 성평등, 인권 등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더피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프랑스의 1968년 5월 혁명 정신 아래 성장했고, 영국과 미국에서 기존 질서에 대항한 정기적인 시위들을 경험했다”며 “자신들의 부모 세대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했다. 다만 ‘과격한 은퇴’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니퍼 아일셔 미국 남가주대학교 노인학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에만 해당하는 일종의 특이한 현상”이라며 “젊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은퇴할 수 없고, 은퇴 후 같은 수준의 부도 갖기 어렵다. ‘과격한 은퇴’ 현상이 이후 세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하수영([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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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검찰청 폐지' 못박기…사건 지연·보완수사 폐지는 과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이하 당정)가 올 추석 전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기소 분리를 못 박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단계로 중수청의 소속 및 수사 범위,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 권한 등 쟁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한 뒤 후속 입법을 통해 완수한다는 게 당정이 합의한 검찰개혁 로드맵의 골자다. 1949년 검찰청 설치 이래 76년 검경 체제의 한 축이 사라짐으로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시작된 사건 적체, 처리 지연 등 시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중수청 소관 부처, 법무부냐 행안부냐 21일 여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20일 당정이 합의한 로드맵은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를 통한 수사·기소기관의 분리란 대원칙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선언한 뒤 중수청·공소청의 출범 시기, 구성 방안, 권한 등 세부 내용, 디테일은 추후 후속 입법 논의 과정에서 다루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란 중수청을 어느 부처 산하에 둘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 권한을 줄지 등 세부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느냐,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느냐를 두고 당정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이미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고, 공소청만 법무부 산하에 두기로 결론을 낸 상태다. 당초 ‘법무부안’을 주장하던 조국혁신당도 “행안부에 두는 것도 무방하다”(박은정 의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설치했을 때 국제사법공조나 공소유지 측면에서 역량이 약화할 수 있는 우려를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에 두는 경우 기존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중수청까지 수사기관이 행안부에 집중되고 민주적 통제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당 검찰개혁안에 포함됐던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의 경우 전날 당정 만찬 자리에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정부조직법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도 자체 검찰개혁안에서 국수위는 포함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중수청 소관 부처보다 중수청이 인사 예산 업무에서 독립성을 가질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의 중수청 법안에는 행안부 차관이 중수청장 인사위원회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등 행안부 입김이 관여될 수 있게 해놨다”며 “이런 구조라면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될 수 있는 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건 적체·처리 지연 심화 등 부작용 우려 신설 기관의 권한과 구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청 폐지부터 확정하면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적체 흐름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검찰 직접수사 사건과 경찰 구속·불구속 송치 사건의 전체 처리 기간은 2020년 142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312일로 2.2배로 증가했다. 검찰은 부패·경제범죄 사건만 수사하게 되고, 대다수 민생범죄 고소고발 사건이 경찰로 쏠리면서다. 보완수사를 둘러싼 검경 간 ‘사건 핑퐁’도 한몫 했다.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변호사 비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 ━ 검사 보안수사권·중수청 인력 배치 관건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검찰의 수사역량을 보존하기 위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느냐, 중수청이 기존 검사 일부를 수사인력으로 활용하느냐는 문제 역시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대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없애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자고 주장한다. 반면에 여권 일각에선 부작용 해소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주거나 수사지휘권을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수청에 검사를 둘지에 대해서도 당은 한시적인 파견 외에는 ‘절대 불가’ 입장이지만, 정부는 검사의 수사 역량 없이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 통제를 위해 전건 송치 원칙(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이 다시 검토)을 다시 확립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이후에 실행 과정에서 섬세하게 다듬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실을 기하는 문제는 후속 입법을 통해서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소 분리) 대전제만 깔아놓고 나머지는 검토의 검토를 시작해 최적의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름.하준호.석경민([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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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사 "사람을 버리고 가요?"…노래방서 홀로 깬 사연

The JoongAng Plus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강골 검사 윤석열은 왜 이해하기 힘든 비상계엄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렸을까요. 서른 넷, 늦깎이로 검사가 된 뒤 10년 가까이 족적을 남기지 못해 변호사로 전직까지 해야 했던 윤석열이 어떻게 해서 우리 모두가 아는 화려한 특수통의 길을 걷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공개합니다. 「 노래방과 팥빙수, 그리고 무장공비 」 1996년의 어느 날 아침. 덩치 큰 중년 남성이 강릉시 교동의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양복과 구두를 갖춘 성장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후줄근해 보였다. 양복 상의는 구깃구깃 주름이 잡혀 있었고 그걸로 간신히 감춘 와이셔츠의 상태는 자심(滋甚)했다. 안색에서 붉은 기가 채 가시지 않았고, 내쉬는 날숨마다 알코올기가 가득 묻어났다. 이른 아침부터 땀깨나 흘리며 그가 향한 곳은 그 길 끝 고지대에 있던 공공기관이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이라는 현판이 나붙은 그 건물로 들어선 그는 검사실로 직진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히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 그렇게 버려두고 가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내부의 인사들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웃음이 간신히 잦아든 뒤 그중 한 사람이 대꾸했다. “윤 검사, 버려두다니? 그 친구가 챙긴다고 했는데 아니었어요?”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후줄근한 차림의 그 남성은 그곳에서 근무하던 윤석열 검사였다. 당시 만 36세이던 그는 대구지검에서 초임검사 생활을 마친 뒤 1996년 3월부터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임관 후 두 번째 임지에서 일하던, 이른바 ‘2학년 검사’였다. 그런데 그는 왜 그날 아침부터 ‘방기(放棄)’ 논란을 제기하면서 선배들이 배를 잡게 했을까. 「 검사 단 네 명… 가족처럼 지낸 강릉지청 시절 」 강릉은 남의 땅이 아니었다. 외가가 강릉시 금학동에 있었다. 외가 역시 명문이다. 윤 대통령의 외외이조부, 즉 외할머니의 오빠가 11, 12대 국회의원인 이봉모 전 의원이다. 절반의 고향이던 강릉이 운명처럼 윤 검사의 두 번째 임지가 됐다. 대형 검찰청인 초임지 대구지검과 달리 강릉지청은 춘천지검에 딸린 작은 지청이다. 평검사는 총 네 명이었고, 다들 젊었다. 결혼한 검사도 있었지만, 가족은 대부분 대도시에 두고 단신 부임한 경우가 많았다. 평일에는 총각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들은 가족처럼 지냈고, 자주 모여 술과 음식으로 회포를 풀었다. 당시 강릉지청에서 일했던 전 검찰 간부 E의 이야기다. “검사 네 명이 돌아가면서 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찬을 들고 모였어. 그렇게 관사에서 밥 먹고 술 먹으면서 놀았지. 간혹 강릉지원 판사도 오고, 젊은 변호사들도 와서 같이 어울렸어. 그때도 윤 검사는 술을 잘 먹고 친화력이 좋으니까 인기가 좋았어.” 여기서 소싯적 예의 바름에 대한 증언이 하나 더 등장한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전직 검찰 간부 F의 전언이다. “식당에서 회식하면 좌장, 주로 지청장이겠죠. 지청장이 술에 취해서 식당 종업원을 험하게 대할 때가 있었어. 윤 검사가 그럴 때 종업원을 몰래 밖으로 불러내. 그러고는 2만원 정도 주면서 ‘미안해요. 그래도 높은 분이니 잘 모셔 주세요’라고 다독였지. 그때만 해도 그런 인정이 있었던 사람이었죠.” 「 윤 검사, 노래방에서 버려지다 」 이쯤에서 서두에 등장했던 문제의 그날로 돌아가 보자. 그 전날 그들은 밖에서 회식했다. 폭탄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불콰해진 그들은 2차로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서도 폭탄주는 계속 돌았다. 그리고 그날 윤 검사는 과음했던지 인사불성이 됐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노래방 소파에 몸을 뉘더니 큰 대자로 뻗었다. 노래를 마친 검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하지?” “제가 책임지고 모셔드리겠습니다” (계속) 그때 나타난 구세주는 누구였으며, 책임진다던 그는 결국 왜 윤 검사를 노래방에 버리고 갔을까. 혹자는 윤 검사의 술 이야기에 눈에 불을 켤 것이다. 하지만 검사로서의 본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거쳐 꿈의 특수부 입성 전말까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30 더중앙플러스 구독하면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어요 윤석열 이해못할 한밤 기행…알고보니 김건희 작품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361 “야! 휴게소다”“또 들르게요?” 윤석열·한동훈 10시간 부산행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516 “폭탄주가 약! 혈뇨 싹 낫더라” 이성윤 기겁하게 한 연수생 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391 尹은 정말로 수사 잘했나…특수통 싹 발견한 ‘95년 대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28 “변호나 똑바로 해 이 XX야”…법정서 터졌다, 尹 폭언·막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035 “쇼하지 마쇼” 또 사고 터졌다…尹 검사의 습관성 ‘법정 버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730 “김건희, 백담사 가둬야해” 尹캠프 술자리 울분 터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8163 최선욱.박진석([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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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X, 100개는 땄어야 했는데!” 2호선 연쇄살인마의 정체

2006년 초순, 서울 서남부권은 연쇄살인으로 지역 사정이 흉흉했다. ‘비 오는 밤엔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괴담까지 나돌았다. 살인을 존재 이유로 여긴 정신이상자의 범행으로 정론에 비춰보면 원한이나 금품 갈취 같은 동기는 없었다. 또한 범행을 위해 고도로 훈련한 탓에 지문이나 족적 등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고, 현장을 답사해 귀신같이 빠져나갈 퇴로까지 마련한 뒤에야 살인을 저질렀다. 심야에 여성을 미행해 가로등 아래서 여성의 팔을 붙잡아 돌려세운 뒤 칼로 복부를 찌르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단순히 죽일 생각이었다면 뒤에서 급습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말마의 비명 속에서 피해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는 즐겨 봤다. 상식 밖의 범죄자다. 그에 의해 2년 사이 무고한 시민 13명이 살해되고 20명은 중상을 입었다. 모두 미제로 남겨질 판국인데 경찰 지휘부는 산발적으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만 인지했다. " 동일범의 연쇄살인임을 암시하는 복선이 있었다. 지하철이다. 범행은 막차가 끊긴 시간대 2호선 라인 인접지에서 발생했다. 약간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수사본부를 구성해 전력을 다할 수 있었지만 지휘부는 그러지 않았다. "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검거 실적에 혈안이 된 경찰서의 오판을 부추겼다. 같은 해 1월 19일 강북 수유동에서 세 남매를 살해하고 집을 불태운 사건이 터졌다. 부친 송모씨는 전신 화상을 입고도 용의자로 몰리며 가정이 파탄 났다. 이후 아내와는 이혼했고, 얼마 뒤 충격으로 쓰러진 모친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다. 일선에서 만들어낸 원죄(冤罪) 피해자였다. 이처럼 혼란이 잡탕처럼 뒤끓던 시기인 4월 22일 새벽, 다급한 목소리의 경찰 무전이 울렸다. “영등포 신길6동에서 수갑 찬 강도범이 도주했다. 급히 지원 바란다. 다시 말한다, 주소는….” ━ 통상 범주를 벗어난 강도범 그때 영등포서의 야간 당직은 강력2팀이었다. 이들은 한 달 전 발생한 성인오락실 업주 살인 사건에 투입된 터라 강도 사건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현행범이 체포에 불응해 달아났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두연 팀장을 필두로 강력2팀은 형사기동대 봉고차를 몰고 출동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강도가 들이닥쳤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나와 있었다. 그중 피해자인 부자(父子)는 다친 얼굴로 지구대 경관에게 상황을 진술하고 있었다. 강도범은 이들의 반지하 빌라에 침입해 2만4000원을 훔쳤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애인과 잠든 김모(24)씨의 얼굴을 겨냥해 파이프렌치를 휘둘렀으나 빗나갔다. 잠에서 깬 김씨가 달려들었고, 옆방에서 아들의 비명을 들은 부친이 가세해 강도를 제압했다. 이윽고 지구대에서 나와 강도범을 인솔하는 것까지는 순탄했다. 문제는 앞수갑을 채운 거였다. 두 팔을 등 뒤로 꺾는 뒷수갑에 비하면 거동이 자유롭다. 강도범은 순찰차에 타는 체하다가 옆의 경관을 어깨로 밀쳐낸 뒤 도주했다. 실책을 범한 경관은 50대 중반, 정년이 임박한 고참이었다. 면목 없다는 낯으로 강도범이 160㎝ 후반대의 키에 말랐지만 체격이 단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두연 팀장은 형사들을 각 골목에 배치해 불시검문을 지시한 뒤 119구급대를 불렀다. 피해자들의 상태를 점검할 요량이다. 상해 정도가 심하다면 강도범의 형량은 곱절로 늘어난다. 애당초 공무집행방해로 가중처벌은 피할 수 없으나 푼돈을 훔치려다 교도소 신세가 될 참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주변을 살폈지만 50m 단위로 갈림길이 난 오래된 빌라촌이다. 버스나 전철이 운행을 시작했기에 그가 대로변으로 빠져나갔다면 봉쇄 작전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두 손이 수갑에 채워져서 버젓이 행동하진 못할 것이다. 아직은 사위에 어스름이 남아 있지만 30분이 안 돼 곧 걷히고, 주민들의 일상도 시작된다. “우리 집 옥상에 누가 숨어 있어요. 아까부터 밖이 시끄럽던데 좀 와주세요.” 1시간 후 주민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위치는 현장에서 불과 15m 떨어진 가정집.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한 남자가 장독대 뒤에 몸을 웅크린 채 수갑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들면 폭발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 것도 잠시, 정승 같은 형사들이 하나둘 올라와 사방을 에워싸자 곧 체념했다. 철야로 밤을 새운 강력2팀에 강도 사건은 퇴근 직전 추가된 잔업이나 다름없었다. 그를 포박해 형사기동대 차량에 태우고 영등포서로 향하는 순간에도 그저 서둘러 처리하고 쉬자는 분위기였다. 차가 영등포 지하차도를 지날 무렵이었다. 강도범이 차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 완전범죄가 끝났다. 시X, 백 개는 땄어야 했는데. " 영등포서 강력2팀 사무실. 형사는 범행 도구가 담긴 가방을 열었다. 파이프렌치와 가면 마스크, 벌집무늬의 고무가 부착된 장갑 그리고 밑창을 도려낸 P사의 운동화가 있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그때였다. 파이프렌치 톱니 사이에 시커멓게 굳은 찌꺼기가 보였다. 기름때인지, 흙먼지인지 싶었으나 면봉으로 문지르니 검붉은 덩어리가 묻어 나온다. 피다. 그것도 오래된 피다.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쟤 단순 강도 아니야” 드디어 밝혀진 강도범 정체, 형사는 경악했다. 한국 사회를 뒤집은 바로 그 연쇄살인범이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159 〈강력계 25시〉 형사들의 실전 수사,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시려면? “기분 더럽게 왜 지가 했대?” 정남규 욱하게한 ‘유영철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8792 “계란 문대는 놈, 유영철이야” 형사는 영등포 사창가 찍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50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사창가서 삼킨 ‘땅콩 10알’ 뭐길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8501 택시 기사 17번 찌른 그놈들, 16년뒤 ‘휴지 1장’이 까발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5482 “차 3대 살게요” 전화한 그놈…피자 먹으며 女딜러 토막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363 안덕관([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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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경제·안보 실익 찾기 33년…경주서 '마음의 빗장' 풀까 [창간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 ㉓]

━ 대한민국 '트리거 60' ㉓ 1992년 8월 한∙중 수교 한국과 중국이 손잡은 지 한 세대가 지나갔다. 33년 전인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공식 수교를 맺었다. ‘죽의 장막’ 공산국가 중국이 한국의 파트너가 됐다. 이후 두 나라는 경제와 안보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가깝고도 먼’ 길항 작용을 거듭해 왔다. 돌이켜보면 양국 경제협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대중 누적 흑자(1993~2022)는 6900억 달러(약 960조원)를 넘어 1000조원에 가깝다. 그동안 중국도 ‘G2’로 부상했다. 안보 성적표도 괜찮은 편이다.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정 희구 정책 덕에 지금까지 동북아는 평화를 유지했다. 1992~2024년 사이 한국인 약 7571만 명이 중국을 찾았고, 방한 중국인은 약 6390만 명을 기록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앞날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결정적 변수다. 양국 관계의 시작은 행사였다. 행사는 사람을 모은다. 문화대혁명(1966~76)을 끝내고 개혁·개방에 나섰지만 경제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난감했던 중국도 행사를 활용했다. 80년대 들어 싱가포르에 국제포럼 개최를 부탁하고는 중국이 꼭 만나고 싶은 한국 경제계 인사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런 방식으로 한국의 경험을 배웠다는 게 덩샤오핑의 경제 선생 우징롄의 회고다. 우징롄은 특히 김만제 전 부총리를 콕 집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중 수교 또한 행사로 촉진됐다. 9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APEC(아태경제협력체) 장관급 회의가 무대였다. 당시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은 노태우 대통령을 직접 만나 수교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서해안과 중국 산둥반도 간엔 개와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며 수교 의사를 밝혔다. “물이 흐르다 보면 도랑이 생기기 마련” 첸치천은 훗날 회고록 『열 가지 외교 이야기(外交十記)』에서 신라호텔 체류 중 밤늦게 찾아온 박철언 청소년체육부 장관이 금 열쇠 두 개를 꺼내며 한·중 관계의 대문을 열자고 한 일화도 소개한다. 수교를 위해 많은 이가 움직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화교 출신 한의사 한성호와 한국계 미국인 교수 조이제 등도 노태우 대통령의 비밀 전령으로 활약했다. SK는 중국 남조선영도소조와의 채널로 수교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 통로를 이용해 한·중 간 무역사무소 설치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전해졌다. 주목할 건 중국이 87년께 이미 남조선영도소조를 설치하고 한국과의 수교에 대비해 나갔다는 점이다. 수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한·중 수교의 물꼬를 튼 두 개의 사건이 있다. 하나는 83년 5월 중국 민항기 사건이다. 111명을 태우고 중국 선양을 떠나 상하이로 가던 중국 여객기가 공중에서 납치돼 춘천에 불시착했다. 납치범 6명은 한국에서 1년여 수감 생활을 한 후 추방 형식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대만으로 갔다. 나머지 승객에 대한 한국의 따뜻한 귀국길 마련에 중국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85년 3월엔 중국 북해함대 소속 어뢰정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나 이 배가 군산 앞바다로 표류하는 사건이 터졌다. 당시 한국은 두 명의 선상 반란자와 어뢰정 모두 중국으로 송환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고, 중국이 한국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국가 간 해빙은 스포츠가 큰 역할을 한다. 84년 중국은 쿤밍에서 개최한 데이비스컵 테니스 대회에 한국 대표팀을 초청하고 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다. 물이 흐르다 보면 도랑이 생기게 마련(水到渠成)이라는 말처럼 이제 수교는 시간문제가 된 셈이다. 첸치천은 92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수교엔 시간표가 없다”는 말로 수교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에선 92년 4월 말 노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김종휘의 지휘 아래 중국과의 비밀 수교협상을 위한 ‘동해사업’ 팀이 꾸려진다. 이후 행보는 빨랐다. 한·중은 92년 5~6월 세 차례 예비회담과 7월 한 번의 본회담 후 8월 24일 공식적으로 수교를 천명한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한·중 모두 수교하려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 안보와 경제가 주요 이유였다. 노태우는 대통령 당선 직후인 87년 12월 임기 내 한·중 관계 정상화 소망을 밝히며 북방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중국과 소련은 물론 동유럽권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최종적으론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또 한 차례 도약을 위해 거대 시장 중국이 필요했던 건 불문가지다. 중국은 경제적 이유가 앞섰다. 덩샤오핑은 85년 “중·한 관계 발전은 필요한 일이다. 첫째, 장사를 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좋고 둘째, 한국과 대만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의 변화도 수교를 도왔다. 세계적으론 냉전 구도가 해체됐고 중·소 관계도 풀리며 중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줄었다. 당시 북·일 및 북·미 간 활발한 접촉도 중국을 자극했다. 특히 미국이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대중 제재에 나선 게 결정타가 됐다. 중국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인접국에 대한 대대적인 선린외교 전개에 나서 90년대 초반 무려 20여 개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한·중 수교 또한 그 흐름을 탔다. 냉전 해체라는 국제 안보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맞물려 수교가 성사된 것이다. 이후 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전까지 5년이 아마도 한국이 중국과의 수천 년 역사상 가장 대접을 받았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94~95년 2년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등 권력 서열 1~3위가 모두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에선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며 한국 모델은 인기가 시들었다. 2000년부터는 애증(愛憎)이 교차한다. 첫 갈등은 경제 분야에서 시작했다. 한국이 중국산 냉동 마늘 900만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자 중국은 한국의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등 5억 달러어치 물품의 수입을 잠정 금지한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때는 국민감정이 상했다. 한국이 4강에 진출하자 중국 CC-TV 방송 해설자가 심판 매수 운운의 망발을 했다. 2003년엔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로 인식되는 동북공정이 알려지며 한·중 역사전쟁이 벌어졌다. 천안함 폭침 등서 중국의 북한 편들기 2005년 서울의 한자 명칭이 한성(漢城)에서 중국어 발음에 가까운 ‘서우얼(首爾)’로 바뀌면서는 한·중 간 문화 원조(元祖) 논쟁이 벌어졌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치면서는 안보 분야에서도 충돌한다.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문제였다. 이에 외교관 사이에선 이런 양국이 무슨 전략적 동반자 관계냐는 자조적 비판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 전승절(戰勝節)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성루에 오른 2015년 9월은 밀월기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핵실험 때 중국의 뜨뜻미지근한 행동에 실망한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양국 관계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홍콩 시위 때 중국이 보여준 강경 진압에 한국 청년의 마음이 떠났고, 2020년 본격화한 코로나 사태로 한·중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한국민의 70% 정도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게 현실이다. 한·중 관계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수교 초심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마음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중 및 한·중 관계가 나빠진 건 한·미가 중국에서 더는 돈 벌기 어려워진 점과도 관련이 깊다. 게다가 미·중이 신냉전 분위기를 연출하며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중 수교를 촉진했던 경제와 안보 요소가 더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이를 풀 계기 또한 행사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에 눈길이 간다. 시진핑 주석의 참석이 예정된 행사다. 사드 보복인 한한령(限韓令)의 완전한 해제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정상화가 시급하다. 한·중은 싫다고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지난 20일자 다음 편 예고가 잘못 나갔습니다. ‘국토 대동맥 경부고속도로’편은 오는 26일자입니다. 유상철([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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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말렸지만…" 생애 첫 '관직' 맡은 장항준 감독, 무슨 일

“제가 태생적으로 관습적 엄숙함을 싫어합니다. 유쾌하고 대중 친화적인 영화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신임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항준(56·사진) 감독의 포부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생애 처음 ‘관직’을 맡게 돼 부모님이 무척 기뻐하신다”며 “가문의 영광이자 영화인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아내 김은희 작가의 만류에도 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선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영화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김 작가도 집행위원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9일까지 제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올해 영화제에는 35개국 영화 134편이 초청됐다. 한국 장편 영화음악을 대상으로 한 ‘뮤직인사이트’, 신진 영화음악가를 발굴하는 ‘뉴탤런트’ 경쟁 섹션을 신설했고, 올 1월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 특별전,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1975) 개봉 50주년을 기념해 호러·판타지·컬트 감성의 영화들을 심야 상영하는 섹션도 마련했다. 개막식 사회는 방송인 장도연과 배우 이준혁이, 홍보대사는 배우 강하늘이 맡았다. 장 위원장이 개인적 인맥으로 섭외한 인사들이다. 정현목([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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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美∙日도 한다?…법으로 처벌하는 규정 없다 [팩트체크]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선진국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경영계의 반발에도 입법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설명자료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하청 교섭 확대라는 방향성은 국제적 흐름과 일부 부합하지만 이를 법으로 직접 명문화해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을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하는 주요 근거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2006년부터 원청 등 ‘실질적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참여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2023년 11월 설명자료에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ILO 입장이라거나 유럽 주요국의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ILO 권고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교섭 의무를 반드시 져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원청이 자발적으로 교섭에 나서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원청의 사용자성이나 교섭의무를 ‘법으로’ 인정하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일본과 미국 같은 선진국도 원·하청 교섭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드는 예가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2023년 발표한 ‘공동사용자 판단 기준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은 노동자의 임금, 근로시간, 직무 배정, 직무 감독, 취업 규칙, 고용 기간, 산업 안전 등 7개 핵심 노동 조건 가운데 하나 이상을 공유하거나 공동 결정하는 경우 원청 사용자로 간주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법 전문가는 “미국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이 없는 나라여서 공동사용자 개념을 통해 파견근로자를 보호한다”며 “반면 한국은 이미 파견법을 통해 실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견이 아닌 도급 관계까지 사용자 책임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이를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 역시 ‘2020나2024456’ 판결에서 미국의 공동사용자성 법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최고재판소(헌법재판소)가 아사히방송과 사내 하청 근로자 간 분쟁에서 “아사히방송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사용자”라고 인정한 판례가 대표적인 원·하청 교섭 인정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2023년 “일본의 경우 노동조합법에는 단체교섭 대상으로서의 사용자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법 명문으로 사용자의 원·하청 교섭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개별 사안마다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하는 판례와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입법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특히 ‘실질적 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문구를 명문화하는 건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업 경영상의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으로 확대한 2조 5항이다. 이준희 교수는 “미국에서는 생산라인 외주화를 교섭 대상으로 본 판례가 있지만, 이는 개별 사안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법학자는 “독일을 비롯한 다수 유럽 국가에서는 경영 결정 자체가 교섭이나 쟁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정리해고의 경우 대상자 선정 기준 등 일부 사안은 교섭이 가능하지만, 정리해고나 폐업 결정 자체가 교섭 대상이 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설명자료에서 미국과 일본을 한국과 1대 1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미국·일본은 한국과 달리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구제 절차만 존재한다. 또,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사용자 방어권 범위도 넓게 인정되므로, 특정 부분만을 따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에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김연주.조현숙([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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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힘 내 지역 기반 다져야"…통일교, 시도당에 쪼개기 후원

2022년 3월 대선 전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각 지역을 담당하는 간부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정황을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포착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국민의힘 내에서 지역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대선자금을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 지역별로 쪼개기 후원 정황 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3월 4일 1~5지구장을 불러모은 뒤 전달한 현금 2억원 중 일부가 교인 명의 후원 방식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 1인당 후원금 한도 500만원을 맞추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여러 명의 명의를 이용해 후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지구장들을 만나 “교단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대선 지원 자금 겸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 로비 명목으로 국민의힘 시도당에 후원금을 전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통일교 1~5지부장은 서울, 경기, 충청, 호남, 영남 등 권역별로 나눠 교단을 이끄는 지도부다. 이를 두고 통일교 내 지부별로 돈을 후원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의힘 지역 조직에서 기반을 만들려고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윤핵관’ ‘시도당 위원장’ 후원 대상 실제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22년 3~4월 통일교 간부를 통해 국민의힘 의원에게 후원금으로 기부가 이뤄진 액수만 최소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성동‧윤한홍 의원과 장제원 전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의원이 후원 대상이 됐다. 또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서울‧경북‧울산의 시당위원장을 맡았던 의원들에게도 후원금이 들어갔다. 후원금을 낸 건 통일교의 지역 핵심 간부들이다. 이들은 각각 500만원 한도를 맞춰 쪼개기로 후원했다. 동일한 날짜에 같은 금액을 내기도 했다. 권성동‧윤한홍‧박성중‧장제원 등 전‧현직 의원에 대해 2022년 3월 24, 25, 29, 31일과 4월 4일 다섯 차례에 걸쳐 100만원씩의 후원이 이뤄졌다. 박성중 전 의원은 통일교 교인 3명으로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총 150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박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이었다. 울산시당위원장이었던 권명호 전 의원과 경북도당위원장 김정재 의원에 대한 후원도 이뤄졌다. 권 전 의원에겐 영남 지역을 담당하는 5지구장과 산하 지회장 명의로 3월 6일 각각 500만원씩 후원이 이뤄졌고, 김 의원에게도 또 다른 간부 명의로 3월 8일 500만원 후원됐다. 또 한기호 의원도 이 시기 지역구 내 통일교 간부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지부장들에게 전달된 총 2억원에 달하는 돈이 쪼개기 후원 외에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의원들 “적법한 후원…통일교인지 몰라” 특검팀은 고액 후원 자체만으론 죄가 되지 않는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하고 있다. 또 쪼개기 후원이 맞다고 해도 모르고 받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특검팀은 일단 통일교 측이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자금 출처를 규명할 예정이다. 앞서 통일교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통일교 산하 재단에서 윤 전 본부장 측으로 돈이 빠져나간 정황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 대상이 된 의원들은 “통일교 후원 사실을 알지 못했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후원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당연히 후원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한기호 의원은 “해당 후원자는 국회의원 시작했을 때부터 왕래하던 지역구 주민이다. 500만원 내에서 정상적으로 후원이 이뤄진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권명호 전 의원도 “계좌를 통해 후원이 들어오고, 후원금 용처는 모두 공개된다”며 “후원자 중 통일교가 있는지 몰랐을뿐더러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 후원금을 낸 사람의 종교에 따라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정진호.이찬규.전민구([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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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고백 "신의 한 수, 78수 아닌 68수…꼼수였다" [더 인터뷰]

'알파고 쇼크 주인공' 이세돌 전 바둑기사 먼저 온 미래. 소설가 장강명이 2016년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 책 제목이다. 장강명은 알파고가 바둑계에 미친 여파를 실증하기 위해 프로기사 29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인터뷰했다. 책에서 장강명은 5000년을 내려온 철학과 가치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뒤의 바둑계 풍경을 ‘먼저 온 미래’라고 명명했다. 장강명의 작업에는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대격변의 시작과도 같은 한 사람의 육성이 없었다. ‘인공지능을 꺾은 유일한 인류’ 이세돌이 간접 인용으로만 등장했다. 이세돌은 2016년 3월 9∼15일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5번기를 치렀다. 바둑 최고수와 인공지능이 벌인 대결에서 인공지능은 4승1패로 인간 대표를 무릎 꿇렸다. 인간계 1인자가 인공지능에 당한 첫 패배였지만, 인간 대부분은 1승을 거둔 이세돌이 자존심을 지켜줬다며 환호하고 자위했다. 꼼수로 만든 ‘인간 승리’ 알파고 대국, 10수 만에 실력차 체감 1·2·3판 지고 정공법 대신 버그 공략 신의 한 수 78수 아닌 68수, 꼼수였다 알파고 이후 3년 뒤 바둑기사 이세돌은 은퇴했다. 세기의 대결에 관한 공식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따금 인터뷰는 했으나 문자로 된 복기는 없었다. 9년을 삭힌 복기가 마침내 나왔다. 신간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웅진지식하우스)에서다. 책에서 그는 처음으로 대국 당시의 복잡한 심리를 털어놨고,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았다. 책이 나오자마자 이세돌을 만났다. 얼굴 맞대고 앉아 이세돌이 먼저 겪은 미래에 관해 얘기했다. Q : 은퇴하고 6년째다. 어떻게 지내나. A : “많은 사람을 만났다. 25년간 바둑만 알고 살았으니까,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됐다.” Q : 지금 이세돌은 무엇인가. 전직 프로기사는 과거형이고, 교수? 아니면 작가인가? 바둑 콘텐트를 만드니까 요즘 말로 ‘바둑 크리에이터’는 어떤가? A : “글쎄, 뭘까?(웃음) 내가 올해 마흔두 살이다. 사람 만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라고 하자.” Q : 책에서 바둑을 ‘추상 전략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무슨 뜻인가? A : “바둑이 다른 게임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 다른 게임은 기물이 놓여 있지만, 바둑판엔 아무것도 없다. 추상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그 추상의 공간에서 전략을 세워 상대와 싸운다. 바둑이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어려워서다. 배우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바둑은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게임이다.” Q : 그래서 알파고가 바둑을 선택했나 보다. 그럼 이세돌은 왜 선택됐는가. A : “구글 측에서 10년간 기보를 검토해 나를 찍었다고 들었다. 당시 커제가 성적이 좋았지만, 중국 기사여서 첫 상대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Q : 이제 알파고 대국을 복기하자. 처음에는 알파고를 쉽게 생각했었다. A : “알파고가 5개월 전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프로기사(판후이 2단)와 대국한 기보를 살펴봤다.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그래서 방심했다. 인공지능이 5개월 만에 그 정도로 성장할 줄 몰랐다.” Q : 전혀 눈치도 못 챘나? A : “첫 대국 전날 에릭 슈밋 당시 구글 CEO가 한 말이 걸렸다. ‘이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긴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 자신감을 드러내는 건 이해하지만, 시합 전에 할 말은 아니었다. 싸한 기분이 들었다.” Q : 알파고와 5번기를 치렀다. 대국마다 전략이 달랐다고? A : “1국에선 알파고를 시험했다. 불과 10수 만에 상대가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론 일방적으로 깨졌다. 2국은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역시 상대가 안 됐다. 3국은 작전을 잘못 짜서 초반에 망했다.” Q : 작전을 잘못 짰다고? A : “알파고는 한 수에 50초 제한시간이 있었다. 인공지능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므로 초반에 오류가 날 것으로 봤다. 바둑판이 빈 초반일수록 경우의 수가 많아지니까. 그래서 초반에 승부를 걸었다. 착각이었다. 인공지능은 초반에 제일 강했다. 인간은 초반에 직관으로 두는데, 인간의 직관은 인공지능의 연산을 당할 수 없었다.” AI 급성장, 사고의 확장 일어나야 인공지능 덕에 상향평준화? 아니다 바둑강자 신진서, AI 수련 뒤 더 세져 AI 협업으로 새로운 무언가 만들어야 Q : 이길 방법을 못 찾았다는 얘긴가? A :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알파고는 다섯 번 대국 모두 크고 작은 오류를 일으켰다. 그 오류를 정확히 응징하지 못해 졌을 뿐이다. 4국만 다르게 흘러갔다.” Q : 책에서 제일 놀랐던 대목이 4국 복기다. 세상은 이세돌의 백 78수를 ‘신의 한 수’라고 부른다. 구글도 78수가 나올 확률이 0.007%라고 계산한 바 있다. 그런데 68수를 승착으로 지목했다. A : “세 번의 패배로 알파고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초반은 아예 상대가 안 되고 종반도 계산의 영역이어서 불리하다는 걸 알았다. 4국에선 중반전으로 넘어갈 때 예상 외의 수를 둬 오류를 일으키려고 했다. 그 노림수가 68수다. 인간과의 대국이었으면 두면 안 되는 수였다. 우변 흑 네 점을 잡는 수였는데, 집을 지으려면 더 벌렸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러 상대를 압박했다. 그 후속 수단으로 78수가 나왔고, 결국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다. 68수부터 78수까지 다 꼼수였다.” Q : 5국의 패배를 제일 아쉬워했다. A : “4국에서 꼼수로 이긴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정면 승부로 나섰다가 졌다. 5국에서도 버그가 나왔다. 너무 일찍 버그가 나와서 판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Q : 알파고 대국을 후회하진 않나. A : “대국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 대신 후회하는 건 있다. 4국이 끝난 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알파고 소스를 오픈하려고 한다’며 내 생각을 물었다. 별 고민 없이 동의했는데, 나중에 보니 잘못된 생각이었다. 물론 구글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공개했겠지만.” Q : 왜 잘못된 건가. A : “소스가 오픈되고 바둑이 좋아진 게 뭐가 있나. 바둑의 가치만 훼손됐다. 바둑은 인간과 인간이 추상 공간에서 최선의 수를 찾아가는 게임이다. 그런데 알파고 이후 바둑은 정답이 있는 게임이 돼버렸다. 정답이 정해진 게임에서 프로기사는 무엇인가? 프로게이머인가? 프로게이머도 컴퓨터가 알려주는 정답을 따라 하진 않는다.” Q : 알파고 덕분에 바둑계 실력이 향상됐다는 평도 있다. A : “상향평준화했다는데, 평준화는 아니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신진서는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부터 강자였다. 인공지능을 공부한 뒤로는 절대강자가 됐다.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 비단 바둑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Q : 그래도 교훈이 있지 않았나. A : “인간의 고정관념을 깼다. 초반 삼삼 침투가 대표적인 사례다. 5선 어깨 짚는 수도 알파고가 알려준 수법이다. 지금 보면 다 기리에 맞는 수인데, 인간은 오랜 세월 금기로 여겨 못 뒀다. 지금은 다 삼삼부터 판다.” Q : 바둑의 미래는 어두운가. A : “내 실수는 알파고가 5개월 만에 그렇게 성장할지 몰랐다는 데 있다. 챗GPT도 처음 나왔을 땐 조롱거리였다.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나. 인공지능 시대라는데, 다들 나와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야 한다. 인공지능과 협업해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바둑으로 보면 기초부터 인공지능으로 바둑을 배운 다음 세대의 몫일 테다.” 구글은 이세돌 대국 이후 알파고 버전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 리’는 ‘알파고 마스터’를 거쳐 ‘알파고 제로’까지 진화했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지 않고 바둑 규칙만 입력해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갖췄다. 알파고 제로를 공개한 뒤 구글은 바둑계를 떠났다. 그리고 바둑을(또는 인간을) 상대로 실험했던 인공신경망 기술을 단백질 연구에 적용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기획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2024년 단백질 구조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세돌=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웠고, 중학교를 중퇴하고 프로기사 권갑용 문하에 들어가 바둑 수업을 했다. 95년 열두 살에 입단했다. 이세돌의 통산 전적은 1324승576패다. 승률 7할이 조금 못 된다(69.7%).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14회를 포함해 국내외 기전에서 모두 50회 우승했다. 2019년 11월 19일 “알파고 이후 더 이상 바둑을 즐길 수 없게 됐다”며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다. 손민호([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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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 구속…아크로 출입 기록·샤넬백이 발목 잡았다

정치 브로커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21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씨는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참석을 포기했다. 전씨의 혐의는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8200만원 상당의 통일교 측 명품 선물을 받고, 청탁사항을 들어준 내용(특가법상 알선수재)이다. 또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공천 명목으로 후보자들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가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와 김 여사의 인연은 최소 17년이다. 전씨는 2008년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와 처음 만났다. 2013년엔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고문 직함을 받았고, 전씨의 딸도 코바나컨텐츠 전시 행사 스태프로 일했다. 20대 대선 당시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 활동했으나 무속인 논란이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전씨는 정치브로커로서 승승장구했다. 전씨의 발목을 잡은 건 코인 사기였다. 지난해 4월 400억원대 퀸비코인 사기 혐의 피고인 이모(47)씨 휴대전화에서 전씨의 2018년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때 확보한 일명 ‘법사폰’에서 여러 청탁 정황이 드러났다. ‘통일교 청탁의 키맨’ 윤영호(구속)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중앙일보에 “전씨는 김 여사를 연결해 준 인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 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2022년 4월과 7월 2000만원대 샤넬백 2개와 6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윤 전 본부장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수주 특혜 등 통일교 청탁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청탁용 선물의 행방을 찾지 못했고, 전씨는 “잃어버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심부름을 시켜 물건을 바꿔오게 했다”고 진술을 뒤집어야만 했다. 검찰이 샤넬 매장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윤 전 본부장이 건넨 가방의 일련번호를 파악했고, 유 전 행정관이 다른 샤넬 제품들로 교환한 것을 확인하면서다. 이후 특검팀은 2022년 7월 7일엔 전씨 처남 김모씨가, 8월 1일엔 전씨가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한 기록을 확보했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각각 샤넬백(7월 5일), 그라프 목걸이(7월 30일)를 받은 지 이틀 뒤였다. 이찬규.손성배([email protected])

202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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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발표] "포르자 광주!" 작별인사 남긴 아사니, 이적 파동 끝에 떠난다..."앞날에 축복 가득하길" 이란서 새 도전

[OSEN=고성환 기자] 광주FC의 역사를 함께한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30)가 3년 만에 이정효 감독 곁을 떠난다.  광주는 21일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GOOD LUCK, 아사니"라며 "아사니가 광주FC를 위해 보여준 투지 잊지 않겠다.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바란다"라고 아사니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함께한 순간은 역사로, 영원히"라고 덧붙엿다. 아사니의 다음 행선지는 이란의 명문 에스테그랄 테헤란 FC다. 앞서 아사니와 계약 사실을 발표했던 에스테그랄은 같은 날 "모든 노력 끝에 아사니의 ITC(국제이적동의서)가 발급됐다. 에스테그랄 보드진과 광주의 협상 끝에 아사니가 광주를 떠났고, 곧바로 에스테그랄에서 뛸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에스테그랄은 "아사니는 곧 테헤란에 도착해 에스테그랄 훈련에 참여한다. 또한 그는 에스테그랄 코칭 스태프의 요청이 있을 시 조브 아한(27일)과 경기에서 에스테그랄 소속으로 출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사니는 지난 2023년 광주 유니폼을 입은 뒤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날카로운 왼발 킥과 돌파를 바탕으로 광주의 측면 공격을 책임졌다. 멘탈이나 훈련 태도 문제 등으로 이정효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기도 했지만, 명실상부 에이스였다. 지난 2년 반 동안 남긴 통산 성적은 68경기 18득점 5도움. 광주의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아사니다. 그는 광주의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9골을 몰아치며 전체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것. 특히 아사니는 빗셀 고베(일본)와 16강 2차전에선 멀티골을 터트리며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그는 후반전 페널티킥 득점으로 1, 2차전 합계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후반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고베 골망을 가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 덕분에 광주는 합계 3-2 역전승을 거두며 시도민구단 최초로 대회 8강 진출을 일궈냈다.  아사니는 올 시즌에도 8골 2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지며 광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팀이 흔들릴 때도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자원이었다. 이정효 감독과 갈등으로 전반기를 날리다시피 했던 2024시즌과 달리 꾸준히 출전했다. 다만 아사니는 마지막까지 이적 사가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여름에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 이적에 근접했지만, 막판에 개인 협상 도중 무산됐다. 안 그래도 재정건전화 규정을 위반했던 광주는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사니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예상치도 못한 데서 문제가 터진 것. 그러던 중 이달 초 갑작스레 에스테그랄이 보스만 룰을 통해 아사니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합류 시기는 이번 시즌이 광주와 계약이 만료된 뒤지만, 더 빠르게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스테그랄의 오피셜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광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테그랄은 광주와 합의를 통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사니를 데려가길 원했다. 하지만 광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K리그1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만큼 시즌이 끝나고 아사니를 자유 계약(FA)으로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헐값에 보내주진 않겠단 각오였다. 이 과정에서 아사니는 태업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전과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불화설을 잠재웠다. 이정효 감독과 대화를 나눈 끝에 축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효 감독도 아사니가 올 시즌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며 잔류로 가닥을 잡았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전력 보강이 급한 에스테그랄이 광주와 줄다리기 끝에 백기를 든 것. 대전전에서 아사니의 잔류가 발표되자 결국 광주가 요구하던 이적료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제시하며 합의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정효 감독도 대체자를 구할 수 없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아사니의 이적을 승낙했다. 결국 이란으로 향하게 된 아사니.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건 이미 정해져 있다고들 한다. 시작과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들 한다. 이게 바로 광주FC와 함께한 2년 반 동안의 잊지 못할 이야기였다. 추억과 강렬한 감정, 기쁨과 축하의 순간, 그리고 슬픔의 순간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제 삶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또한 아사니는 "이제 집을 떠날 때가 됐다. 나를 키워주고, 알바니아 국가대표팀에서 뛰게 해 준 클럽을 떠난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고, 유로 대회에서 자랑스럽게 뛰었던 그 클럽을 말이다. 이 클럽과 이 도시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며칠 동안 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감사함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며 "광주와 함께 성장해 온 것에 영원히 감사하고, 함께했던 여정에 영원히 감사할 거다. 포르자 광주!"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는 아사니가 이탈하면서 시즌 도중 핵심 선수를 잃게 됐다. 현재 광주는 K리그1에서 26라운드 기준 승점 35를 획득하며 파이널 A 진출권인 6위에 올라 있다. 2025 코리아컵에서도 준결승 1차전에서 부천FC 1995를 2-0으로 제압하며 창단 첫 결승 진출에 파란불을 켰지만, 공격진 구성에 고민이 생기게 됐다. /[email protected] [사진] 광주, 에스테그랄 소셜 미디어. 고성환([email protected])

2025.08.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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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둘러싸고 러·우크라 '동상이몽'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둘러싸고 러·우크라 '동상이몽' 러 "젤렌스키 정당성 의문"…우크라 "안전보장이 먼저" 푸틴, 여전히 '돈바스·나토가입·서방군 배치' 포기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됐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성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되고도 계엄을 이유로 선거를 미루고 있어 법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9일 방송 인터뷰에서는 "회담은 언론이나 방송을 위해 준비되는 게 아니라 전문가급부터 시작해 최대한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며 회담이 단기간에 조직될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정상회담보다는 안전보장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에 합의한 이후에야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하고, 18일에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정상들과 회담하고 다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 백악관 정상회담에 참여한 유럽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2주 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거나 스위스 제네바를 회담 장소로 추천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기대를 더욱 키웠다.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개최지로 제안했다거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자국을 회담 개최지로 제공할 의사를 피력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의 급을 높이는 가능성을 연구하면 가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만 언급하며 애초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영토 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 전체 포기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 중립 유지 ▲ 서방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제시한 우크라이나 휴전 조건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는 물론 남부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서도 모두 철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포기하면 자포리자·헤르손에서는 전선을 동결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또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와 수미주, 드니트로페트로우스크주의 일부 지역을 넘겨줄 의향도 내비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이러한 변화가 푸틴 대통령의 '타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요구 조건과 양보 의지를 논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서 돈바스 철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08.21. 12:25

"아르헨티나, 올해 상반기 對中 수입 80% 급증…산업계 우려"

"아르헨티나, 올해 상반기 對中 수입 80% 급증…산업계 우려" "상반기 對中 무역적자 52억달러…연말까지 120억달러 예상"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가 만성적인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대대적인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내수가 줄어든 가운데, 값싼 중국산 수입까지 급격히 늘어 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언론 암비토는 20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 아르헨티나의 대(對)중국 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의 내수 상황이 좋지 않고 대부분의 산업 생산이 역대 최저 수준인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완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산업연합(UIA)은 자국 산업계가 지난 2023년보다 10% 덜 생산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의 수입 개방이 아르헨티나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는 지표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민간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중국 상품 수입액은 82억9천700만달러(11조6천150만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0%나 급증했다. UIA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산 완제품 수입 급증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중 소비재 수입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해 32%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편 배송서비스를 이용한 중국제품 수입도 2023년도에 비해 42%나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호르헤 베르시아노 무역 컨설턴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과의 무역 적자는 52억2천7백만 달러(7조3천2백억원)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약 120억달러(16조8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파 관측소(IPA) 페데리코 바카레싸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는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 수입품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국은 중남미의 주요 제조품 공급국가이며, 이러한 상황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암비토에 설명했다. 중남미경제연구재단(FIEL)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7월 산업활동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선정

2025.08.21. 12:25

美 "비자 소지자의 위법 여부 등 상시 점검…문제 있으면 취소"

美 "비자 소지자의 위법 여부 등 상시 점검…문제 있으면 취소" AP통신 보도…신청단계 검증뿐 아니라발급 후에도 상시 검증 시사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천500만 명 이상의 미국 비자 소지자 전원에 대해, 비자 취소 또는 추방을 할 만한 위법 등 문제점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국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무부는 미국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들이 비자 소지에 적격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 대상이 될 것이며, 부적격자로 드러나면 비자가 취소되거나 추방될 것이라고 AP통신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밝혔다. 국무부는 비자 취소 사유와 관련, 허가된 기간을 초과한 체류, 범죄 활동,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 테러 활동 관여, 테러 조직 지원 등의 징후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우리는 조사의 일환으로 법 집행이나 출입국 기록, 비자 발급 후 드러난 비자 부적격 요인 등을 포함해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6월,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여부 결정에 앞서 해당 외국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P가 보도한 새로운 방침은 비자 신청자뿐 아니라 기존에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도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즉, 비자 소지자에 대한 상시적인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해당 인사의 미국 입국을 불허하거나 미국에 이미 체류중일 경우 추방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조준형

2025.08.21. 12:25

"美, 반도체법 자금 20억달러 핵심광물 지원으로 전용 검토"

"美, 반도체법 자금 20억달러 핵심광물 지원으로 전용 검토"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 자금 최소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를 핵심광물 사업 지원 용도로 재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는 의회가 반도체법에 따라 반도체 연구와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 용도로 책정한 자금 일부를 핵심광물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의회에 예산을 새로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전자와 국방 산업에 널리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총 527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법 자금은 상무부가 집행한다. 따라서 반도체법 자금을 활용하면 핵심광물 사업에 대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상무부가 중심을 잡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된다고 지난달 발표했는데 이후 행정부의 핵심광물 전략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커지자 백악관이 이런 조치를 장려했다고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전했다. 소식통들은 반도체 산업도 게르마늄과 갈륨 등 핵심광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반도체법 자금 일부를 핵심광물 사업에 활용해도 반도체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행정부는 핵심광물 분야를 지원할 방법을 찾으려고 창의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직 당국자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도 반도체법 자금을 희토류 사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경제성이 부족하고 환경 규제 면제가 많이 필요하며 에너지부가 취급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현

2025.08.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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