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국 선택하는 불체자 늘어난다
“강제 추방 당하느니 준비해서 떠나겠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불법 이민 강경 단속
“떠나라, 찾아내 추방할 것” TV광고까지
공포·불안 심어 ‘자발적 출국’ 유도 전략
원문은 LA타임스 4월18일자 “A dire choice to ‘self-deport’”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거의 20년을 보낸 엘레나는 자신과 남편이 범죄자처럼 체포되어 끌려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멕시코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나 페라지 / LA타임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1/66dc2ab2-ae94-4269-adb8-691ca7313f5e.jpg)
미국에서 거의 20년을 보낸 엘레나는 자신과 남편이 범죄자처럼 체포되어 끌려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멕시코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나 페라지 / LA타임스]
미국에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서 자진 출국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갑을 차고 강제 추방되는 수모를 겪느니, 스스로 준비해서 떠나는 편이 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페루 출신의 셀레스트(가명)는 20년 전 19세의 나이에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을 넘겼다. 페루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 탓에 호텔 객실이나 사무실을 청소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LA에서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업도 들으며 살아왔다. 매년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언젠가는 합법적인 신분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사실상 무너졌다. 뉴스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이 마치 흉악범처럼 수갑을 찬 채 비행기에 태워져 고국으로 송환되는 장면이 반복된다. 짐도 못 챙기고, 친구들과 인사도 못한 채 집에서 끌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셀레스트는 결단을 내렸다. 몇 달만 더 청소 일을 하며 돈을 모은 뒤, 연말까지 페루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있다”며 본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요즘은 외식도 자제하고, 춤추러 가는 것도, 하이킹도 꺼린다. 온라인 수업도 이름과 주소가 노출될까 걱정돼 중단한 상태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단속을 벌인 뒤 한 남성을 체포했다. [로이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1/88ef10cb-5e63-448d-ac95-f79c14a073ae.jpg)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단속을 벌인 뒤 한 남성을 체포했다. [로이터]
취임 당일,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망명 신청 앱 ‘CBP One’을 폐지하고, 대신 ‘CBP Home’이라는 앱을 개설했다. 이 앱은 이민자가 자발적으로 출국 의사를 정부에 통보하는 데 사용된다. 지난달에는 “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내 추방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은 TV 광고까지 내보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당시 임시 합법 체류 지위를 부여 받았던 이민자들에게 해당 지위가 종료됐으며, 즉시 출국하라는 통보가 발송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에 수갑을 찬 채 죄수복을 입고 줄지어 추방된 이민자들의 이미지도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을 모두 갱단원이라고 주장하며, ‘적성국 외국인 처분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절차 없이 송환했다.
UC 데이비스 법대의 공익법 교수 케빈 존슨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 사회에 공포와 불안을 심는 효과를 노렸다”며 “정부가 ‘우리는 너희를 잡으러 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처럼 이민자 친화적인 주에서도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토덱(TODEC) 법률센터의 루스 갈레고스 소장은 “매일 자진 출국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문의를 받고 있다”며 “차를 가져갈 수 있는지, 자녀 교육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뭐라도 갖고 떠나겠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를 줄이려면 자진 출국 유도 외에도 대대적인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백만 명을 강제로 추방하려면 막대한 자원과 수용시설이 필요한데, 현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진 출국 유도’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밋 롬니 후보가 이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불법 체류자가 일자리를 얻기 어렵게 만들어 스스로 떠나게 하겠다고 했고, 이 발언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전략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민 개혁을 주장하는 단체 넘버스USA는 “자진 출국이 불법 체류자 수를 줄이는 핵심”이라며, 고용주가 근로자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는 전자확인시스템(E-Verify)의 의무화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랜드 엠파이어에 거주하는 멕시코 출신의 엘레나(가명)는 남편과 함께 연말까지 고향 치아파스로 돌아갈 계획이다. 최근 쇼핑 중 한 직원이 “이 동네에 이민 단속요원이 다녀갔다”고 귀띔해준 뒤, 외출을 자제하게 됐다. 몇 달 전에는 남부 국경 근처에서 이민 단속에 걸린 사람들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
54세의 엘레나는 섬유근육통과 관절염을 앓고 있고, 62세 남편은 심근경색을 겪었다. 그래도 그는 자동차를 수리하며 생계를 잇고, 부부는 각종 파티를 위해 뷔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고향에는 약 2헥타르의 땅이 있어, 거기에 가축을 기르고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 가면 더 자유로울 거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태어난 두 자녀와 손주들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다. “손주들을 생각하면 울게 된다. 너무 사랑한다. 누가 할머니처럼 돌봐줄까 싶다”고 말했다.
100마일 떨어진 코첼라 밸리에는 30년간 체류한 또 다른 멕시코 출신 여성 마리아(가명)가 있다. 그 역시 미초아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교회도 못 가고, 병원도 못 가며, 장도 마음 편히 보지 못한다. 이 불안은 결국 그를 짐 싸게 만들었다.
그는 작은 푸드트럭으로 엔칠라다와 타코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고향에 있는 두 아들과 재회하게 되지만, 세 딸과 여섯 손주들은 미국에 남는다. 그는 “마치 몸이 두 동강 나는 기분”이라며 “여기서도 행복하지 않았고, 거기서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레베카 플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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