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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 나가기 전, 내가 떠난다”…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급증

  ━   원문은 LA타임스 4월18일자 “A dire choice to ‘self-deport’” 기사입니다.     미국에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서 자진 출국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갑을 차고 강제 추방되는 수모를 겪느니, 스스로 준비해서 떠나는 편이 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페루 출신의 셀레스트(가명)는 20년 전 19세의 나이에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을 넘겼다. 페루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 탓에 호텔 객실이나 사무실을 청소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LA에서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업도 들으며 살아왔다. 매년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언젠가는 합법적인 신분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사실상 무너졌다. 뉴스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이 마치 흉악범처럼 수갑을 찬 채 비행기에 태워져 고국으로 송환되는 장면이 반복된다. 짐도 못 챙기고, 친구들과 인사도 못한 채 집에서 끌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셀레스트는 결단을 내렸다. 몇 달만 더 청소 일을 하며 돈을 모은 뒤, 연말까지 페루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있다”며 본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요즘은 외식도 자제하고, 춤추러 가는 것도, 하이킹도 꺼린다. 온라인 수업도 이름과 주소가 노출될까 걱정돼 중단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범죄 전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듯했지만, 곧 모든 불법 체류자를 ‘범법자’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취임 당일,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망명 신청 앱 ‘CBP One’을 폐지하고, 대신 ‘CBP Home’이라는 앱을 개설했다. 이 앱은 이민자가 자발적으로 출국 의사를 정부에 통보하는 데 사용된다. 지난달에는 “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내 추방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은 TV 광고까지 내보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당시 임시 합법 체류 지위를 부여 받았던 이민자들에게 해당 지위가 종료됐으며, 즉시 출국하라는 통보가 발송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에 수갑을 찬 채 죄수복을 입고 줄지어 추방된 이민자들의 이미지도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을 모두 갱단원이라고 주장하며, ‘적성국 외국인 처분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절차 없이 송환했다.   UC 데이비스 법대의 공익법 교수 케빈 존슨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 사회에 공포와 불안을 심는 효과를 노렸다”며 “정부가 ‘우리는 너희를 잡으러 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처럼 이민자 친화적인 주에서도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토덱(TODEC) 법률센터의 루스 갈레고스 소장은 “매일 자진 출국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문의를 받고 있다”며 “차를 가져갈 수 있는지, 자녀 교육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뭐라도 갖고 떠나겠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를 줄이려면 자진 출국 유도 외에도 대대적인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백만 명을 강제로 추방하려면 막대한 자원과 수용시설이 필요한데, 현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진 출국 유도’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밋 롬니 후보가 이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불법 체류자가 일자리를 얻기 어렵게 만들어 스스로 떠나게 하겠다고 했고, 이 발언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전략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민 개혁을 주장하는 단체 넘버스USA는 “자진 출국이 불법 체류자 수를 줄이는 핵심”이라며, 고용주가 근로자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는 전자확인시스템(E-Verify)의 의무화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랜드 엠파이어에 거주하는 멕시코 출신의 엘레나(가명)는 남편과 함께 연말까지 고향 치아파스로 돌아갈 계획이다. 최근 쇼핑 중 한 직원이 “이 동네에 이민 단속요원이 다녀갔다”고 귀띔해준 뒤, 외출을 자제하게 됐다. 몇 달 전에는 남부 국경 근처에서 이민 단속에 걸린 사람들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   54세의 엘레나는 섬유근육통과 관절염을 앓고 있고, 62세 남편은 심근경색을 겪었다. 그래도 그는 자동차를 수리하며 생계를 잇고, 부부는 각종 파티를 위해 뷔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고향에는 약 2헥타르의 땅이 있어, 거기에 가축을 기르고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 가면 더 자유로울 거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태어난 두 자녀와 손주들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다. “손주들을 생각하면 울게 된다. 너무 사랑한다. 누가 할머니처럼 돌봐줄까 싶다”고 말했다.   100마일 떨어진 코첼라 밸리에는 30년간 체류한 또 다른 멕시코 출신 여성 마리아(가명)가 있다. 그 역시 미초아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교회도 못 가고, 병원도 못 가며, 장도 마음 편히 보지 못한다. 이 불안은 결국 그를 짐 싸게 만들었다.   그는 작은 푸드트럭으로 엔칠라다와 타코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고향에 있는 두 아들과 재회하게 되지만, 세 딸과 여섯 손주들은 미국에 남는다. 그는 “마치 몸이 두 동강 나는 기분”이라며 “여기서도 행복하지 않았고, 거기서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레베카 플레빈불체자 출국 불법 체류자들 자진 출국 불법 이민자들

2025-04-30

불체단속 소문이 불안 키웠나…LA 아직 평온

찻잔 속 태풍일까, 폭풍 전야의 정적일까. 그것도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일까.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미국 전역에 긴장감이 커졌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LA에선 우려 속에서도 아직 큰 요동이 없다. 자바 시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현장 등이 그렇다. 〈관계기사 3면〉   28일 오전 9시, LA 다운타운 피코 불러바드와 메이플 애비뉴 인근의 자바 시장 앞. 한인들이 운영하는 봉제 공장이 밀집된 곳이다.   이곳에서 매점을 20년째 운영해온 마리아 전 사장의 고객은 대부분 봉제 공장의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다. 전 사장은 “이민단속국(ICE) 차량을 봤다는 이도 있고, 단속 소문도 무성하지만 실제 무서워서 일을 안 나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뉴스를 보면 단속 때문에 난리 난 것 같은데 이곳은 평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봉제업계 관계자 역시 “히스패닉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평상시보다 크게 동요하는 건 없다”고 전했다. 의류 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 역시 “히스패닉 직원들이 정상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꽃 가게가 즐비한 거리부터 자바 시장 주변 지역을 차를 타고 돌아다녀봤다. 업소마다 손님을 부르는 업주와 박스를 나르는 히스패닉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바 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앤젤라 하 매니저는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고 주변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 때문에 특별히 영향을 받았거나 변화가 생긴 것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바 시장 등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단속이 주로 강간, 살인, 갱단 등의 혐의를 받는 중범죄자(felony)를 대상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천관우 이민법 변호사는 “이번 단속은 단순히 체류 신분 적발이 아니라 중범죄를 저지른 범법자가 주요 대상이라는 점을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ICE에 따르면 28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적발된 불법 체류자들은 ▶음주운전 및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과테말라인(샌프란시스코) ▶기소 전력이 있는 볼리비아 갱단원(볼티모어) ▶불법 체류를 하며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법원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은 볼리비아인(버지니아) ▶강도 및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온두라스인(보스턴) 등 주로 중범죄자들이다.   사업주뿐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도 큰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이들이 주로 모이는 윌셔 불러바드와 유니온 애비뉴 인근 홈디포 앞에는 100여 명의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 오전 7~9시 사이 이곳에 형성되는 일용직 시장에서 일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인데도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히스패닉계 안토니오 코즈는 자신을 “불법 체류자”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트럼프가 됐다고 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건 잘 모르겠다”며 “친구들도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하지 않고, 평소대로 여기에 나와 일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곳곳에서 ICE의 단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법 체류자들 사이에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소셜미디어에는 한인들도 많이 찾는 부에나파크 지역 소스몰에 ICE 요원들이 다수의 불체자를 체포했다는 게시물이 게재됐지만, 본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민 당국의 단속이 소문과 함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이었던 길 컬리코스키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단속은 예상 가능한 일이며 강도가 세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역대 행정부가 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ICE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ICE 추방단속팀(ERO)은 지난해 총 14만6039명을 체포하고, 27만1484명을 추방했다. 체포는 하루 평균 400명, 추방은 743명꼴이었다. 강한길 기자소문 불안 불법 체류자들 단속 소문 히스패닉 직원들

2025-01-28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에 패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20일 취임을 앞두고 이민자들이 크게 불안해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불법 이민자를 범죄와 실업률, 집값 상승 등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당선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대규모로 추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했거나 합법적으로 체류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이민자들은 서둘러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와 교제 중인 이민자들은 결혼을 서둘러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미 영주권이 있는 이민자들은 최대한 빨리 시민권을 받으려고 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세르히오 테란씨는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돼 지난 7월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이 되자 바로 했다. 그는 “그린카드(영주권)가 있어도 추방될 수 있다. 난 시민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훨씬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는 영주권이 있는 약 1300만명과 허가 없이 입국한 이민자 약 113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체류자 추방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트럼프 첫 임기 때 약 150만명을 추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정도를 추방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임기에만 300만명을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1950년대 이후로 한꺼번에 대규모로 추방하려고 한 적은 없으며, 이를 위해 방대한 구금 시설을 구축하지는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2기 ‘국경 차르’에 내정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행정부가 범죄자와 추방 명령이 이미 내려진 이민자들을 우선으로 추방하겠지만, 불법 체류자들을 찾기 위해 직장 불시 단속 등 다른 수단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민자들도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  DACA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DACA 제도를 없애려고 했으며, 현재 공화당이 정부를 장악한 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와 웨슬리언대 등 몇몇 대학은 외국 학생과 교사, 직원에게 겨울방학에 본국을 방문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귀국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에 취임하자마자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항에서 혼돈이 일어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인들 3명 중 2명은 특정 조건에 부합하다면 불체자들의 국내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가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내용에 따르면 국내 성인 응답자 중 64%는 개인 보안 검색, 고용, 벌금 납부, 청소년 시기 도미 등의 조건들이 맞다면 불체자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허용하자는 응답자는 인종별로 백인의 57%, 흑인의 73%, 라틴계의 79%, 아시아계 72%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이민자 이민 불법 이민자 불법 체류자들 영주권 신청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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